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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 책읽기]‘적색’에게 보내는 ‘녹색’ 메세지
[이권우의 책읽기]‘적색’에게 보내는 ‘녹색’ 메세지
  • 도서평론가
  • 승인 2002.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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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녹색당의 정책이론가인 알랭 리피에츠의 '녹색희망'에는 ‘아직도 생태주의자가 되길 주저하는 좌파 친구들에게’ 라는 도발적 부제가 붙어 있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그 자신이 ‘적색’의 길을 거쳐 ‘녹색’의 길로 들어섰다고 ‘고해성사’하고 있는데, 이유인즉슨 좌파들이 꿈꾸었던 이상이 “사회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집단적 소유사상”을 통해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은이가 좌파의 진보성을 폐기처분한 것은 아니다.
각별히 자유의지로 결합된 공동체에 살면서 오전에는 어부로, 오후엔 장인으로, 저녁에는 문학평론가로 지낼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꿈은 결코 버리지 않을 작정이라고 한다.
자신이 생태주의자가 된 계기 가운데 하나를 “불평등한 경제질서에 대한 반항”이라고 밝히는 대목에서도 지은이의 변화가 진보에서 보수로의 전향은 아니라는 점을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를 분노케 한 사회는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갈라놓고 인간의 존엄성조차 무시하며, 자연을 파괴하고, 뿐만 아니라 정복자들이 노예화시킨 사람들의 노동을 착취하면서 지구상의 온 대륙을 약탈”하는 곳이니, 비록 지난날 좌파가 아니었더라도 오늘날에는 생태주의자가 되어야 할 너무나 확실한 이유다.
지은이가 내세우는 정치적 생태주의는 지난 세기의 진보적 운동에 대한 반성에 기초하고 있다.
생태주의는 “당의 지도와 국가의 조물주적 역할에 대한 자유론적 비판”을 토대로 “대화를 통한 참여민주주의, 다양한 관점들간의 합의 추구, 불일치의 권리” 등을 뚜렷하게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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