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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4. 국내 실무 전문가 초청 좌담회
관련기사4. 국내 실무 전문가 초청 좌담회
  • 이원재 기자
  • 승인 2002.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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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21'은 4회에 걸친 사회책임투자(SRI) 해외기획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국내 실무 전문가 4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재무 성과로 계량화하는 평가작업이 지금 단계에서 SRI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평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이 사업보고서를 내듯이 ‘사회보고서’나 ‘지속가능보고서’ 형태의 통합된 사회적 성과보고서를 내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임대웅(에코프론티어 에코시스템연구소 책임연구원)















임창희(LG화학 환경안전팀장·부장)















최정철(사회책임투자운동 운영위원·신화컨설팅 대표·경제학박사)














허용(삼성투신운용 리서치팀 선임)














사회 최우성('Economy21' 편집장 직무대행)





최우성 'Economy21'에 실린 사회책임투자(SRI) 기획연재 기사에 대한 독후감부터 들어보자.

최정철 일단 기사 보고 매우 반가웠다.
새롭고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본다.
그동안 SRI와 관련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해왔는데, 이런 얘기를 언론에서 다룰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찰나에 기사가 나왔다.


임대웅 지난 1996년, 현재 아시아SRI협회장인 테사 테넌트가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한국에 왔었다.
당시 그는 한 SRI펀드의 아시아 담당이었다.
그런데 결국 투자를 못하고 갔다.
기업들이 환경보고서 등 사회책임성 평가자료를 만들고 있지 않아서 평가가 불가능해서였다.
결국 테넌트는 그 돈을 들고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가서 투자했다.
그 뒤 6년이 지났는데, 언론에서 다룰 만큼 논의가 진전된 것 같아 기쁘다.


허용 사실 삼성투신운용은 SRI펀드를 사실상 국내 최초로 출범시켰다.
2001년 8월에 처음 에코펀드가 출범했는데, 준비기간이 6개월 정도 됐다.
당시 펀드 출범을 준비하면서 국내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금융밖에 모르니 환경 전문가들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다.
새로운 개념이라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그래도 1년쯤 되니까 반향이 좀 생기는 것 같다.
학생들이나 일반 투자자들도 문의를 해오곤 한다.
'Economy21' 시리즈가 대중적으로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것 같다.


최우성 사실 SRI의 정의조차도 아직 분명하게 정리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 SRI 문제를 제기하는 게 한국에서는 시기상조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허용 투신운용사는 어차피 수익률 관점에서 SRI를 본다.
그런 부분에서 환경 전문가들과 관점이 조금 다르다.
우리가 보기에 SRI라는 건 결국 일종의 역발상 투자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이익이 될 것 같지 않은 사회책임 관련 투자가, 결국 발생가능한 큰 비용을 미리 막는 역할을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금융과 환경이 접점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우리가 운용중인 에코펀드도 SRI의 일부다.
직접 운용해보니 관건은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더라. 현재 기업의 환경 관련 평가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중인데, 앞으로는 전문 평가사에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평가와 적용이 활발해져야 논의가 발전될 거다.
아직은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다.


최정철 SRI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서구에서는 ‘기업의 사회 책임’이라는 30년 역사를 가진 개념과 맞물려 있다.
한국에서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가 '한겨레'와 함께 10년 전부터 포괄적 사회책임지표를 만들어 ‘경제정의기업상’을 주고 있다.
그런데 서구에서 SRI가 주류 투자방법으로 스며들기 시작하는 지금, 한국에서는 기업의 사회책임 문제를 아직도 투자에 접목하지 못하고 있다.
시기상조라는 말은 그러니 어불성설이다.
경제규모나 인식수준을 고려할 때, 오히려 너무 늦었다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SRI에 대해서 ‘재무적인 것’을 보조하는 부수적 기업평가지표라는 오해를 많이 하는데, 오히려 나는 SRI 방식이야말로 기업의 본질적 미래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대기업들조차 IMF 뒤 기업 내부적으로 사업성 평가를 하는 방법이 바뀌었다.
과거 재무적으로만 사업성과를 평가하던 것에서, 내부 프로세스와 고객만족, 조직의 성장과 학습 등 두가지 가치를 덧붙인다.
재무적 성과만으로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평가하지 못한다는 반성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SRI는 여기에 기업내의 지적 자산이나 사회적 성과를 추가해야 한다는 논의다.
환경만 얘기하다 보니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종업원 등 인적자산 가치, 기업지배구조 등을 기업가치평가에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치를 빼고 나면, 결국 본질에서 벗어난 투자를 하게 된다는 얘기다.


