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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세계] MBA 생활을 마무리하며
[MBA 세계] MBA 생활을 마무리하며
  • 이철민/ 보스턴컨설팅그룹 컨
  • 승인 2002.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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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맞은 두번째 겨울방학은 인터뷰 준비로 마음이 무거웠던 첫번째 겨울방학과는 사뭇 달랐다.
모든 것을 다 마쳤다는 홀가분한 생각에 엄청난 심리적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만끽하기 위해 나는 처와 함께 뉴올리언스, 올랜도 등 남부에 있는 미국 도시들로 여행을 다녔다.
뉴욕, 보스턴, 워싱턴 등 동북부지역의 도시들은 이미 충분히 구경한 터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남부 도시들을 선택했던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남부의 도시들은 일부러 관광을 가지 않으면 방문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도 이런 선택을 하게 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따뜻한 남부에서 겨울방학을 보낸 뒤 시작한 3학기는 정말로 별다른 특이한 점이 없었다.
물론 수업을 듣는 과목들 자체는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고 깊이가 깊어졌기 때문에 여전히 부담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고 2학년 3학기를 맞이한 입장에서 보면, 그저 쌓여 있는 ‘관록’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정도의 수준을 넘지 않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동기들은 공부 이외의 다양한 생활에 3학기를 많이 할애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싸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다시 골프에 집중했다.
몇만원 정도로 아주 싸게 산 중고 골프클럽은 후배에게 물려주고 한국으로 갖고 갈 새 골프클럽을 장만해 일주일에 2~3번 정도 필드에 나갔다.
꼭 타수를 줄이겠다는 강박관념이 없어서 그런지 쉽게 실력이 늘지는 않았다.
하지만 더램만의 따스한 날씨에 확 트인 골프코스를 거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3학기를 보내고 맞이한 봄방학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에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한국으로 갖고 갈 물건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비싼 고가품들을 산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비싼 편인 캐주얼이나 정장 등 옷가지와 전자제품을 몇가지 구입했다.
또한 한국으로 돌아와 살 집을 미리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국으로 들어와 집을 계약하기도 했다.
집까지 계약하고 다시 더램으로 돌아온 뒤에는 진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것이 차츰 실감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 두 과목만 들어도 됐기 때문에 사실상 방학과 큰 차이가 없었던 4학기 때는 한국으로 짐을 보내고 이런저런 서류처리를 하면서 차츰 몸과 마음을 한국 생활에 적응시켜나갔다.
오랜 기간 준비를 해서인지 막상 졸업식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와도 마음은 담담했다.
그동안 정이 들었던 선후배, 동기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도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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