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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 인터뷰] 송민택 /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전략본부장
[인사담당자 인터뷰] 송민택 /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전략본부장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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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를 어찌 하오리까?”

지난해 업계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이 한창 이슈가 되던 무렵, ‘다음커뮤니케이션’도 고민에 빠졌다.
프로그램 개발이 주를 이루는 업무특성상 법적으로 ‘주5일 근무’를 시행해봤자 제대로 지켜지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인터넷기업에 걸맞게 휴가제도를 정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회사 경영진들은 즉시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다.
아예 공청회를 열어 공개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다른 기업의 사례를 참고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절차들을 거치고 난 후에야 결론을 내렸다.
모든 직원들이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1년에 32일의 휴가를 자율적으로 다녀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부 장기 근속자들은 “역차별이 아니냐”는 불만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열띤 토론 끝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렇게 해서 일명 ‘선택형 휴가제’라는 이름을 단 새로운 휴가제도는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송민택(34) 경영전략본부장은 그들만의 ‘젊은’ 기업문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직원들이 저마다 CEO라는 생각으로 해당 업무를 결정하고 책임지자는 것이죠. 공통적으로 적용될 사내 제도를 새로 도입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 주요한 사안 중에서 인사부서가 맘대로 결정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언제나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아 나간다.
대신 일단 결정된 일에는 모두가 책임을 지는 분위기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결론을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휴가제도뿐 아니라 직급을 없앤 ‘님’문화나 자율출퇴근제도 비슷한 절차를 거쳐 도입했다.
송민택 본부장은 “이런 수평적 조직문화가 바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전폭적 자율성을 부여하면 그에 따른 창의성과 책임성이 연계돼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직급을 없앤 만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는 즉각 사업으로 구현될 수 있다.
사장실이 따로 없는데다 호칭도 ‘이재웅 사장님’이 아니라 ‘이재웅님’이다.
그만큼 CEO에게 격의없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활발한 토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복리후생이나 경력관리, 성과보상 측면에서 보면 벤처기업답지 않은 구석이 있다.
오히려 웬만한 중견기업 이상의 수준을 자랑한다.
1인당 일년에 200만원 정도 한도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카페테리아식 복리후생제도나 최대 5천만원까지 가능한 주택자금 대출 등은 대기업 못지않은 수준이다.
모든 직원들에게 열려 있는 ‘원어민 영어회화 클래스’, 사내 각종 스터디그룹도 자랑거리다.
회사측은 3년 이상 근속자에 한해 MBA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 인재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영업이익이 나면 즉각적으로 배분하는 파격적 인센티브 정책이 그 주인공.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밑거름이 되는 건 당연하다.
우수사원을 선정해 적절한 포상을 하고 손도장을 찍어 액자에 걸어놓는 ‘명예의 전당’제도도 마찬가지다.
송민택 본부장은 “직원들이 다음이라는 공간에서 몸값을 한껏 올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인사부서의 목표”라고 설명한다.


엄청난 경쟁률 속에 지난해에만 150여명의 직원들이 새로 채용된 것은 다음의 기업문화가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아닐까 싶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면서도 빠른 판단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입사전형에서 남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변화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다음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항목 중 하나다.
1차 직무면접과 2차 인성면접에선 기본 직무능력과 함께 다음의 수평적이고 자율적 기업문화에 융화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관찰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음의 채용제도에서 눈에 띄는 것은 FC(Foundation Course)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종의 인턴십 과정이지만, 신입사원과 경력사원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이수해야 한다는 점이 보통 인턴십과는 구별되는 특징이다.
회사측 의도는 인터뷰를 통해 걸러지지 않는 모습들을 FC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경력직은 3개월, 신입직은 6개월간에 걸쳐 진행되는데, 이 기간이 끝나고 나면 입사 전에 결정된 연봉과 근무조건을 다시 조정한다.
물론 채용이 아예 취소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한다.


다음은 스스로를 실험적 기업이라고 소개한다.
벤처 정신에서 출발한 각종 파격적 사내 정책들이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데 고스란히 반영되고 이를 다시 직원들과 그 가족들, 더 나아가 지역사회로 돌려준다는 야물딱진 포부가 이미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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