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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략회의] 고유선 /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
[투자전략회의] 고유선 /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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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이코노미스트들한테 올해는 악몽 같은 한해로 기억될 듯하다.
미국 대통령은 전쟁 위협으로,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은 더블딥 논란으로,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엇갈린 기업실적 전망으로 미국 증시는 물론 우리 증시까지 종잡을 수 없이 흔들어댔다.
과연 내년엔 나아질까? 고유선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듣노라면 내년에도 미국산 ‘경제 독감’의 위세는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고유선 미국은 지금 소비과잉, 공급과잉에 빠져 있다.
내년은 소비부채와 공급과잉을 줄이는 시기가 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전세계적 초저금리 기조 속에 진입했다.
게다가 미국 경제의 회복 여건이 좋지 않아 우리 수출환경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엔 우리 경제성장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1분기엔 미국-이라크 전쟁과 한국 수출 둔화가 나타나면서 경기가 완만한 둔화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봉추 내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가.

고유선 전쟁 불확실성 때문에 고용, 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은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듯하다.
회복세는 하반기부터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 이익도 가시적 회복은 힘들 것이다.
2004년이 돼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10년 만에 오는 전통업 설비교체기, 15년 만에 오는 컴퓨터업 설비교체기가 2004, 2005년 중에 온 것으로 본다.
이러한 강한 투자 상승기는 한국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봉추 올해 8, 9월 폭락장이나 10월 급등장은 미국에서 기업실적을 잘못 전망한 탓이 크지 않은가. 내년 미국 기업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고유선 올해 회계부정 사건이 터지면서 미국 기업실적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S&P에서 체계적으로 기업회계 기준을 잡고 있으니 내년엔 상황이 한결 나아질 것이다.
미국 실물경제에 비해 기업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과했기 때문이다.
또 공급과잉이 가격 결정력을 낮춰 기업의 이익을 저하시켰다.
내년 미국 기업의 이익 흐름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요인은 기업연금제도의 변화이다.
올해엔 미국 기업들이 영업이익을 못내 기업연금에 할당을 제대로 쌓지 못했다.
내년에 이익이 나면 고용인원을 위해 이익을 적립해야 한다.


사비에 미국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소비 위축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보는 것 같다.
전쟁이 터지면 걸프전 때처럼 보수적 소비행태가 더 확산되지 않겠는가.

고유선 소비심리의 급락이 장기화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회복은 내년 4분기에도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2004년에야 회복세가 분명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도 부채 규모가 워낙 커져 내년 연말까지는 수지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가계가 부채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한국은행이 가계 신용을 10%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내년에 소비심리가 강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말쯤 소비심리가 안정되고 증가율이 다소 회복하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사비에 전쟁 이후 소비 회복 추세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고유선 걸프전 때 상황을 보면 전쟁 발발 직후 소비증가율이 둔화되다가 5개월쯤 지나면 회복되기 시작했다.
특히 기업에 타격이 크다.
유가 상승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소비 위축으로 매출이 줄어든다.
유가가 2% 상승했을 때 미국 기업의 이익은 2분기 동안 내리 감소한다.
2분기 정도는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하다.
주식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 충격기가 매입기다.
전쟁이 단기적으로 끝나고 과거 유가파동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하반기엔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비에 올 연말에 미국 주식시장에 강한 반등이 나타났다.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을 제시하는 이코노미스트가 없다.
9주 정도 올랐다면 유의할 만한 현상 아닌가.

고유선 경제지표로 보아 경제상황이 최악은 지났다.
9, 10월 발표된 경제지표 중 소비심리지수, ISM(공급관리협회)지수 반등이 유의미했다.
이때 투자자들이 “설마 여기서 더 바닥으로 가겠느냐”는 심리를 갖게 됐다.
주식이 과매도된 상태였던 탓도 있다.
경제지표가 과도하게 떨어진 주가를 확인해줬다.
실물이 얼마나 받쳐주는가가 방향성 결정의 관건이다.


