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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열전] 영어단어 외우는 ‘필드 호크’
[골프열전] 영어단어 외우는 ‘필드 호크’
  • 토니오 안(골프저널리스트)
  • 승인 2001.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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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확실히 취하고, 다음에는 스스로에게 ‘서두르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으로 무너지면 안된다.
불행해질 시간은 충분하다.
그런데 내일까지 미루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하고 묻는다.
그 다음날까지도 일이 잘 안되면 스스로에게 ‘불행해지는 데 하루 더 기다릴 수 있다.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나의 시간이 많아진 거야’ 하고 이야기하지.
-<골퍼와 백만장자> 중에서<골퍼와 백만장자>는 무명의 프로가 US오픈 정상을 차지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구절을 보면 ‘필드 호크’ 최경주(31)가 생각난다.
지금이야 ‘아메리칸 드림’이 희망이지만, 이전까지 생활은 마치 소설의 주인공 로버트 레드퍼드처럼 좌절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육성회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역도부에 들어가기도 했던 그는 골프연습장에서 볼보이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완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연습장에서.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친구들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가난한 게 왜 그렇게 서럽던지….” 그러다가 고교 2학년 때 지인을 만났다.
서울의 한 학교법인 재단이사장이 뒤를 돌봐주고 골프연습도 얼마든지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말에 혹해 무작정 상경했다.
이것이 최경주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클럽을 잡은 지 5년 만인 93년. 힘겹게 프로자격을 따냈다.
하지만 피를 말리는 고생은 이때부터였다.
얹혀살던 곳에서 독립하려고 했지만 수중에 땡전 한푼 없었다.
프로가 되면 스폰서도 생기고 대회에 나가 상금도 왕창 딸 줄 알았다.
94년에 상금을 1천만원 정도 벌었는데 1년을 결산하고 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회당 소요경비는 70만원 정도. 10개 대회면 700만원이 경비로 나간 셈이다.
경비를 빼면 그는 한달에 25만원짜리 월급쟁이에 불과했다.
서울에서 버티다가 결국 인천으로 옮겼다.
한 골프연습장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아는 선배를 밀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 살자고 선배의 등을 치는 꼴이었다.
레슨을 받을 사람은 적은데 프로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명은 결코 그를 버리지 않았다.
95년 7천만원이 넘는 상금을 손에 쥔 이후 미국에 건너가기까지 매년 평균 1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스폰서와 억대연봉 계약도 맺었다.
88CC의 회원들로 구성된 후원회로부터 지원도 들어왔다.
이때부터 최경주는 미국을 꿈꾸기 시작했다.
좀더 젊었을 때 도전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법대 출신의 아내에게 인터뷰 요령을 배웠다.
아내는 말이 되든 안되든 미국 프로들과 무조건 얘기하며 친해지라고 당부했다.
“하루에 영어단어 4개, 문장 1개씩 외웁니다.
그런데 자꾸 잊어버려요. 영어 인터뷰를 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우승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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