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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스템 속에서 인과관계 찾아라
[서평] 시스템 속에서 인과관계 찾아라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2.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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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란 특정한 목표 아래 각 부분들이 복잡하고 통일된 전체를 구성하기 위해 모여 있는 집합이다.
각 부분들은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상호의존한다.
각 부분들이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부분들을 모아놓은 단순한 덩어리일 뿐이다.


시스템의 대전제 속에 하나의 조직을 상상해보자. 조직원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데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인과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며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매달리는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조직학습과 조직변화 이론 전문가인 데이비드 허친스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라고 주문한다.
그는 펭귄의 우화를 통해 ‘시스템 사고’의 중요성과 방법을 설명하고, 인과관계 유형들과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펭귄과 바다코끼리 간의 계약


북극의 빙산 위에 사는 펭귄들이 인근의 뭍에 사는 바다코끼리와 협약을 맺는다.
바다코끼리들이 펭귄의 영역인 빙산 아래 바닷속 깊이 있는 대합을 따서 펭귄과 함께 나눠먹고, 바다코끼리는 펭귄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 협정의 주요 내용이다.
펭귄이 협약을 맺은 이유는 대합을 좋아하지만 대합을 따올 만큼 오래 잠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협약은 대성공을 거둬, 빙산 위에는 대합이 넉넉해졌다.
이 소문이 퍼져나가자 이웃에 사는 펭귄과 바다코끼리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바다코끼리에 깔려 죽는 펭귄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펭귄과 바다코끼리의 분쟁이 잦아졌다.


펭귄들은 하나둘 풍요의 섬을 떠나가고 남아 있던 펭귄들은 문제의 원인을 찾아나선다.
‘스피키’라는 영리한 펭귄이 드디어 원인을 찾아낸다.
아뿔사,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빙산이 가라앉고 있었던 것이다.


데이비드 허친스에 따르면 ‘시스템 사고’란 세상의 복잡한 인과관계 유형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물 자체보다는 사물과 사물간의 관계, 정지된 화면보다는 변화의 유형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또 모든 시스템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결합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큰 시스템 안에서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며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을 갖는다.
아울러 그 시스템 안에서는 피드백이 이뤄진다.


또한 데이비드 허친스는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모든 행위들의 인과관계는 두가지 기본 과정을 따른다고 이야기한다.
하나는 강화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균형화과정이다.
일련의 과제를 풀기 위해 열심히 일한 만큼 성과가 나는 게 강화과정이다.
그러나 모든 강화과정은 한계를 안고 있다.
긍정적 강화과정과 부정적 강화과정의 두가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펭귄과 바다코끼리의 수가 증가할수록 대합 수확량이 증가한다.
그만큼 빙산의 매력도 늘어나기 때문에 빙산에 대한 긍정적 입소문은 펭귄과 바다코끼리 수를 증가시키는 긍정적 강화과정이다.
부정적 강화과정도 덧붙인다.
펭귄과 바다코끼리 수가 계속 증가하면 그들 몸무게의 합은 빙산의 한계에 도달한다.
빙산이 가라앉고 공간이 좁아지면서 영역 다툼이 증가해 빙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결국 부정적 강화과정은 또 다른 균형화과정의 시발점이 된다.
일정한 수준을 초과하면 성장을 막는 균형화과정이 시작된다는 논리다.



단선적 사고에서 벗어나라


데이비드 허친스는 개별적 사건들 너머로 장기적 패턴을 볼 수 있다는 게 시스템 사고의 최대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펭귄들이 빙산이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찾아낸 것도 시스템 사고의 덕분이라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자 펭귄들은 바다코끼리, 대합, 펭귄간의 순환관계를 따져본 끝에 펭귄과 바다코끼리 거주자 수에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모두가 원하는 대합 수확량을 늘리면서도 빙산이 가라앉지 않도록 수확한 대합을 다른 빙산들로 실어나르는 정기왕복운행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각지의 펭귄들이 어디서나 주문할 수 있는 ‘대합닷컴’도 오픈했다.


데이비드 허친스는 이 책에서 단선적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시스템 사고’로 전환하라고 주문한다.
“내가 결혼생활에 실패한 건 남편이 일 중독자였기 때문이야.”, “우리 도시의 실업률이 떨어졌으니까 시장을 다음에도 뽑아주어야 해.” 이런 생각들이 단선적 사고의 예다.
“A 때문에 B다”라는 단선적 사고는 현실에 숨어 있는 복잡한 여러 인과관계를 거의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펭귄의 교훈처럼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스템에 갇히게 된다.
시스템 구조를 더 잘 이해할수록 변환에 더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시스템 이론가 다니엘 H. 킴은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는 시스템 안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위에서 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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