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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라세티 vs SM3 “내가 2위”
[비즈니스]라세티 vs SM3 “내가 2위”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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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티, 1월 판매실적 SM3 추월… “100% 신차 컨셉 주효” “생산체제 정비” 준중형차 박빙 대결 “웬만하면 우리 SM3는 빼주시죠. 그냥 라세티만 써주세요.” 다소 언짢은 듯한 르노삼성자동차 홍보실 관계자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다.
GM대우자동차의 ‘라세티’가 1월 판매실적에서 르노삼성차의 ‘SM3’를 추월하고 2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식발표된 판대대수는 GM대우차 라세티가 4109대, 르노삼성차의 SM3가 3711대였다.
국내 준중형 차량시장에서 부동의 2위를 자부해온 르노삼성차가 적잖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듯했다.
실제 SM3는 지난해 9월 선을 보인 뒤 준중형 차량시장에서 확고한 2위 자리를 지켜왔다.
르노삼성차는 내심 현대자동차의 아반떼XD를 제칠 조짐을 보이며 시장 석권까지도 내다봤다.
자동차업체들의 외형적 성적표로 여겨지는 판매실적부문에서 매월 30%를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45%의 아반떼를 바짝 추격했기 때문이다.
예약실적(출고예정)부문도 매월 35%를 넘나드는 점유율을 보이며 기아의 스펙트라 등 다른 준중형 차량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곤 했다.
하지만 올해 1월 판매실적이 지난해 매월 평균치 4천~4500대에 훨씬 못미치면서 르노삼성차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게다가 GM대우차의 라세티는 르노삼성차의 SM3를 제치고 2위를 거머쥐었다.
라세티가 출시 2개월째에 첫달보다 판매실적이 2배로 뛰면서 SM3를 추월한 것이다.
“대우차 위상 높여라” 라세티 막대한 투자 르노삼성차도 할 말은 있다.
장사를 못해서가 아니라 판매실적을 높이기 위해 생산체제를 정비하는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르노삼성차는 생산체제 정비를 거쳐 2월10일부터 2교대 생산에 들어갔다.
또한 르노삼성차는 제롬 스톨 사장의 ‘무결점 생산주의’ 원칙에 따라 불량제품의 생산을 자제했다는 점을 방어논리로 내세운다.
제롬 스톰 사장은 지난해 9월2일 출범 2주년에 발맞춰 SM3를 출시하면서 “르노삼성차는 한국 시장에 글로벌 경쟁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줄 것”이라며 “SM3는 최고 수준의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한다”고 선언했다.
기존 자동차업체들의 ‘묻지마 판매’ 관행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무리한 판매실적 늘리기에 급급하지 않도록 권고하다 보니 SM3의 판매실적이 조금 떨어졌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선택이라며 박수를 쳐주었다.
실제 르노삼성차의 SM5 신화를 잘 살펴보면 제롬 스톨 사장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다.
SM5 초기 판매 때는 워낙 부품들이 좋아 적자를 보며 판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런 입소문 덕에 고객들에게 SM5는 품질과 서비스를 인정받으며 현대차의 뉴EF쏘나타 판매를 위협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차의 논리에는 뭔가 궁색한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SM5와 달리 SM3의 판매실적이 출시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은 “SM3의 초기 판매실적은 SM5의 후광을 등에 업은 부풀려진 숫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시승했던 전문가들 중에는 “라세티가 차량의 성능과 서비스에서 앞선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SM3의 성능이 라세티에 비해 떨어진다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이런저런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GM대우차가 라세티를 위해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GM은 대우차를 인수하고 추락한 GM대우차의 위상을 다시 세우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첫 대상이 바로 라세티였다.
라세티의 컨셉이 ‘GM대우가 생각하는 첫차, 100% 신차’일 정도였다.
GM대우차는 라세티를 미국 디트로이트의 GM 본사로 가져가 직접 테스트하는 열정을 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당시 경쟁업체들은 GM대우차의 이와 같은 체질개선 노력을 보며 시장에서 돌풍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기아 신모델 출시, 하반기 본격 경쟁 예고 우선 라세티는 확실히 성능면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자동차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엔진이다.
라세티에는 파워와 고연비, 저소음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고성능, 고효율의 엔진(1.5DOHC E-TECHⅡ)이 장착돼 있다.
GM대우는 이 엔진이 동급 최강의 힘과 연비를 자랑한다고 말한다.