임대웅 처음 SRI에 접근할 때 환경보고서와 관련해서 연구를 시작했다.
기업의 환경 보고와 관련해서 세계에서 최고 전문가라는 글래스고대학의 교수를 직접 찾아갔었다.
그런데 그의 첫마디는 ‘루소를 아느냐’는 말이었다.
SRI의 기저에는 루소의 사회계약설이 있다는 것이다.
즉 기업은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가 계약을 맺고 영업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철학에서 SRI가 출발한다는 얘기였다.
여기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SRI의 또 다른 이슈가 된다.
지속가능성을 따져볼 때 재무적 부문이 있을 테고 사회적 부문이 있을 텐데, 이 가운데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부문을 투자판단 때 감안하는 게 SRI다.
이 두가지를 요약하면, 결국 SRI란 단지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기업에 투자하자는 게 아니고, 기업가치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제대로 측정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외국 환경신용평가 회사들은 그래서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기업가치’ 평가사라고 부른다.
이른바 글로벌스탠더드란 게 있고 한번 사고가 터지면 기업가치에 바로 반영되는 환경 영역에서 시작해서, 사회문제, 그리고 지적재산으로 발전하더라.

임창희 기업쪽에서 보면 현재는 환경안전과 관련한 기업활동을 사회적 책임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기업들은 이미 환경안전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언젠가 큰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인식 아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환경안전 투자에 나서고 있다.
화학산업의 경우는 환경안전 측면에서 이미지가 굉장히 좋지 않다.
전체 산업을 비교했을 때, 담배산업을 빼고는 가장 인식이 나쁘지 않을까.(웃음) ‘화학공장’하면 우선 공해부터 생각나지 않는가. 그래서 화학산업에서는 ‘책임활동’(RC·Responsible Care)이라고 해서 환경안전 측면의 활동에 함께 나서고 있다.
생존차원에서 환경 관련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3년 전부터 RC 활동을 시작했다.
내용은 주로 종업원과 기업 주변 지역주민을 환경문제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RC 보고서를 내고, 좀더 선진기업에서는 환경안전 문제에다 재무제표를 연결시켜 지속가능보고서라는 제목으로 내기도 한다.
지난해까지는 주로 RC 아니면 환경보고서였는데 올해부터 지속가능보고서라는 제목이 등장하더라.

최정철 재무성과는 측정이 쉽고 환경이나 사회적 성과는 측정이 어렵다는 생각에 반대한다.
환경이나 사회적 성과도 충분히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업이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게 문제이지, 일상적 기업활동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매우 풍부하다.
유럽의 사회보고서만 봐도 알 수 있다.
임금이나 노동시간, 장애인 고용비율 등이 객관적 지표가 아니란 말인가. 환경만 놓고 본다면 에너지 사용량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측정 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이미 기업 내부에서는 이런 수치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단지 투자지표로 가공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임창희 맞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환경성과는 측정이 충분히 가능하다.
측정의 기준, 즉 표준화가 문제일 뿐이다.
표준화만 된다면 재무제표 수준까지도 데이터가 나올 수 있다.
이미 최근에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사회에 공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환경분야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다.
정성적으로만 경영진을 설득해서는 설득이 되지 않으니까, 각종 지표를 동원해 환경안전투자의 효과를 재무적 성과와 연결시켜서 설득하는 것이다.
그래서 객관화 정량화 작업을 기업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
이를 환경보고서와 연결시킬 수도 있고, 기업의 리스크 평가와 연결시키거나, 기업가치와 연결시켜서 주가나 이자율에 영향을 끼치게 할 수도 있다.
아직 국내 경영진들은 환경안전·사회문제에 관심이 적은 편이지만, 이를 주가나 이자율에 연결시키면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다.


최정철 펀드매니저들이 사회적 성과 자료를 기업에 요구하지 않으니까 투자 이슈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투자자들이 요구했으니까 SRI가 일반화된 거다.
평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다.


허용 기존 펀드도 물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했다.
단지 그게 펀드매니저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했던 것이다.
재무적 면은 수치로 객관화해서 보고, 기업의 지속가능성부문은 주관적으로 해석했다.
이걸 객관화하는 게 SRI라고 본다.
어떻든 아직은 재무적 성과가 더 객관적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 사회인식이다.
사회적 성과 관련 데이터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평가방법만 구체화되고 모아진다면 SRI 논의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본다.
평가가 아직은 추상적이고 거칠다.


최정철 명확한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느냐와 평가방법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는 두가지의 다른 문제로 보는 게 좋겠다.


임대웅 말씀하신 대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노동·환경 등 사회적 성과에 대한 정보를 금융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주는 것이다.
우리 같은 평가기관이나 학계에서 해야 하는 가장 큰 일이 그거라고 본다.


