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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공기좋고 집값싸고 ‘도심 탈출’
[호주] 공기좋고 집값싸고 ‘도심 탈출’
  • 시드니=권기정 통신원
  • 승인 2002.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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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시드니 도심을 버리고 교외로 떠나는 사람들의 행렬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원래 호주에서는 집이 아무리 작더라도 시내 한가운데서 살겠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도심 생활의 편리함을 벗어던지기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시드니 시내의 평균 집값이 대략 50만호주달러를 넘어선 즈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차츰 외곽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시드니 외곽지역이 부쩍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훨씬 싼 가격에 넓은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부쩍 인기를 끄는 지역으로는 시드니 북쪽이나 북서쪽 외곽지역, 블루마운틴 외곽지역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블루마운틴 외곽의 경우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무엇보다도 인근의 리버풀, 파라마타 등 부심지역에 풍부한 일자리가 있기 때문에 출퇴근에 유리하다.
시드니 북쪽의 킬라라지역은 1000제곱미터 넓이의 주택 한채 가격이 대략 60만~70만호주달러에 이른다.
이 정도면 도심부에 있는 주택에 비해 가격 대비 효용이 훨씬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집값이 싸다는 게 유일한 매력은 아니다.
특히 자녀를 둔 중상층 가정일수록 자녀들을 위해 교외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택을 구입할 때 넓은 생활공간과 안전문제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드니대학 인류학 교수인 스티븐 후안 박사는 “시드니 시내에서 갱이나 공해, 그리고 마약 같은 문제들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런 요인들이 도심 탈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내년 부동산 시장 버블 우려도


시드니 남부 외곽지역에 요즘 들어 발길이 이어지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 지역에는 초등학교 7곳과 유치원 8곳이 몰려 있어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650제곱미터 넓이의 주택 한채가 대략 50만호주달러에 거래될 만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외곽에 자리잡은데다 인근에 소위 명문학교가 있는 지역은 가장 큰 인기를 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그랜드빌, 헌터스힐, 에핑 등 시드니 북서쪽 외곽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2001년도 대학입학시험(HSC)을 기준으로 최고의 명문 ‘셀렉티브’(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공립 특별고등학교)로 꼽히는 학교들이 몰려 있다.
600제곱미터 한채에 85만호주달러에 이를 만큼 이 지역의 평균 집값이 높은데도 요즘 들어 전입자가 늘어나는 데는 이런 조건이 한몫 했다.
이런 현상은 쾌적한 주위환경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명문학교들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캐슬힐지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은 시원하게 뚫린 M2고속도로를 이용해 시드니 도심부로 손쉽게 연결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처럼 중상층 가정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도심 탈출 현상이 부쩍 잦아지면서 오랜 기간 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호주 부동산 가격이 덩달아 들먹거리고 있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전반적으로 호주의 내년도 부동산 경기가 한껏 달아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도심을 선호하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는 지금, 집값도 싸고 주거환경도 괜찮은 곳으로 옮겨가려는 호주인들의 발걸음이 가져올 파장은 에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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