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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02년 경제 핫 이슈
[특집] 2002년 경제 핫 이슈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1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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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 부산은행장

구조개선으로 강한은행 부활


지난 2000년 부총재를 마지막으로 34년간의 한국은행 생활을 접고 고사 직전의 지방은행을 맡아 부산으로 내려갈 때 그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금융계 안팎에선 나이에 밀려 서울 시중은행에 반듯한 자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방행을 선택했다는 동정 어린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심훈(61) 부산은행장은 지방은행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탁월한 CEO로 다른 금융기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글로벌 금융환경에서 살아남고, 경쟁력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한 슈퍼 뱅크 탄생이 필수적이라는 논리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 부산은행의 부활은 전혀 뜻밖의 사건이다.
자산 16조원에 불과한 부산은행이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도퇴한다’는 절대명제를 가볍게 깨버린 것이다.
심훈 행장이 부임할 때만 해도 부산은행은 IMF 이후 계속된 경영난으로 누적적자가 1천억원대에 이르고 있었다.
부실채권도 많았고 직원 사기도 바닥이었다.
한마디로 언제 문을 닫을지 알 수 없는 위기였다.
그러나 심훈 행장의 주도로 지역밀착 경영에 주력한 부산은행은 마침내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 거듭났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523억원에 이어 올해는 16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9월말 현재 총자산이익률(ROA) 1.27%, 자기자본이익률(ROE) 24.03%,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2.99% 등 각종 경영지표도 국내 은행 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심훈 행장은 “국내 지방은행도 구조개선을 통해 얼마든지 대형 은행과 경쟁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은행 직원 대부분이 지역 출신이라는 단점은 반대로 가장 훌륭한 경쟁력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
지역은행의 성공 여부는 결국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신뢰에 달려 있다.
심훈 행장은 부임 이후 지역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지원을 늘리고 부산영화제 등 문화행사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고객과 주주 중심의 정도 경영도 부산은행의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다.
부산은행은 투자전문지 <씽크머니>가 증권사 애널리스트 1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정보공개의 성실성 평가에서 1위, 기업 투명성 평가에선 국민은행, 포스코, 신한지주, 하나은행에 이어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명박 / 서울시장

‘서울 신화 창조’ 불도저식 추진


지난 7월 서울시장에 취임한 이명박(61) 시장은 메가톤급 개발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단숨에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청계천 복원, 마곡지구 개발, 뉴타운 건설, 뚝섬 공원화 등 그가 쏟아내는 정책은 하나같이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만성적 땜질식 처방과는 전혀 다른 거시적 해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하는 쪽에선 ‘과연 이명박’이란 탄성이 터져나왔다.
다분히 낭만적 구상으로만 머물던 청계천 복원 문제를 눈앞의 현실로 만든 것도 이명박의 불도저식 추진력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뉴타운 건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이 시장은 ‘달동네의 처절한 삶을 살아본’ 자신만이 강북 재개발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졸속 개발로 손쉽게 매도하지 말아달라는 호소다.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숨가쁘게 쏟아내는 이명박 시장의 행보를 지켜보는 여론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을 개발독재시대로 오해하고 있거나 자신을 현대건설의 대표쯤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졌다.
‘이명박의 의욕 과잉’이 불러올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충분한 여론수렴과 사전 협의 없이 발표만 앞세우다 보니 크고 작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최근 시가 제출한 시청앞 광장과 뚝섬공원 조성비 전액을 삭감했다.
교통대란과 예산낭비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청계천 복원과 뉴타운 건설과 관련해서도 주변 상인과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여론과 정치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시장의 기세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모든 변화에는 고통과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민들의 성원이 있는 한 서울시는 전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다.


이 시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또 다른 과제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경영 마인드를 불어넣는 것이다.
지난 10월 시청 4급 이상 간부들을 삼성인력개발원에 모아놓고 실시한 연수의 정식 명칭이 ‘서울 신화 창조를 위한 공직자 경영 마인드 특별 연수’였다.
이 시장의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



박용성 /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부·재계 그릇된 처사에 일침


박용성(62)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올 한해 민감한 경제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며 재계의 대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선뜻 내놓고 말하기 껄끄러운 주장을 속시원하게 터뜨려 재계로부터 박수를 받았지만, 때로 정부나 노동계의 비난을 한몸에 받아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개의치 않고 여전히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소신파로 불리길 좋아한다.


올해 초반부터 박 회장은 정부 관료와 잇단 설전을 벌였다.
주5일 근무제 도입 문제를 놓고 방용석 노동부 장관과 맞붙은 박 회장은 “노는 제도를 국제기준으로 맞추려면 일하는 제도도 국제기준으로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노동조합을 지나치게 보호한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박 회장은 더 나아가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띠우기도 했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과는 정부의 대기업정책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는 누적투표제, 출자총액제한제도, 집단소송제 등 기업 규제의 백화점”이라며 경제력 집중 억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공정거래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12월에는 “차기 정부에서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실현되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의 엑소더스(해외 탈출)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독설은 재계 내부의 문제점으로 향하기도 했다.
포스코 주최 특강에서 그는 “한국 기업은 첨단기술을 좋아하는 첨단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하고 “누가 좋다고 하면 충분한 검토도 없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시장을 어지럽히는 들쥐떼 근성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지난 9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아들딸을 요직에 앉히고, 경영권을 주면 망하기 딱 십상”이라며 ‘한국식 족벌경영’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30대 재벌 중 16곳이 망했는데 이들은 모두 사업을 패밀리 비즈니스 식으로 하다가 그렇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거칠 것 없어 보이던 박 회장이 결정적으로 스타일을 구기는 일이 생겼다.
참여연대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한 두산의 편법증여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족벌체제의 폐해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박 회장으로선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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