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비즈니스] 공룡 은행 ‘시너지 원년’ 깃발
[비즈니스] 공룡 은행 ‘시너지 원년’ 깃발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2.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 등 빅4 “가시적 성과 내자”… 구조 개편·계열사간 연계영업 착수 지난 2월5일 ‘2002년 실적 발표회’에 참석한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평소와는 달리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3103억원으로, 2001년보다 11.8%나 감소했다는 ‘우울한 소식’을 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4분기에는 202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결과였다.
김정태 행장은 신용카드 부실채권 문제로 순손실이 발생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경영지표가 호전돼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거센 질문 공세까지 막아내지는 못했다.
우량은행인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쳐 자산, 직원, 점포 등 모든 면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국민은행이 상당한 합병 시너지 효과(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본 의견이 많았던 탓이다.
국민은행과는 반대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지방은행들은 지난해 빼어난 성과를 올렸다.
경남은행은 수신고가 24.1% 증가하는 등 8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부산은행 역시 순이익 규모가 1480억원에 달했다.
모두 은행 설립이래 가장 좋은 실적이다.
이런 엇갈린 경영성과는 그동안 절대 명제로 받아들여졌던 은행의 대형화에 대한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형화에 대한 회의론은 이미 일부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은행 대형화 회의론 제기되기도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금융감독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통합이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대형화 위주의 금융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월14일 새천년민주당 주최로 열린 ‘은행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 심포지엄’에서는 “외국에서도 전체 합병의 30% 정도만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며 합병과 대형화를 해야만 은행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아직은 대형화를 고수하는 입장이 많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연구위원은 “시너지 효과는 전산통합이 이루어지고 난 후 1년은 지나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신용카드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이 은행 경영을 압박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신용카드의 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은행의 경영실적이 좋게 나올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방은행의 실전호전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우리금융그룹 전략기획본부 김홍달 부장은 “지방은행이 아직은 지역밀착 마케팅을 통해 틈새시장을 찾아낼 수 있지만, 외국 은행의 진출이 본격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계속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대형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어쨌든 대형화 논란과 관련해 올해 주요 은행의 경영성과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잇따른 합병과 금융그룹화로 어느 정도 체제 정비를 마친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빅4’ 은행은 모두 2003년을 통합시너지 창출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본점의 조직 통합과 전산 통합을 끝낸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지점 통합에 나선다.
합병 이후 국민은행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고 일단 두 조직을 붙여놓은 뒤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이로 인해 합병 시너지 창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민은행 전략기획담당 최범수 부행장은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은 노조의 반발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우선 조만간 본점 인력을 20% 축소해 이들을 영업점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하게 인력을 줄이기보다는 이들을 영업력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하나·신한, 추가 합병 고심중 국민은행은 비용절감보다는 추가 수익원 발굴을 통한 시너지 효과 구현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애초 추정한 2조5천억원의 시너지 효과 중 75% 정도가 매출 증대와 연결돼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익증권, 보험상품 판매 등 전통적 은행업무 이외에 수수료 수익을 대폭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영업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정보의 체계화가 급선무다.
지난해 전산 통합과 함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합쳤지만 이를 당장 영업에 활용하는 것은 무리다.
최범수 부행장은 “고객정보 분석은 방대하고 까다로운 작업”이라며 “본격적인 고객관리(CRM)를 올해 안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우리금융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구조개편 작업에 주력했다.
우선 평화은행을 카드사로 전환해 신용카드사로 만들었다.
여기에 옛 한빛은행의 카드부문을 이미 통합했으며, 광주은행(2월말)과 경남은행(상반기중)의 카드부문도 조만간 합칠 예정이다.
그룹 내 각 은행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카드부문을 합쳐 비용도 줄이고 효율성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우리금융그룹 전략기획본부 김홍달 부장은 “은행과 카드사간 시너지 효과를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고 말한다.
우리은행이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그룹 차원의 통합 CRM 시스템 구축이다.
김홍달 부장은 “3월까지 은행 중심의 통합 마케팅 기반 구축을 끝내고, 4월부터 교차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통합 CRM을 통해 향후 3년간 은행부문에서만 2500억~3천억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합 CRM 구축과 함께 영엄점의 업무 프로세스 개혁 작업도 진행된다.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금융그룹 형태를 갖추고 있는 우리은행은 대형 단일 은행인 국민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해 금융지주회사에 한해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가 허용됐다.
단순한 제휴관계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강점을 갖게 된 것이다.
증권, 투신 등 계열사를 활용한 복합상품의 개발에도 유리하다.
우리금융그룹 그룹통합마케팅TFT 신균배 차장은 “단순히 여러가지 성격의 상품을 놓고 교차 판매를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복합상품의 개발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일, 서울은행과 합병한 하나은행은 올해 조직 통합과 시너지 창출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경영전략본부 이강만 상무는 “합병을 통해 점포가 300개에서 600개로 늘어나는 등 고객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점포망을 확보했다”고 말한다.
이제는 각 점포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서울은행은 중소 규모 예금자가 많고, 하나은행은 고액 예금자가 많다.
일단은 이들의 고객 특성을 세분화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이강만 상무는 “비용절감 4500억원, 수익증가 8500억원 등 총 1조3천억원의 합병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은행은 65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전산통합을 5월4일까지 끝마칠 계획이다.
비용절감 측면에서 본다면,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합병 직전에 서울은행에서 540명의 인원을 미리 줄였기 때문이다.
이강만 상무는 “합병은 지난 4년 동안 하나은행이 꾸준히 추진해온 일관된 전략”이라며 “당장은 조직 통합에 주력하겠지만 추가 합병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흥은행 인수를 앞두고 있는 신한은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신한은행은 올해를 ‘시너지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카드부문 분리, 굿모닝증권 인수, SH&C생명 설립 등으로 신한금융그룹 내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는 판단이다.
신한은행 시너지영업추진실 권점주 실장은 “지난해 계열사간 연계영업을 통해 160억원의 추가 수익을 올렸으며, 올해는 이를 95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너지 영업 상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굿모닝신한증권, 신한카드와 연계해 모든 서비스와 혜택을 하나로 통합한 FNA증권거래예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권점주 실장은 “많은 은행들이 시너지 영업을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너지 영업에 관한 한 신한은행이 한발 앞서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금융그룹의 전체적 규모가 경쟁 은행들에 비해 다소 작다는게 흠이다.
신한은행이 조흥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다.
신한은행에서는 조흥은행 인수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시간이 문제라는 반응이다.
막대그래프/국민은행 2002년 분기별 당기순이익 (자료:국민은행) 1분기/6722억원 2분기/4918억원 3분기/3489억원 4분기/-2026억원 표/은행그룹별 당기순이익 (자료:한국은행) 구분/2001년/2002년/증감률 시중은행/3조9864억원/3조8952억원/-2.3% 지방은행/1808억원/4550억원/151.7% 특수은행/1조1120억원/1조5294억원/37.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