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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불량카드고객 15만명 영구퇴출,박종인/국민은행부행장
[사람들] 불량카드고객 15만명 영구퇴출,박종인/국민은행부행장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1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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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카드 사용자 중 3~4% 정도는 신용거래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잘 쓰고 잘 갚는’ 고객만을 상대로 영업할 겁니다.
” 국민은행은 11월말 자사 카드고객 중 신용이 불량한 15만명을 영구 퇴출시키는 파격조처를 시행한 바 있다.
박종인(48) 국민은행 부행장 겸 카드사업본부장은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상당한 고자세로 비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박 부행장은 삼성에서 20년을 몸담았다.
그중 10년이 그룹 회장비서실 소속으로 보낸 세월이다.
몇년 동안은 회장의 신년사와 연설문을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삼성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그는 1992년 무렵 그룹 CI작업을 총지휘하던 시절을 꼽았다.
타원형의 파란색 삼성로고가 그의 작품이다.
"미국의 세계적 디자이너에게 로고제작을 부탁했더니, 처음에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못하겠다더군요. 자동차부터 보험, 중장비, 식품 등 삼성이 손대는 수많은 사업을 하나로 상징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이유였어요.”

박종인 부행장은 94년 삼성카드로 옮기면서 카드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그 무렵 그는 국내 처음으로 전문 여성모집인을 대거 10만명이나 투입하면서, 카드업계의 마케팅 경쟁에 불을 지폈다.
“보험업계와 달리 카드업계에는 남성모집인만 있는 게 의아했어요. 부드러운 여성들이 가입을 권하면서 실적이 부쩍 좋아졌죠.”

2000년 말 주택은행 부행장 겸 카드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참신하다고 평가받은 시도를 거듭했다.
연회비가 1만원이 넘는 대신 서비스를 강화하고 대출이자를 깎아주는 식으로 은행업무와 연계한 i-NEED카드, 지금은 일반화했지만 주유할인을 처음 도입한 i-WIN카드 등을 잇따라 선보인 것이다.
올해 6월부터는 카드 적립포인트가 1천점만 돼도 바로 쓸 수 있는 아이포인트제도를 시작했다.


그는 신용카드업의 독특한 매력에 푹 빠진 듯하다.
“보험, 통신, 주류, 화장품, 카드 등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5대 분야 중에서도 카드업의 마케팅은 그 정교함과 다양함, 치열함에서 단연 최고입니다.
자금력으로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5~10원 단위를 놓고 미세한 머리싸움을 벌이기 일쑤예요. 하면 할수록 흥미있고 도전해볼 만한 분야입니다.


국민은행 카드사업본부와 자회사인 국민카드의 관계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집안싸움만큼 세간의 관심을 끌기 좋은 게 또 있을까. 국민카드를 국민은행이 흡수할 계획이라는 소문에 대해 물었다.
“지금은 일단 미뤄놓은 상태입니다.
단기적으로 양쪽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한 뒤에 다시 논의하려고 합니다.
” 그는 그러나 “우리는 국민과 주택의 은행합병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카드업이 이중으로 되어버린 특이한 케이스”라고 말해, 어떤 식으로든 결국 한쪽이 정리될 것임을 내비쳤다.


12월10일 국민카드 사장이 전격 퇴임한 것도 은행 카드사업본부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박종인 부행장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국민카드쪽에 은행 수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서 올해 안으로 부실 소지를 모두 털어내자는 좋은 취지였는데, 양쪽의 견해가 부딪친 거죠.”

올해 하반기부터 심각해진 카드업계의 어려움과 전망에 대해 물었다.
“연체율 증가세가 조금씩 꺾이고 있지만 내년 1분기에 연체율이 정점에 달할 겁니다.
5~6월경이면 연체율이 상당히 정상화하지 않을까 기대해요.” 그는 은행 차원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거의 다 나왔다고 했다.
대신 소비자, 특히 젊은층에게 건전한 소비의식과 신용관을 가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카드업체들이 잘못한 게 많죠. 지금 와서 거창한 구호나 기금조성 같은 겉치레 행사보다는, 신용카드를 제대로 쓸 사람에게만 발급하는 게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우리나라 신용카드만큼 각종 혜택이 많은 사례가 세상에 없어요. 업체간 제살 깎아먹기도 자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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