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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2. 김우중의 변명
관련기사2. 김우중의 변명
  • 이코노미21
  • 승인 200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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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대우의 세계경영 전략은 망할 수밖에 없는 사업모델이었을까. 370개 해외법인과 1040개 지사를 거느리고 전세계를 호령하던 대우는 결국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김우중씨는 아직도 대우가 운이 나빠서 몰락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우가 부딪힌 첫번째 문제는 역시 IMF였다.
환율과 금리가 갑자기 뛰어오르면서 대우가 해외법인들에 쏟아부은 빚 11조원은 몇달 사이에 26조원까지 늘어났다.
아무리 정부가 뒤를 봐준다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도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1998년 결국 대우를 죽이기로 결정한다.
그해 7월 단기 기업어음 발행한도를 제한한 데 이어 10월에는 회사채 발행 한도까지 제한해 쓰러져가는 대우의 숨통을 조였다.
벼랑 끝에 몰린 대우는 그해 12월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를 맞바꾸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삼성으로서는 부실덩어리일 게 뻔한 대우전자를 인수할 이유가 없었다.
대우의 무리한 성장전략은 유동성 위기와 함께 벽에 부딪혔다.


두번째 문제는 잘못된 시장예측이었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만든 인도나 동유럽의 공장들은 생각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았다.
갚아야 할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데 현금이 돌지 않았다.
대우는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이듬해 7월 대우는 고민 끝에 ‘구조조정 가속화 및 구체적 실천방안’을 내놓는다.
김우중씨의 경영권과 재산을 모두 내놓을 테니 대신 급한 빚을 막을 수 있도록 4조원을 지원해달라는 또 한번의 최후의 발악이었다.
숨통을 죄던 6조원의 초단기 기업어음도 어렵사리 만기를 6개월 더 연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최후의 발악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껐을 뿐 근본 대안은 못 됐다.
이때쯤 대우의 빚은 이미 100조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긴급 지원된 4조원은 언발에 오줌 누기마냥 흐지부지 사라져버렸다.


김우중씨는 금융기관들 탓을 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선진국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다가 후진국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주는 데 재미를 붙이다가 아시아 국가들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같이 위기를 맞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시아 외환위기만 없었으면’, 또는 ‘정부가 좀더 도와줬더라면’, 그런 가정들은 모두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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