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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전쟁영화 대박신화 일굴까
[비즈니스] 전쟁영화 대박신화 일굴까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3.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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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 ‘태극기 휘날리며’ 크랭크인… 일부에선 “제작비 130억원 지나치다” 비판도 강제규 감독이 초대형 프로젝트 '태극기 휘날리며'로 '쉬리'의 역사를 다시 쓰려 한다.
영화 '은행나무침대'로 팬터지 멜로를 개척하고, '쉬리'로 한국 영화의 블록버스터화를 이끈 사람이 강 감독이었다.
이제 그가 코미디 영화 일색인 한국 영화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메가폰을 잡은 것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2월10일 전주에서 본격적인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지난 2월5일에는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제작발표회장에는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강제규 감독과 장동건, 원빈 등 주연배우들이 참석했다.
강 감독과 배우들의 얼굴에서는 기대와 긴장감이 스쳐 지나갔다.
국내 최대 제작비가 투입될 영화인 만큼 의욕과 부담감이 동시에 다가왔을 법하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엇갈린 운명과 형제애를 그린 초대형 전쟁 블록버스터다.
이 영화는 강 감독의 복귀작이라는 것말고도 제작비가 국내 최대인 130억원이나 투입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장동건, 원빈 등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것은 '태극기 휘날리며'가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를 겨냥한 영화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작사인 ‘강제규필름’은 이 영화 제작에 필요한 130억원을 국내외 투자자를 통해 모을 계획이다.
이미 크랭크인을 하면서 벤처플러스와 일신창투 등 창투사들이 총제작비의 40%를 투자했다.
또한 30%는 일본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회사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자금 30%는 현재 협의중인 국내 기업들을 통해 투자받을 예정이다.
제작사, 해외시장서 수익의 절반 노려 아울러 외국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강제규필름에서는 베를린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를 소개하고 투자를 유치하거나 ‘프리세일’을 통한 자금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또한 2월 중순께 미국에서 열릴 AFM(아메리칸 필름 마켓)에서도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런 의욕에도 국내시장의 현재 분위기를 고려하면 “130억원은 너무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대작들이 잇따라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아유레디'와 '예스터데이', 그리고 가을에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엄청난 돈을 들여 제작됐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데다 흥행에서도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다.
지난해 흥행한 영화라고 해봐야 고작 '가문의 영광' 정도로 서울관객 기준으로 160만명 정도의 실적을 올렸다.
'가문의 영광'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단순하다.
젊은 세대들이 감동보다는 재미에 끌리기 때문이다.
'색즉시공', '몽정기',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코미디 영화가 계속해서 제작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코미디 영화가 성공하자 대작들은 설 자리를 점점 잃게 됐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강제규필름 최진화 사장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사명감을 강조한다.
그가 보기에 새 영화는 현재의 영화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
아니 뒤집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코미디 영화의 흥행성공은 한국 영화관객들이 ‘영화편식’을 하게 만들었다.
결국 코미디 소재가 고갈되면 영화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그는 진단한다.
때문에 이런 사명감을 생각하면 제작비 130억원은 그리 많은 액수가 아니라고 그는 잘라 말한다.
또한 수많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야 하는 전쟁영화는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제작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최 사장은 국내시장만을 생각한 영화는 제작비조차 건질 수 없기 때문에 세계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코미디 영화는 국가간 ‘호환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장을 키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면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는 시장규모를 늘리는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난해 흥행에 참패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가져온 충격이 아직도 영화판에서 가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지난해 많은 문제점을 보여줬다.
우선 초기에 책정된 제작비가 30억원이었지만 예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총 제작비가 110억까지 늘어난 것이다.
제작사는 이런 서툰 예산관리를 ‘최대 제작비 투여’라는 홍보수단으로 둔갑시켰다.
게다가 장선우 감독은 10~20대의 감성코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또한 110억원으로는 한국 관객이 기대하는 시각효과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어정쩡한 영화가 돼버렸다.
결국 투자한 액수만큼 ‘돈 냄새 나는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한 셈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팀도 이런 실패를 의식하고 있다.
강제규필름 조옥경 실장은 “'태극기 휘날리며'는 본촬영을 하기 전에 8개월 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고 말한다.
기존에 책정된 제작비 130억원을 초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말이다.
제작비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이 제작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강제규필름은 때문에 CG(컴퓨터그래픽)와 특수효과 일부를 미리 제작했다.
아울러 촬영팀을 두 팀으로 나누어 동시에 촬영하고 있다.
촬영 1팀은 배우 중심으로 영화를 촬영하고, 촬영 2팀은 CG나 특수효과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강제규필름은 제작기간을 크게 줄여 내년 1월에 영화를 개봉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투자비가 워낙 많다 보니 흥행도 집중적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이데올로기를 강조하기보다는 보편적 정서인 ‘가족애와 사랑’을 전면에 내세웠다.
외국 시장에서 이데올로기와 한국전을 부각하면 해외 관객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나리오 구조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제작진은 CG와 특수효과보다는 시나리오를 조밀하게 짜맞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태극기 휘날리며'의 흥행 여부는 이른바 ‘강제규 브랜드’가 얼마나 해외시장에서 힘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제규필름은 수익의 절반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쉬리'를 통해 강 감독이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 감독의 '쉬리'는 미국에서만 30억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일본에서는 약 2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쉬리'의 제작비가 30억원이었으니 충분히 대박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가 전쟁 블록버스터라는 한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에 개봉한 전쟁영화 가운데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다.
하나를 꼽으라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정도가 고작이다.
현재 분위기상 손익 맞추기 힘겨울 듯 전쟁영화는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도 실패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전쟁영화는 최소한 한가지는 화끈하게 보여줘야 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사실감이 돋보이거나 '진주만'처럼 볼거리를 많이 제공해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는 사실감보다 시나리오와 각본을 탄탄하게 구성해 관객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기존 전쟁영화의 통념을 벗어나는 컨셉인 셈이다.
때문에 한국전쟁을 배경을 한 영화가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호소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점을 우려한다.
삼성증권 강성빈 수석연구원은 “한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대리만족하기 위해 발생한다”고 말한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은 한국 현대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의 내용은 현대물이 아니다.
또한 강 수석연구원은 “'태극기 휘날리며'가 손익을 맞추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500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분석한다.
이 또한 현재 분위기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손익을 맞추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제작환경에서 발생한다.
한국 현실에서 전쟁영화에는 육군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육군에서는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하라고 강제규필름에 요구했다.
강 감독은 “정석대로 간다”며 육군의 도움없이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럴 경우 사실성이 떨어지고 제작비도 예상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작품성 낮은 코미디 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은 한편으로 '쉬리'와 같이 한국 영화 수준을 한단계 올려놓을 영화를 은근히 기대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태극기를 과연 휘날릴 수 있을지, 아니면 꼬리를 내릴지 뚜껑이 열리는 내년 설까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용어설명/ 프리세일 영화 완성 전에 간단한 줄거리를 쓰는 시놉시스 단계에서 배급업자 등에게 사전에 영화판권을 계약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프/ 제목:한국 영화 흥행 순위(서울관객 기준) (자료:영화진흥회) 순위/영화/관객 수 1/가문의 영광/1,604,219 2/집으로/1,596,521 3/공공의 적/1,161,500 4/2009로스트메모리즈/911,315 5/광복절 특사/882,400 6/색즉시공/767,650 7/폰/765,000 8/몽정기/760,698 9/YMCA야구단/617,500 10/연애소설/589,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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