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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머니] “대선 찍고 산타 장세 온다네~”
[씽크머니] “대선 찍고 산타 장세 온다네~”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2.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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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테마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식시장에는 다시 해리포터의 마법이 불어닥쳤다.
늘 그렇듯이 마법의 실체는 다름 아닌 시장의 호들갑이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해리포터 테마니 뭐니 하면서 잔뜩 난리법석을 떨어댄 탓이다.


지나월드는 미키마우스나 포켓몬스터 따위 어린이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다.
지난해 255억원 매출에 9억원 순이익을 냈다.
언뜻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이 회사가 요즘 눈길을 끄는 건 영화 '해리포터' 2탄이 12월13일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월드는 해리포터 장난감을 우리나라에서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주가는 11월1일 4720원에서 11월21일에는 8700원으로 두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이밖에도 '해리포터'의 국내 비디오 판권을 갖고 있는 가오닉스와 인터넷 사이트에 해리포터 전문 쇼핑몰을 연 인터파크,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세기상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해리포터 테마는 이미 지난해 한차례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었다.
지난해에도 지나월드는 11월13일 6100원에서 시작해 영화가 개봉하기 하루 전날인 12월13일에는 1만9800원까지 세배 이상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어처구니없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결국 일년이 다 되도록 그때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세기상사나 인터파크도 마찬가지였다.
해리포터 테마는 한낱 난리법석에 지나지 않았다.
회사의 실적에 별 보탬이 되지도 못했고 주가도 반짝 뛰어올랐다 고꾸라졌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나월드 관계자는 “기대 심리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오르긴 했지만 사실 해리포터 장난감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고 말했다.


올해를 한달 남짓 남겨둔 연말 주식시장은 그렇게 어수선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가당치도 않은 해리포터 테마 따위를 만들어냈을까. 해리포터가 우리 주식시장에서 뽐낸 마법은 두꺼비를 왕자로 바꾸는 일만큼이나 억지스러워 보인다.
그동안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그 많은 부질없는 테마들처럼 말이다.
지난해의 재탕, 답이 빤히 보인다.



대선 효과

지금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결국 문제는 대선이다.
대선이 지나고 누구든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면 주가는 바닥을 찍고 오를 수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 분명하다.
1987년과 92년, 97년에도 그랬다.
선거를 앞두고 지루한 조정이 이어지다 선거가 끝나면서 바닥을 찍고 올랐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대선 전 혼조, 대선 후 강세다.
평균을 내보면 선거가 끝나고 다음해 1월말까지 종합주가지수는 19.3% 뛰어올랐다.
그게 이른바 대선 효과다.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는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5년 임기와 정확히 맞물려 5년 순환 주기를 그린다.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고 2년 동안 주가가 올랐다가 나머지 3년 동안 빠졌다.
취임 후 2년 동안 노태우 대통령 때는 53.2%, 김영삼 대통령 때는 73.6%, 김대중 대통령 때는 105.1% 올랐다.


시장의 유동자금은 대선을 앞두고 늘어난다.
87년에는 12월9일부터, 92년과 97년에는 12월11일부터 고객 예탁금이 크게 늘어났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대선을 앞두고 1~2개월 전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금과 꼭같은 상황이다.
고객 예탁금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방향을 잡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는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바닥을 찍고 오를 힘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재열 LG투자증권 연구원도 “역사는 진보하는 속성이 있지만 반복하기도 한다”며 “이번 대선 때도 과거와 비슷한 주가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성욱 한화증권 연구원은 “대선 테마를 이룰 종이 목재나 증권, 전기전자 업종을 단기적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당 투자

배당 투자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는 수가 많다.
배당 투자도 결국 말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난리법석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주가 움직임을 봐도 그렇다.
지난해 높은 배당을 줬던 57개 종목들 주가 움직임을 보자. 이 종목들은 지난해 12월6일부터 올해 1월16일까지 5.2%의 수익을 안겨줬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같은 기간 동안 종합주가지수 움직임에 비춰보면 대단하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이 수익은 3월말 주총이 끝나고 난 다음 받게될 배당까지 포함한 수익이다.
배당 수익을 빼면 이 종목들 주가는 오히려 1.5%나 빠졌다.
새해 들어 하락률만 따지면 4.2%에 이른다.
그동안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3.6%나 올랐다.