시멘트 도로에서도 엔진의 진동이 차체로 전달되지 않아 운전자가 안락하고 안정된 상태로 주행이 가능하다.
두번째는 고객체험 마케팅을 강화했다.
일반적으로 신차가 발표되면 시승차는 300대가량이 가동된다.
하지만 GM대우는 700대가량의 시승차를 가동했다.
기존의 대우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고객과 근접 마케팅을 시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관리도 철저하게 했다.
신차 구입 고객은 신상 관리를 하면서 엔진오일 교체 시기 등을 알려주겠다는 따위의 최고의 서비스를 약속했다.
라세티가 새롭게 탄생한 GM대우차의 이미지를 알리는 최첨병 역할을 한 것이다.
GM대우차 최종열 마케팅팀 이사는 “대우차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앞으로 체험 마케팅과 고객관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라세티의 장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우자동차판매(대우자판)라는 든든한 지원세력이 있었다.
라세티가 SM3보다 월등한 판매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대우자판은 르노삼성차의 판매영업소와 영업사원 수보다 2배 이상이나 많다.
하지만 아직 라세티의 완전한 승리를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비교 당사자인 르노삼성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 최순식 마케팅총괄부장은 “1월 판매실적만으로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두 차량간의 비교시기가 2개월로 너무 짧기 때문이다.
아울러 'Economy21'이 입수한 비공식자료에 따르면 SM3는 라세티에게 1월 판매대수는 뒤지지만 예약대수까지 합치면 200대가량 앞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월초 10일 동안의 판매대수와 예약대수는 SM3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세티와 SM3를 1월 판매대수로만 우위를 가리는 것은 무리가 있는 셈이다.
또한 앞으로 판매 증가율과 관련해서도 SM3가 강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SM3는 라세티와 다르게 르노삼성차 마니아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SM5의 열풍에 힘입어 르노삼성에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SM3의 예약대수가 라세티를 앞서고 있는 것에서도 쉽게 설명된다.
성능면에서도 SM3는 라세티엔 없는 장점들이 몇가지 있다.
예컨대 세계적 명차 수준의 안전성으로 평가받는 투 존 보디(Two Zone BODY) 구조를 도입한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 SM3는 우수한 내구성을 갖고 있다.
준중형차 최초로 특수합금 소재인 타이밍 체인과 새로운 도장방법을 적용해 엔진과 외형 코팅이 거의 반영구적 수명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준중형차시장에서 두 업체의 대결은 아직은 진검승부라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승부를 가릴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많아 보인다.
게다가 진짜 승부는 올 하반기에 시작될지도 모른다.
하반기에 기아차가 준중형차인 스펙트라 신모델을 출시하기 때문이다.
기아는 ‘잘 나가는’ 현대의 아반떼XD를 업그레이드했다고 얘기하고 있어 새로운 복병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준중형 자동차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올해 자동차회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론 신사협정… 물밑 기싸움 치열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는 겉으로는 경쟁사에 ‘딴죽걸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고객들에게 신뢰감있는 자동차 메이커로 위상을 보여준다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만나면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는 경쟁사의 판매전략이 비논리적이라며 은근히 비난한다.
예컨대 GM대우차의 라세티는 ‘GM대우가 생각하는 첫차, 100% 신차!’ 라는 컨셉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이미지의 준중형 자동차로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라세티는 1월 판매대수에서 2개월 만에 SM3를 추월해 2위 자리로 올라섰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는 발끈하면서 라세티의 ‘100% 신차’ 컨셉에 이의를 제기한다.
“왜 신차라고 하면서 20만원가량 할인을 해주느냐”는 것이다.
사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신차를 할인해준 적은 없기 때문이다.
SM3의 1월 판매대수가 라세티에 밀린 것에 대해 르노삼성차는 생산규모가 작기 때문에 판매대수에서 처진 것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GM대우차는 르노삼성이 생산규모 탓으로 변명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한다.
“SM5는 생산규모가 작았는데도 잘 팔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의 대결이 거세질수록 물밑 기싸움도 강도를 더해가지 않을까.
*SM3와 라세티 판매실적 추이(단위: )-꺾은선 그래프로 SM3 02년 9월/ 4708 10월/ 4200 11월/ 3461 12월/ 3627 03년 1월/ 3671 라세티 02년 11월/ 1274대 12월/ 2915대 03년 1월/ 4109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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