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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 인터뷰] 글로벌 마인드 ‘광고사관학교’
[인사담당자 인터뷰] 글로벌 마인드 ‘광고사관학교’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2.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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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입사원 채용은 끝났나요?”

“….”

대기업 채용시즌을 떠올리며 다소 의례적인 질문을 던졌더니 답변이 바로 나오질 않는다.
인재를 확보하는 일은 언제나 ‘ing’ 상태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제일기획 박용국(43) 인사팀장의 말이다.


“제약된 시·공간 속에서 채용하던 시대는 갔어요. 예컨대 과거 대규모 공채에 의존하던 시절, 국내 어느 지역에서 몇월 며칠까지 입사지원서를 받는 식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 거죠. 틀에 박힌 ‘전형’에 끼워맞추기보다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는 게 중요합니다.
” 이야기를 듣고 보니 시대에 뒤떨어진 질문을 한 것 같아 ‘아차’ 싶었다.


그렇다면 제일기획은 인재를 어떻게 발굴할까. 가만히 앉아서 인재를 맞이하진 않는다.
직접 발로 뛰는 것은 기본이다.
글로벌시대다 보니 국경도 넘나든다.
제일기획은 지난 10월 미주지역의 몇몇 대학을 돌며 취업의사가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다.
한인학생회의 도움을 받았다.
11월에는 중국에 가서 베이징대 등의 학생들을 만나고 왔다.
현재 인터뷰 결과를 검토중이며 조만간 사장이 직접 참여하는 2차 인터뷰를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 광고도 거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또 다국적 광고대행사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광고주들은 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죠. 최근 들어 국내외를 통틀어 인재를 찾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 지난해부터는 아예 미국, 인도, 브라질 출신의 외국인들이 본사에서 함께 근무한다.


국내에선 인턴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입사지원자가 여름방학에 연간 한차례 실시되는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올해의 경우 제작직 인턴 30명을 선발하는 데 1천여명이 몰렸다.
1시간 반 동안 광고시안을 작성해야 하는 실기 테스트가 가장 어려운 관문이다.
간부들이 합숙을 마다않고 출제한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가상의 상황에서 우선 제품의 문제점을 알아내고 이를 극복할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교한 기술을 부리는 능력보다는 광고인이 되기 위한 자질이 있는지를 봅니다.
독창적이면서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야겠지요.” 실기 테스트 후에 실시하는 면접단계에서 특징적인 것은 토론식 면접을 거쳐 팀워크를 이뤄내는 능력이 있는지 주의깊게 살펴본다는 점이다.
광고업의 특성상 팀작업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역량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일만큼이나 중요시되는 것은 광고 전문인력으로의 양성이다.
광고사관학교라는 별명이 붙은 제일기획은 매년 인력양성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인재 확보에서 중요하게 보는 ‘창의력’과 ‘글로벌 감각’은 직원교육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키워드다.
“세계 각지에서 이질적 문화를 체험한 다양한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은 새로운 수준의 경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수한 인재만 데려왔다고 끝나는 게 아니더군요. 단순히 제일기획에 맞게 적응시키는 것보다 새로운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 대학과 연계한 10주 과정의 브랜드 전문가 양성과정과 해외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 이수, 해외 제휴사 파견근무 등의 3단계 과정을 이미 실시하고 있거나 구상중인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인력양성 후보군’이다.
제일기획은 경력이나 직급과 무관하게 매년 전체 직원의 40%가량을 후보군으로 선발한다.
후보군에 들려면 외국어 실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일단 후보군에 포함되면 각종 해외연수 프로그램 등에서 우선 기회를 준다.
이밖에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고 10개월이 지나 어학실력이 업그레이드되면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외국어펀드’를 최근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광고회사가 원하는 창의성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광고는 꿈을 파는 직업입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러려면 우선 다양한 체험을 많이 해야겠죠. 그것이 여행이든, 사회봉사 활동이든, 책을 많이 읽는 것이든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체험이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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