배당을 주는 종목들은 배당을 주기 전에 잔뜩 올랐다가 배당을 주고 나면 주가가 마구 빠지기 마련이다.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배당 투자 전략은 완전히 거꾸로다.
개인 투자자들은 연말에 고배당 종목을 사들였다가 연초에 배당을 받고 나면 내다팔기 바쁘다.
기관 투자자들은 거꾸로 연말에 내다팔았다가 연초에 개인 투자자들이 내다팔면 싼값에 사들이는 전략을 썼다.
지난해 12월6일부터 2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430억원어치를 사는 동안 기관 투자자들은 322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배당을 주고 난 다음 12월27일부터 올해 1월1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253억원어치를 파는 동안 기관 투자자들은 9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기관 투자자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배당 투자를 둘러싼 난리법석을 걷어내고 나면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정의석 신한증권 부장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배당 투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실 배당이라고 쥐꼬리만큼 받아봐야 하루 하한가를 두들겨 맞으면 몽땅 날아가는 상황이니 말이다.
게다가 일주일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장 분위기에서 석달 뒤를 내다보고 배당 투자를 한다는 건 참 까마득한 일처럼 보인다.
“아예 시장의 흐름을 따라 배당을 주기 전 주가가 오르는 틈을 타서 재빨리 올라갔다 먹고 빠져나오는 게 좋습니다.
아니면 기관 투자자들처럼 배당을 주고 난 다음날 주가가 빠지는 틈을 노려 싼 값에 사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박관식 브릿지증권 연구원은 배당 투자 유망종목으로 신대양제지와 한라건설, 덕양산업, 동부제강, 한국담배인삼공사 등을 추천했다.
신대양제지 같은 종목은 배당수익률이 13.3%에 이른다.



연말 특수

우리나라는 별로 상관없지만 11월28일은 추수감사절이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휴가 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한달 남짓한 동안 한해 소비지출의 25.0%가 몰린다.
아무리 불황기라도 연말 특수는 예외없이 다가왔다.


미국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도 연말 특수는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4분기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6.23%에 이른다.
4분기 소비지출은 3분기보다 평균 5.1% 늘어났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하민성 대한투자신탁증권 연구원은 소비자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언제 이라크에서 전쟁이 터질까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몇달 전부터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기대지수는 6월 110.6을 찍은 뒤 4개월째 빠지고 있다.
10월에는 10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소비지출기대지수는 더 심하다.
3월에 고점을 찍고 7개월째 빠지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시장에 유동자금이 넘쳐나고 있으니까 벌써부터 지레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없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데도 아직 고용시장은 안정돼 있다.
구매력이 살아 있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기대를 해본다면 백화점(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나 홈쇼핑(LG홈쇼핑, CJ39쇼핑), 인터넷 전자상거래(옥션, 인터파크), 신용카드(LG카드, 국민카드, 외환카드), 여행(하나투어), 카지노(강원랜드, 파라다이스), 영화배급사(대원씨앤에이, 플레너스, CJ엔터테인먼트), 택배(한진)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다.


물론 연말 특수 테마도 해리포터 테마처럼 반짝 급등락에 그치는 수가 많다.
잔파도에 잽싸게 올라탔다 빠져나올 자신이 있으면 따라들어가도 좋지만 웬만하면 큰 파도를 기다리는 게 좋다.



낙관론과 비관론

이래저래 한치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미 우리나라 경제가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정짓는다.
세계 경제가 다같이 성장률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잘 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이미 주가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힘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이상 크게 빠지지도 않겠지만 올라도 크게 오르지 못할 겁니다.


지금은 경기민감주나 수출주도주나 내수대표주나 어디에도 자신있게 모험을 걸 만한 상황이 아니다.
경기민감주나 수출주도주는 세계경제 둔화와 기초 원자재 가격 상승, 수출 단가 하락이라는 삼중고를 맞닥뜨리고 있다.
내수대표주도 만만치 않다.
민간소비는 성장의 한계를 맞고 있고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삼성증권은 한동안 종합주가지수가 650~730의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 연구원은 “톱다운 방식보다는 철저하게 보텀업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업종보다는 종목을 보고 접근하라는 이야기다.
삼성증권은 실적호전 유망 종목으로 서흥캅셀과 SKC, 금강고려화학, SK케미칼, 포스코를 꼽았다.
서흥캅셀 같은 회사는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19.4%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성모 동원증권 투자분석팀장의 생각은 다르다.
“주가는 이미 10월에 바닥을 찍었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뛰기 시작해 1분기 랠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 팀장은 단기 랠리가 아니라 장기 강세국면이 시작됐으며 내년 1분기에 최고 850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도 기회다.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오면 랠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 팀장은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이 지난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와 비슷하다고 보고 20% 이상 가격이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낙관론이나 비관론이나 모두 설득력이 있다.
오래된 격언처럼 주가는 결코 한곳에 멈추지 않는다.
오르거나 떨어질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선뜻 어느 쪽에도 무게를 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타클로스 장세나 1월 랠리를 내다보고 미리 뛰어드는 건 분명히 모험이다.
모험은 모험이지만 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의미없는 난리법석에 뛰어들 필요는 없지만 자칫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수가 있다.
긴장감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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