임창희 재무적 성과와 연결시키는 것은 환경안전투자와 기업의 재무적 이익이 단기적으로 반비례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최정철 IMF 이후 대기업들은 기업 내부 사업평가를 할 때는 이미 재무적 성과 이외의 부문을 평가한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기업들이 시장에다 그런 자료를 제공하고 사회적 성과 평가를 받기는 꺼리고 있다.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옳다.
또 증권업계에서도 이제 재무인 요인과 다른 요인을 명확히 구분해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하는 게 맞다.


최우성 국내에서 SRI라는 게 한단계 더 성숙할 수 있으려면 일종의 인프라가 필요할 것 같다.
제도적으로 국가가 기업에 사회보고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인프라가 시급한지 얘기해보자.

허용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
SRI가 지향하는 가치들이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로 모아질 때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본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직은 일반인들이 SRI를 이해하지 못한다.
재무적 지표 개념조차도 일반 투자자를 이해시키기가 어려운데, SRI는 이해시키기 더 어렵지 않느냐. 우량기업에만 투자하는 우리 에코펀드만 해도, 코스닥의 자그마한 환경 관련 기업들에만 투자하는 펀드 아니냐는 오해가 있을 정도다.
결국 이걸 해야 사회와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정부도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최우성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평가한다고 할 때, 기업들이 자료공개를 잘 하지 않는 것도 문제 아닌가.

임창희 기업이 숨기려고 한다는 것은 오해다.
사실 주요 기업들은 분위기만 되면 충분히 자료를 내놓을 것이다.
단지 자료가 잘못 인용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 때문에 꺼리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예를 들면 환경 관련 투자 데이터를 달라고 하면, 무엇을 환경투자로 볼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자료제공에 주저하게 된다.
이미 필요한 투자를 다 마쳐서 올해 수치가 작은 기업도 있을 것이고, 환경투자의 정의를 다른 기업보다 좁게 내리고 있어서 수치가 작은 기업도 있을 것이다.
이런 수치에 대해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개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가이드라인만 명확해지면 다들 받아들일 것이다.


최정철 어쩌면 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를 알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거기에 못미치고 있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웃음)

최우성 SRI가 장기투자라는 점에서 보면 연기금과 잘 어울리는 것 아니냐.

최정철 이미 영국이 2000년에 연기금의 SRI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했다.
연기금의 투자는 당연히 SR I관점에서 하는 게 옳다.
도입예정인 기업연금도 마찬가지다.


임대웅 89년에 유럽에서 처음 환경보고서가 나오고, 90년대 미국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도 장기투자와 관련이 있다.
장기투자자금이 주식시장의 30~40%까지 가면서 이런 움직임이 나온 것이다.
10년, 20년을 묻어두는 초장기투자자들이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SRI가 활성화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연기금이 나선다면 사회 분위기는 탄력을 받을 거라고 본다.


허용 사실 펀드매니저들도 장기투자하고 싶다.
SRI 개념을 갖지 않은 펀드매니저라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연기금까지를 포함해 모든 투자자들이 단기투자에 나서고 있는 게 문제다.
단기성과가 나지 않으면 여차하면 돈을 빼내버린다.
이게 운용사들의 고민이다.
연기금의 장기투자자화를 의미하는 SRI투자 법제화는 이런 의미에서도 증권업계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임대웅 어느 대기업 계열사를 갔는데, 국제 사회보고서 관련 NGO인 GRI 기준에 맞춘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더라. 왜 그러냐고 했더니 영국, 독일 등의 지사에서 자금이 필요해 금융사에 가면 꼭 보고서를 내놓으라고 해서 스트레스 받아서 준비한다고 하더라.

허용 사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성과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훨씬 유리할 수 있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여기에 대한 보완책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최정철 SRI가 말씀처럼 처음에는 대기업들이 해외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도입됐다.
그런데 이제 국내 자금쪽으로 시각을 돌릴 때가 아닌가 싶다.
국내 자금이라면 중소기업을 소외시키지 않고도 SRI에 나설 수 있다.
사회책임투자운동은 130개 우량기업을 평가해 여성고용평등펀드를 만들려고 준비중이다.
그런데 여성 고용 비율을 평가하다 보니 꼭 대기업만 유리하지는 않더라. 여성관리직 비율이 높은 중견기업이 의외로 있더라.

최우성 법인자금에 집착하지 말고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나서보면 어떤가.

허용 최근 삼성투신운용은 적립식 펀드를 내놓았다.
적금처럼 정기적으로 돈을 집어넣는 펀드다.
이건 노후를 대비한 매우 장기적 펀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이 확산된다면 SRI는 긍정적 영향을 받을 거다.
장기투자가 대세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 관련기관들을 포함해 모든 자금이 너무나 단기적인 것도 사실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지만, 아직은 더디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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