사비에 중요하게 보는 경제지표는.

고유선 산업생산과 산업생산능력의 갭을 본다.
갭이 좁아지면 과잉이 해소됐다는 뜻이다.
아직은 산업생산과 산업생산능력의 갭이 별로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지켜보는 지표이고, 단기적으로는 ISM지수, 경기선행지수, 연말 소비지출, 고용지표를 본다.
이중에서도 고용과 소비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사비에 올해 소비가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부동산값 상승의 영향이 컸다.
대선 이후 부동산값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다들 예측한다.
이것이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 것으로 보는가.

고유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부동산값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비에 아파트값을 말하는가. 최근 아파트값은 많이 떨어졌다.


고유선 전체 주택 매매 동향을 반영하는 국민은행 발표지수를 참조한다.
외환위기 때 같은 급락은 나타날 수 없다.
우리나라 부동산값이 오른 건 저금리 기조 탓도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에서 수요가 늘어난 탓도 있다.
또 악순환은 한은이 미리 막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만약 부동산값이 떨어지면 은행이 가계에 상환 압력을 넣을 것이고 가계는 부동산을 팔아 상환하려고 들 것이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은은 이런 악순환에 대해 알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죽이는 정책은 취하지 않을 것이다.


사비에 미국 경제팀이 바뀌면서 대규모 감세가 실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유선 감세정책이 미국 경제에 본질적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세는 일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고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1~2년 동안 버텼다.
감세로 가계에 돈이 들어온다고 해도 경기 하강국면을 오래 겪은 탓에 이젠 소비보다는 저축을 하려들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에선 이젠 기업실적도 세전 이익을 본다.
감세정책 덕에 미국 기업의 세후 이익은 크게 회복했지만 세전 이익은 바닥에서 약간 벗어난 정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시큰둥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회복하려면 채권을 많이 발행해야 한다.
그런 전망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리딩히터 개발도상국 주가는 박스권에서 움직인다.
우리나라 주가도 500에서 1000 사이에 영원히 갇히는 것 아닌가. 그러다가 아르헨티나처럼 무너질 수도 있지 않을까.

고유선 우리 경제 규모는 꾸준히 성장한 데 비해 우리 기업 이익은 일정 밴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의 이익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삼성전자, LG전자 등 일부 대기업은 이익구조가 바뀌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내년에 경기가 좋지 않아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이익을 낼 수 있다.
아직은 이런 초우량 기업이 몇개 되지 않지만 이런 기업들이 많아지면 종합주가지수 전망이 부정적이진 않을 것이다.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잘 이용하면서 이익구조를 안정적 구조로 바꾸면 우리나라도 지수 1000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봉추 대미 투자자산의 포트폴리오가 주식부문이 줄고 채권부문이 늘었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가.

고유선 주가가 오를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선 채권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면 반복되는 패턴이다.
당분간은 이러한 현상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은 주가엔 악재, 채권엔 호재로 작용한다.
전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하반기부터 자산 재배분이 일어날 수 있다.
완전히 추세 전환을 확인해야 자산 배분이 다시 일어날 것이다.


봉추 내년 금융시장 전망은.

고유선 내년 1분기까지는 3년채 국고채 채권수익률이 현 수준에서 5% 초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다.
2분기부터는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고 3분기부터는 금리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금리는 최근 주가와 함께 움직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원래 경기 후행지표였는데 선행지표처럼 돼가고 있다.
달러값은 내년 상반기엔 오를 전망이다.
내년 1, 2분기에 한국의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는 가운데 전쟁이 발발하면 달러 선호가 강해질 것이다.
달러 약세는 3, 4분기에 경기가 회복되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사비에 모든 자산에 대해 다 전망이 좋지 않다고 하신다.
내년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가.

고유선 그것이 바로 시중 부동자금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는 원인이다.
일단은 현금 비중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도 가계도 돈을 운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쟁이 나는지, 안 나는지 확인하고 이후에 주식투자를 생각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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