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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명가] 순박한 경상도 산골의 향취
[맛의명가] 순박한 경상도 산골의 향취
  •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 승인 2003.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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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음식은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은 크게 잘못된 편견입니다.
” 10년 넘게 문경산골메밀묵집을 경영하고 있는 김종대(50)씨의 주장이다.
경북 내륙은 수백년 전통의 양반문화가 깊게 뿌리내려온 완고한 고장이어서 음식문화가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 생긴 오해란다.
그의 경상도 음식 사랑은 그만큼 각별하다.


경상도는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보수적이어서 이 지방의 음식에는 옛날의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당연히 현대인들이 찾는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문경산골메밀묵집 주인 김종대씨가 경상도 산골 음식인 메밀묵과 청국장을 주메뉴로 음식점을 연 것도 이같은 자부심과 모친의 음식 솜씨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청년시절까지 고향에서 보낸 김씨는 전국을 다 다녀보았지만 모친이 만들어주던 메밀묵과 어린시절 끓여먹던 청국장 맛만큼 제맛을 내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1992년 테이블 4개로 시작, 건강별미집으로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50석 남짓한 독립건물로 성장했다.
고객의 90% 이상이 5~10년씩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들이다.
그중에는 대학의 교수들과 인근 병의원의 의료진들, 그리고 젊은 직장인들을 비롯해 주말이면 먼곳에서 가족단위로 찾는 단골손님들로 언제나 자리가 가득 차고 넘친다.


메뉴는 매일 새벽 쑤어내는 묵과 직접 빚은 손두부, 그리고 제맛나게 띄워내는 청국장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묵채밥과 채묵정식, 두부찌개와 보리밥, 청국장백반 등이 인기메뉴다.
또 두부를 걸러낸 비지도 한번 더 띄워 비지장으로 내놓아 별미로 꼽힌다.


음식마다 고향의 맛을 최대한 살려낸다는 마음으로, 메밀은 물론 두부와 청국장을 만드는 콩 등 모든 음식재료를 고향에서 직접 농사지어 오고, 배추와 고추, 마늘 등도 문경장터에 나는 산골 토종만을 사용한다.


통메밀을 갈아 발이 고운 자루에 걸러내야 제맛이 난다는 메밀묵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뛰어나 젓가락질이 다소 서툴러도 묵이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메밀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는 토종 메밀묵에 김치를 썰어얹고 김가루를 뿌린 후 시원한 김치국물을 부어 국물과 함께 떠먹는 맛은 가히 압권이라 할 만하다.


또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뛰어난 손두부를 몇점 썰어넣고 바글바글 끓여내는 청국장도 구수한 냄새가 몸 전체로 스며드는 듯한 깊은 맛이 입맛을 사로잡고 남는다.


고지식한 주인 덕택에 모처럼 순수한 산골 메밀묵과 고유한 청국장 맛을 즐길 수 있을 뿐더러, 서울 토박이 노인들에게는 옛 서울의 밤거리를 누비고 다녔던 한겨울 메밀묵 맛의 정취를 되새겨보게도 한다.


가격은 채묵밥 6천원, 청국장을 곁들인 채묵정식이 7천원. 두부찌개 5500원, 청국장백반 5천원으로 크게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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