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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분단의 비극은 계속된다
[영화] 분단의 비극은 계속된다
  • 이성욱/ <한겨레21> 기자
  • 승인 2002.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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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8번째 작품 '해안선'은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먼저 관객과 만났다.
데뷔작 '악어'가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파노라마부문에 조용히 상영됐던 것에 비하면, 김기덕 감독은 엄청난 속도로 지명도를 높였다.
애초 2억원짜리로 기획된 저예산영화 '해안선'에는 일급 스타 장동건이 '나쁜 남자'를 보고 자진해서 배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감독은 장동건의 스타성에 ‘누’를 끼칠 만한 장면을 넣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위악적 인간들의 처절한 본능이 어떻게 타인을 다시 짓밟는지를 날것처럼 보여주는 김기덕 감독 특유의 재능은 여전하지만, 섬뜩한 그 긴장감은 뚜렷히 이완됐다.


시적 혹은 미술적 이미지도 대폭 줄었다.
그 자리를 대체한 건 그동안 좀체 드러내지 않았던 사회적 메시지다.
감독 자신이 5년 동안 해병대 생활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군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비극성을 한반도 전체의 모순으로 확장해 은유해내려 한다.
이따금 튀어나오는 비약과 과장이 불편하지만 이건 김기덕 영화의 한 요소가 된 지 오래다.


간첩 체포가 꿈인 해안선 초소 병사(장동건)가 제한구역 안에서 마을 처녀와 정사를 벌이던 마을 청년을 간첩으로 오인해 사살한다.
처녀는 미쳐버리고 다른 군인들에게 몸을 유린당한다.
초소 병사는 자책감에 시달리다 정신이 이상해져 의병제대를 하지만 부대 주변을 맴돈다.
처녀와 초소 병사의 뒤틀림은 다른 부대원들로 조금씩 전이되고 비극의 강도는 가속도를 얻는다.


부산영화제 개막식 직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NHK' 기자는 감독에게는 “영화에 가까운 실제 상황을 군에서 경험했느냐”고, 장동건에게는 “마침 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도 벌어지는데 병역의 의무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영화의 진지한 태도나 극적 상황들을 보면 이건 생뚱맞은 질문이 아니다.


감독은 레이더 기지에 근무하면서 겪은 조건은 영화 속 군인의 조건과 비슷했고 대간첩 작전이나 각종 사고에 대해 들었던 것에 자료조사를 덧붙여 영화적으로 표현했다고 답했다.
장동건은 “남북 통일 전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모범답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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