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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독감 잡는 DNA 탱크부대
[테크놀로지] 독감 잡는 DNA 탱크부대
  •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
  • 승인 2003.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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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이번 겨울 독감은 정말 굉장했다.
어느 신문의 기사 제목처럼 ‘전국이 콜록콜록’이었다.
필자도 독감에 걸렸는데, 가장 심했을 때는 온몸을 얻어맞은 것 같았다.
정말로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번 겨울에 독감이 유행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예방주사를 맞았다.
그러나 예방주사가 큰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다.
왜 다른 병에는 효과만점인 예방주사가 독감 앞에선 무기력한 걸까. 여기에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세균)의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한때 가장 작은 생명체는 세포 하나로 이뤄진 박테리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자현미경이 개발되면서 박테리아보다 더 작은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불완전한 세포’다.
박테리아가 수백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바이러스는 몇개 또는 수십개의 유전자만 갖고 있다.
그 유전자를 단백질 껍질이 싸고 있다.
그렇다면 왜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것이 어려울까. 면역체계는 크게 ‘항체 면역’과 ‘세포 면역’으로 나뉜다.
우리 몸 안에 병원체가 들어오면 미사일과 비슷한 항체가 만들어진다.
수많은 항체가 융단 폭격하듯 병원체에 달라붙어 공격하는 꼴이다.
이렇듯 지금까지 나온 백신은 ‘항체 면역’을 기르는 것이다.
이와 달리 세포 면역은 병원체나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T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백신은 병원체를 아주 약하게 만들거나 잘게 잘라 몸에 투입한다.
우리 몸이 약한 병원체와 싸워 ‘항체 미사일 부대’를 갖추면 힘이 센 진짜 병원체가 다시 몸에 들어와도 이길 수 있게 된다.
이것을 ‘면역이 생겼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에는 이런 방식의 백신효과가 떨어졌다.
바이러스의 경우, 워낙 돌연변이가 많아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맞는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의 껍질 단백질을 잘게 조각낸 것이다.
백신을 주사하면 우리 몸은 이 단백질을 인식하는 항체 미사일을 대량으로 만든다.
그러나 진짜 독감 바이러스는 백신에 사용한 것과 다른 껍질을 입고 우리 몸 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독감 바이러스에 변종이 많아 껍질 단백질이 워낙 다양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잔뜩 만들어놓은 미사일(항체)을 쓸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독감 백신은 만들 수 없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이 곳곳에서 개발되고 있다.
차세대 백신의 대표주자 중 하나가 ‘DNA 백신’이다.
DNA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RNA를 뼈대로 만든 DNA다.
DNA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에서는 ‘DNA RNA 독감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독감 단백질은 세포를 감염시키고, 우리 몸에서는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가 생긴다.
독감 바이러스가 들어와 세포를 감염시켜도 이미 훈련을 받은 T세포가 감염된 세포를 금세 죽이기 때문에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
이것이 위에서 말한 ‘세포 면역’이다.
T세포는 독감 변종을 거의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항체 면역이 우리 몸에서 미사일 부대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세포 면역은 적군을 직접 공격하는 탱크와 소총수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DNA 백신은 독감뿐 아니라 에이즈 등 변종이 많은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에이즈 DNA 백신을 개발해 임상시험에 들어간 포항공대 성영철 교수는 “2015~20년까지는 변종에 상관없는 효과적 독감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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