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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기아차 ‘천리마’ 대륙 씽씽
[비즈니스] 기아차 ‘천리마’ 대륙 씽씽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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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시작 2개월 만에 4984대 팔려… 성능·가격·애프터서비스 중국인들 “띵호와” 최근 중국 영화 '영웅'을 감독한 세계적 거장 장이모우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의 곁에는 장만옥, 양조위뿐만 아니라 김희선, 최지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배우들이 함께 서 있었다.
중국에서 한국의 대중문화 열풍인 ‘한류’를 이끄는 한국 배우들이 중국의 감독 방한에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한국의 문화비평가들은 이를 ‘역한류’의 힘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어떤 감독이 중국을 방문한들 중국의 일급 배우들을 이처럼 손쉽게 끌어모을 수는 없다.
한국의 문화가 중국대륙을 잠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 힘에서는 아직 한류가 역한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중국 안에서 한국 자동차의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역한류에 대한 걱정을 잠재우고 있다.
그 한류 열풍의 중심에 기아자동차의 ‘천리마’가 있다.
천리마가 뽀얀 먼지를 휘날리며 대륙을 휘젓기 시작한 것이다.
천리마는 기아차가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현대차의 액센트 겉모습에 베르나의 성능을 결합해 제작한 승용차다.
기아차는 지난해 12월2일부터 중국 현지 합자사인 둥펑위에다기아기차유한공사에서 천리마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기아기차유한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천리마의 1월 판매대수는 3437대로 전달의 1547대에 비해 222%나 늘었다.
또한 국내에서 수출해 판매한 프라이드 1544대까지 합하면 중국 내 기아차 판매대수는 1월에만 4980대에 이른다.
이 정도 수치면 웬만한 인기 모델의 국내 판매량과 비슷하다.
지난해 12월2일 중국 베이징에서 신차 발표회를 열고 판매를 시작한 지 두달 만에 이런 도약을 한 것이다.
기아차 수출 담당자는 “최근 천리마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자랑한다.
둥펑위에다기아기차유한공사 정달옥 총경리도 “천리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생산이 주문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라고 즐거워한다.
천리마의 진출 전략은 크게 두가지였다.
우선 상품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이를 위해 중국 시장에 나와 있는 자동차들을 철저하게 사전 분석했다.
성능과 사양 면에서 경쟁 차종인 상하이 ‘사일’과 폴크스바겐 ‘폴로’ 등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에 따라 천리마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세단형 차량으로, 에어컨과 CD플레이어 등 16개에 이르는 주요사양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가격면에서는 중간 수준을 택했다.
천리마의 중국 현지 판매가격은 기본사양 기준으로 10만위안(1450만원)대에 팔린다.
‘폴로’보다는 다소 싸지만 중국산 저가형 승용차인 난아의 ‘이글’, 장안의 ‘알토’, ‘링양’ 등보다는 높게 책정한 것이다.
기아차 중국팀 이세일 이사는 “천리마는 사양을 고급화하고 실용성을 강조하면서도 비교적 싼 가격대에 속해 있다”고 말한다.
천리마는 출발부터 중국 현지 환경에 맞게 애프터서비스에 신경을 썼다.
예컨대 고객이 요청하면 땅덩어리가 넓은 중국 각 지역의 기후에 맞게 부품을 교환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아차는 중국 내 5개 지부에 50개 정도의 서비스망과 영업망을 확보했다.
기아차는 앞으로 2004년 말까지 300개에 이르는 서비스망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세일 이사는 “무조건 잘 파는 것보다 기아차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장기적 전략으로 시장을 개척할 것이다”고 강조한다.
런칭 시기도 상당히 절묘한 편이었다.
현대·기아차가 월드컵 후원사로 나서면서 축구를 좋아하는 중국인에게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때문에 기아차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기가 수월한 편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뛰어난 성능과 비교적 싼 가격 따위에 대한 입소문이 돌면서 천리마의 인기는 치솟았다.
기아차는 여세를 몰아 올해 프라이드 1만대, 천리마 4만대를 팔아 중국 전체 승용차시장의 5%를 차지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또한 중소형 차량 시장에서는 최대 15%대 시장점유율을 목표로 ‘베스트셀러 카’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아차는 올해 7월에는 천리마의 업그레이드 모델을, 연말에는 새 모델을 발표해 중국대륙 진군에 가속도를 붙이겠다고 밝힌다.
사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 자동차시장은 미국 시장보다 더욱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때문에 천리마가 앞으로 걸어갈 행보는 현대·기아차의 현지화 전략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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