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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에로틱한 그러나 엽기적인
[문화가] 에로틱한 그러나 엽기적인
  • 이성욱/ <한겨레21> 기자
  • 승인 2002.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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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여자의 나신이 헝클어져 있거나 어떤 한부분이 극단적으로 클로즈업된다.
에로틱하기보다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역력하다.
인체의 내밀한 부분을 직접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물체로 비유해서 들춰내는 부분에선 차가운 질감 때문에 섬뜩하기조차 하다.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은 대체로 에로틱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의 작품에서 섹스만큼이나 중요한 화두는 죽음이다.
아라키 자신이 에로스와 타나토스(죽음의 본능)로 만든 합성어 ‘에로토스’라는 말을 만들어 쓰고 있다.
1973년 ‘폐허의 꽃’이란 이름으로 연 전시회에는 활짝 피어난 꽃이 아니라 시들고 썩기 시작해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꽃을 카메라에 담았다.
죽음의 이미지는 90년 아내 아오키 요코가 죽고 나서 더 강해졌다는 말을 듣는다.


아라키의 사진 영상이 올라 있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런 질문이 올라 있다.
“그의 작품은 요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이나 더 직접적으로는 소위 일본의 AV(Adult Video) 포르노와 다른 것이 뭐 있는가? 오히려 일본인의 변태적 속성을 더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아닌가?” 아라키는 집착으로 보일 만큼 여성의 몸을 많이 찍어왔다.
무려 250여권의 사진집을 낼 만큼 왕성한 작업을 벌이는 그의 작품에는 처음 섬세하면서도 에로틱한 사진이 많았다.
그러다 로프로 묶인 여자의 이미지 등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작품을 과감히 내걸기 시작했다.
외설시비가 따라왔고, 일본 대중매체가 좋아하는 화제의 인물이 됐다.
혹자는 도쿄 홍등가 부근에서 보낸 그의 어린 시절을 들먹거리기도 한다.


도발 어린 작품들로 세계적 스타가 된 그가 ‘소설 서울, 이야기 도쿄’전을 연다.
82년부터 7차례에 걸쳐 한국을 드나들며 찍은 ‘서울 스토리’와 요코와의 신혼여행기를 담은 '센티멘틀 저니'(1971), ‘섹슈얼 디자이어: 우먼 인 컬러’ 등 1500여 작품을 전시한다.
노출이 심한 몇몇 작품은 ‘미성년자 관람 제한구역’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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