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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학벌 타파해야 사회가 바로 선다”
[초대석] “학벌 타파해야 사회가 바로 선다”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2.1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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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학벌없는 사회 만들기’는 사립대교수, 변호사, 사립대학생 등 4명 명의로 “교육인적자원부가 국립대학을 편파 지원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교육부는 “국립대학은 국가가 설립한 국가기관이며 정부에서 유지, 경영할 의무가 있기에 국립대학 우선지원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도대체 왜 이런 논쟁이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일까. ‘학벌없는 사회 만들기’에서 활동하는 김동훈(43) 교수는 그 뿌리에는 서울대로 상징되는 피라미드형 학벌사회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사회가 학벌의 온상입니다.
대학사회의 최정상에는 서울대가 있죠.” 대학이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신분증이 되고 있는 사회적 풍토가 현실적으로 너무 안타깝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가 학벌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4학년 때다.
당시 교육부는 본고사를 폐지하고 예비고사 성적만으로 대학을 지원하게 했다.
교육부가 1점당 누계표를 발표하자, 언론에서는 전국의 대학들과 학과들을 점수별로 서열화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이런 사실에 분개해 항의성 투고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2000년 10월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을 만들게 된 데는 이런 경험들이 밑거름이 됐다.
“우리의 학벌체제는 파쇼체제입니다.
이 학벌 파쇼체제는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에 기초해 전 근대적 사회를 형성하고, 그 전위대는 바로 국립서울대학교죠.” 다만 김 교수는 ‘서울대’라는 특정한 학교를 겨냥한 것이 아니란다.
여기서 서울대라는 단어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로서, 국립대가 기능을 상실하고 기형적 학벌사회가 뿌리내린 현실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시제도가 비명문대생들에게는 사회 진출 기회를 제공하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도 서울대 법대 출신만이 대우받는 현실이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김 교수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서울대 타파’ 운운하는 게 우스갯소리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는 대학 재학중에 최연소 나이로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이후에는 독일 쾰른대로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를 받았고, 30대 초반에 이미 대학교수로 임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어린아이가 자라나서 서열화된 학벌사회를 힘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을 되물려받지 않도록 ‘일류대병 타파’를 계속 외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코 김 교수 혼자서만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건 분명하다.
올해 수능시험이 끝나고 몇몇 수험생이 성적을 비관해 자살했다는 소식에 그는 더욱 씁쓸해진다.
김 교수가 학벌주의 타파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바로 이런 사회병폐를 고쳐보고픈 열정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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