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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4. EU - 하반기 돼야 상향 사이클 전망
관련기사4. EU - 하반기 돼야 상향 사이클 전망
  •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 승인 2003.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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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경제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2분기까지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7~8월 이후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무엇보다도 미국 경제를 뒤흔든 분식회계 스캔들의 여파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커진 탓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EU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주춤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고용사정이 크게 나빠진데다 유로화 도입에 따른 상품가격의 상승으로 민간소비마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적신호를 보인 건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선뜻 신규투자를 꺼림에 따라 설비투자가 뚜렷한 정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와 선행지수를 살펴볼 때, 당분간 EU 경제에서 본격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EU 경제는 1993년 이후 최저수준인 1.0% 내외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OECD, IMF, EU집행위는 각각 0.9%, 1.1%, 1.0% 의 성장을 내다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사실들을 고려해볼 때, 올해 EU 경제는 수출보다는 내수에 의존해야 할 처지다.
전체 EU 경제 수출에서 3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가 당장 예전만큼 성장률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환율도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은 지난해 1월말 0.86달러에서 12월말에는 1.03달러로 20%가량 상승했다.
당연히 EU 경제의 수출경쟁력도 상당히 약화된 상태임이 틀림없다.
결국 EU 경제가 내수에 의존하는 경제성장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당장 내수회복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 정부가 이라크 공격을 개시하면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이 유가상승으로 이어져 EU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유로권 국가들의 ‘재정안정화협약’ 준수 여부는 올해에도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을 게 분명하다.
이처럼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부문이 당장 활성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EU 경제가 새해 1분기까지는 성장이 정체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U 경제 입장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해 무엇보다도 금리인하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12월5일 유럽중앙은행(ECB)은 공정금리(환매체금리)를 전격적으로 기존의 3.25%에서 2.75%로 0.5% 인하하는 조처를 내놓은 바 있다.
금리인하 조처가 나온 가장 커다란 이유는 유럽중앙은행 당국이 역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서는 한두 차례 추가로 금리인하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어쨌든 이번 금리인하조처에 힘입어 가계의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심리가 차츰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조기에 종결되고, 미국 경제의 회복 등으로 EU 경제의 대외여건이 현재보다 상당히 개선될 경우에는, 대외수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EU 경제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회복 사이클을 보일 것이다.
올해 EU 경제의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약간 높은 1.5~2.0%로 예상하는 것도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암울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다.
만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장기화하거나 추가 테러 발생, 혹은 고유가 지속 등 대외 불안요인이 끊이지 않는다면, EU 경제는 일련의 금리인하 조처에도 불구하고 내수회복에 이르는 길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는 지난해와 비슷한 ‘저성장 고실업’으로 나타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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