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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면접시험 풍속도가 바뀐다
[커리어] 면접시험 풍속도가 바뀐다
  • 이은창/ 스카우트 홍보팀장
  • 승인 2002.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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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신규사원을 채용할 때 필기시험을 없애면서 면접 비중을 갈수록 높이고 있다.
이제 학력이나 학점, 자격증, 어학실력 등은 채용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라기보다는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면접의 중요성을 높이면서 주요 기업들은 우수인력을 정확하게 판별하기 위해 다양하고 차별화한 면접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기재사항들 가운데 “고향이 어딘가?” “가족사항은?” 등의 신변에 대한 질문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질문보다는 “당신은 회사와 잘 어울리지 않는 거 같은데…” 등의 공격적이고 다소 놀랄 만한 질문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면접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은 채용방식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업들은 몇년 전부터 대규모 공채보다는 소수·수시채용, 경력사원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채용에나 필요함직한 필기시험 따위는 자연스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 등을 통해 학력과 전공, 어학실력, 나이, 경력, 자격증 등을 보는 고정적, 객관적 평가는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는다.


면접에서는 잠재능력과 전문지식, 적성, 적응력, 인성 등 아무래도 가변적이고 주관적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적절한 면접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무진까지 면접위원 대폭 넓혀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최근 기업들이 면접과정에서 다면접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면접방식이란 임원들은 물론, 현업부서의 팀장 등이 참가해 가능한 한 주관적 판단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면접위원이 지원자들을 비교 평가할 수 있어 기업들은 다면접방식을 선호한다.
지원자들은 다양한 질문이 나오고 다각도로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삼성은 적성평가 위주였던 기존 면접제도를 개선해 창의성과 도전정신, 문제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새로운 평가기준을 도입했다.
면접시간도 60분에서 160분으로 크게 늘렸다.
평가방식도 인성 평가, 개인능력 평가, 조직 적응력 평가의 3단계로 세분화했다.
또한 면접위원은 인사부서에서 현업부서까지, 임원부터 부장이나 과장까지 폭넓고 다양하게 구성했다.


면접질문을 정형화한 LG전자는 인터넷으로 20분 동안 객관식으로 구성한 가상의 직무상황 24문항을 제시해 피면접자의 답변을 듣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답변을 평가해 근거자료로 사용하거나 새로운 질문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기업들은 해당 직무나 업종에 따라서도 색다른 평가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면접은 기업에서 입사를 결정하는 마지막 관문으로 짧은 시간에 지원자의 능력과 적성 등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별화한 면접방식 도입은 객관적 자료로 사람을 평가하기보다는 실무능력에 대한 평가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면접 형태나 질문 등도 실무능력 측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승무원 채용과정에서 국내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역할극’(role play) 면접을 실시했다.
가상의 기내 상황을 만들어놓고 승객들의 요구나 비행기 안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등을 테스트한 것이다.
역할극 배점도 자그마치 30%에 이른다.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5~10년 동안 근무한 베테랑 여승무원 12명이 교대로 승객역할을 하면서 응시생들에게 각종 주문이나 돌발적 행동, 질문을 하고 응시자들의 태도를 관찰한 뒤 점수를 매겼다.
대한항공이 준비한 가상상황은 승객이 승무원에게 치근덕거릴 때, 승객이 아플 때, 커피를 쏟았을 때, 어린이 승객이 소란을 피울 때 등 다양했다.
각 상황마다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승객들에게 주는 호감이나 순발력, 재치 등이 중요한 평가요소였다.


삼성물산에선 실전에서 어학실력을 평가하기 위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영어 프리젠테이션 제도를 도입했다.
업종 특성으로 볼 때 국제적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지원자들에게는 구체적 해외사업 사례를 주고 사업 타당성 분석과 문제 해결방안 등을 10여분 동안 영어로 설명하는 테스트를 한다.


샘표식품은 신입사원을 선발하면서 사흘 동안 요리면접을 실시했다.
지원자들은 4명이 한조가 돼서 창의적 요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회사쪽은 최대 고객인 주부들의 심정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같은 면접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회사정보·시장동향 충분히 준비해야


현대자동차는 올해 처음으로 부문별로 특성화된 ‘실무형 면접’을 실시했다.
지원자들이 신청한 업무부문과 관계없이 그동안 획일적으로 면접하던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우선 일반사무, 영업관리, 생산관리, 연구개발 등 희망분야별로 지원자들을 나눴다.
그 다음 과·차장급의 실무자들과 중역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이나 소양을 갖췄는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특히 실무면접에서는 면접관들이 지원자의 학력, 학점, 출신지역 등을 전혀 알 수 없도록 하는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해 실무능력 평가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외식업체인 TGI는 ‘생일파티’, ‘퍼피독 서비스’ 등 고객 이벤트를 잘하는 사원을 뽑기 위해 기타와 노래실력을 평가항목에 넣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 취업 포털사이트인 스카우트 www.scout.co.kr에서 기업체 인사담당자 596명을 대상으로 ‘면접시 가장 싫은 구직자’를 묻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무 준비없이 몸만 온 구직자”가 32.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도 면접에 지각했거나(25.2%), 급여에만 관심을 보이거나(19.5%), 전 직장을 비난하는 경우(17.3%) 등이 면접에서 점수를 크게 잃는 것으로 조사됐다.


면접은 입사 지원자와 회사가 처음 만나는 자리다.
인간관계에서 첫인상이 중요한 만큼 면접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면접관에게 호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면접에 들어가기 전 회사에 대한 기본 정보와 시장동향을 충분히 공부하고 가야 간다.
또한 막연히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대답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해서 회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있는 어조가 중요하다.


아울러 다소 당황스러운 질문이 나오더라도 말을 더듬지 말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천천히 말하는 게 좋다.
답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면접관으로부터 신중한 사람이라는 평가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내가 만약 면접관이라면 어떤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줄 것인가를 ‘역지사지’의 태도로 생각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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