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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사공 많은 도서정가제 산으로?
[비즈니스] 사공 많은 도서정가제 산으로?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3.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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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코앞에 두고 업계·문광부 동상이몽… 마일리지 포함 여부 골칫거리로 “마일리지와 경품 제공을 제한하는 건 검토해보겠다.
하지만 ‘발행한 지 1년 미만인 도서’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선 수용할 수 없다.
” 문화관광부가 마지막 칼을 빼들었다.
2월27일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문광부와 출판업계 사이에 진통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문광부가 2월18일 국무회의를 거쳐 최후 통첩안을 발표하고 마지막 ‘교통 정리’에 나선 것이다.
쟁점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사건을 되짚어보자.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출판업계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도서정가제 범출판업계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월초 “시행령에서 구체화된 도서정가제가 애초 입법 추진시 취지나 협의 내용과 다르다”며 8일과 11일 두차례에 걸쳐 공개집회를 열고 시행령 수정을 문광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이 내세우는 요구는 세가지다.
우선 인터넷서점의 10% 도서할인폭에 마일리지나 경품 제공분도 포함시키라는 것이다.
대책위쪽은 “문광부가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업계 입장을 철저히 무시했다”며 “마일리지나 경품을 할인폭과 별도로 적용하면 사실상 인터넷서점쪽의 할인율을 높여줘 과열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책 발행일 기준일에 대해서도 핏대를 세웠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은 ‘발행한 지 1년 미만인 책’이다.
하지만 ‘발행일’의 의미를 두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대책위는 발행일을 책을 찍는 시점인 ‘쇄’를 기준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문광부는 책 내용의 일부를 바꾸는 ‘판’을 기준으로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 주장대로라면 예컨대 1월에 발행한 책이 매진돼 6월에 추가로 찍는다면 이 책의 발행일은 6월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책을 새로 찍을 때마다 ‘새로 발행한 책’이 돼, 처음 발행일로부터 1년이 지났더라도 할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책위는 2월27일 이전에 출판된 책의 발행일도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는 시점인 2월27일로 간주해달라고 요구했다.
“법률을 수정하지 않는 이상 요구를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하다”며 계속 버티던 문광부도 18일 국무회의 이후 한발 물러섰다.
문광부는 이날 발표에서 “마일리지와 경품류 등의 규제는 경품류 제공이 도서정가제의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는 측면도 있으므로 제한하는 방안을 간행물 유통질서 확립 차원에서 별도 검토키로 했다”고 대책위쪽의 주장을 일부 수용했다.
하지만 최근 도서 발행일을 법 시행일로 바꿔달라는 대책위의 경과규정 반영 요구에 대해선 여전히 “법적 근거가 없는 등 타당성이 없으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문광부가 한발 양보하자 대책위쪽도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대책위 소속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임종은 국장은 문광부의 발표에 대해 “더이상 시행령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합리적인 출판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출판유통심의위원회 등을 구성해 앞으로 세부조항을 문광부, 인터넷서점 등과 협의해나가겠다”고 훗날을 기약했다.
인터넷서점쪽도 좀더 두고보자는 입장이다.
문광부의 발표가 나온 다음날인 19일, 국내 대표적 인터넷서점인 예스24의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밝히길 꺼리면서도 “마일리지나 경품을 10% 할인폭에 포함시킬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들이 완전한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도서정가제 시행 일주일을 앞둔 시점에서도 대책위는 ‘마일리지는 단 1%라 하더라도 할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태세고, 인터넷서점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문광부 또한 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허둥댈 뿐이다.
실제로 2월20일 문광부, 대책위와 인터넷서점 관계자가 참석한 회의조차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끝났다.
애당초 문광부는 “22일께 고시안을 마련해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 시행일에 맞춰 효력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출판업계와 문광부, 인터넷서점은 여전히 다른 꿈을 꾸며 한 이불을 덮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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