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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마임과 소도구, 음악의 버무림
[문화] 마임과 소도구, 음악의 버무림
  • 이성욱/ <한겨레21> 기자
  • 승인 2003.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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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세계적 마임이스트 슬라바 폴루닌이 연출·출연했던 스노쇼(Snowshow)를 두고 미국의 '버라이어티'는 “베케트의 쓸쓸함, 채플린의 애잔함, 스타니슬라프스키의 극적 전통과 체호프-톨스토이의 철학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리체데이는 전형적 피에로 광대극에 코미디와 비극을 결합해 마임만의 특성을 성공적으로 증폭시켰다.
철학적이면서 재밌는 공연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 텐데, 지난해 내한공연에서 ‘스노쇼’는 이 두가지를 모두 안겨주었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했던 눈보라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폴루닌이 이별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순간, 편지는 일순간에 눈송이로 변해 무대를 뒤덮는다.
폴루닌은 에든버러 페스티벌 비평가상, 로렌스 올리비에상, 황금마스크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무대에서 높이 평가받아온 연출가 겸 배우다.
러시아의 유명한 마임극단 ‘리체데이’의 창단 멤버이기도 한데, 그 리체데이가 세번째 서울 초청공연을 한다.
폴루닌은 함께 오지 않지만 그가 만들어놓은 공연 레퍼토리가 그대로 재현된다.


리체데이의 공연은 혼합형 비언어 퍼포먼스다.
여전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텀프’류의 비언어 퍼포먼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시대적으로 앞서는 동시에 예술적으로도 훨씬 ‘정통’ 노선을 취한다.
다른 비언어 퍼포먼스가 주로 타악기에 의존하는 반면 리체데이는 전통적 팬터마임에 음악과 여러가지 소도구들을 접목해 웃음과 눈물, 쾌락과 비애, 노여움 등을 표현한다.
베를린 장벽 붕괴 축하공연 행사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과 나란히 리체데이의 '노 월(No Wall)'이 전파망을 타고 전세계에 방영됐고, 찰리 채플린의 계승자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공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푸른 카나리아' '마술가방' '날아다니는 모자' '스틱' '빨래터 풍경' '선원' 등이 다시 무대를 장식한다.
'푸른 카나리아'와 '날아다니는 모자'는 리체데이가 만든 가장 유명한 희극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서는 9개의 에피소드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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