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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턱없이 비싼 ‘준’과 ‘핌’의 비밀
[비즈니스]턱없이 비싼 ‘준’과 ‘핌’의 비밀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3.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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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너무 많으면 기술적 문제 발생… IMT2000 테스트가 주목적인 듯 서태지는 노래하고, 영화 속 주인공은 신나게 달린다.
라이브 앨범에서나 들을 수 있는 현장감 넘치는 음악이 벨소리로 울리고, 차 안에선 TV뉴스를 시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휴대전화로 이 모든 것들을 즐길 수 있다니 정말 즐거운 세상이다.
단, 돈이 많다면 말이다.
최근 SK텔레콤과 KTF가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마케팅 전쟁에 들어갔다.
뜨거운 광고전을 벌이고 있는 ‘준’과 ‘핌’은 3세대이동통신(IMT2000) 시대를 앞두고 전초전을 벌이는 두 회사의 야심찬 대표선수들이다.
하지만 두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용료가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그럿 탓에 두 회사는 모두 이번 서비스를 띄우면서 일정액을 내면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자유요금제를 내세웠다.
2만5천원을 내는 SK텔레콤의 ‘준 프리요금’과 2만4천원을 내는 KTF의 ‘핌 전용요금’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요금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만 드는 요금일 뿐이다.
전송료와 별도로 콘텐츠마다 붙어 있는 정보이용료까지 내다 보면 한달에 7만~8만원을 넘겨 쓰는 건 어렵지 않다.
음성통화요금까지 합치면 동영상을 제대로 이용할 때 드는 이동통신요금은 10만원을 가볍게 넘어선다.
4메가바이트 다운로드에 약 1만원 동영상 이용료가 턱없이 높다는 주장에 두 회사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는 요금이 더 비싸야 하지만 그나마 자유요금제를 도입해 비교적 싸게 동영상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동영상이 음성이나 텍스트에 비해 전송용량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무선인터넷의 텍스트는 기껏해야 전송용량이 몇백 킬로바이트(Kbyte)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동영상 콘텐츠는 기본이 메가바이트(1천Kbyte) 급에 이른다.
1메가바이트를 현재 이동통신에서 주고받는 데이터 단위인 ‘패킷’으로 계산하면 약 2천패킷 가량이 된다.
패킷당 요금이 1.3원가량이므로, 4메가바이트가량 되는 뮤직비디오를 하나 다운로드받으려면 약 1만원(4×2000×1.3)이 든다는 얘기다.
짧은 뮤직비디오 한편을 내려받는 데 이 정도 금액을 지불해야 하니 무척 고가의 서비스인 셈이다.
이동통신사들의 생색내기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고가 서비스를 2만5천원만 내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으니 엄청난 할인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말 내놓은 준 프리요금에 가입하면 2만5천원으로 무제한 동영상을 이용할 수 있다.
3개월짜리 한시상품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통사들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동통신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엄청나게 비싼 서비스를 이렇게 싸게 제공하는 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다.
이동통신사들이 그렇게 어수룩하지는 않다.
이통사들의 전략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숨어 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우선 패킷당 요금이 1.3원이라는 것은 고정불변의 가격이 아니다.
1.3원은 동영상 서비스가 나오기 전에 책정된 것일 뿐이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만약에 이동통신사들이 동영상 시장을 크게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 당연히 상품의 가격을 내릴 것이다.
다시 말해 패킷당 요금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은 패킷당 요금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개월 동안만 한시적인 자유요금제가 끝나는 2월말부터는 이용자들의 사용료가 크게 오를 텐데도 말이다.
SK텔레콤과 KTF가 준과 핌 서비스를 출시할 때 동영상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게 지상과제가 결코 아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주요한 목표는 따로 있었다”고 귀띔한다.
이동통신사들은 조만간 IMT2000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
‘꿈의 이동통신’이라고 불리던 IMT2000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동영상과 화상전화 등 용량이 큰 데이터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떡 하니 내놓았는데, 서비스 수준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IMT2000 서비스 자체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KTF의 한 관계자는 “일단 비슷한 동영상 서비스를 일반인에게 맛보게 하면서 서비스 수준을 테스트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결국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EV-DO망’이었던 셈이다.
EV-DO망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 지금의 동기식(CDMA 1x)망을 조금 개선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동영상 서비스인 준과 핌은 EV-DO망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EV-DO망을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기껏해야 3천억원 정도다.
수조원을 들여야 하는 IMT2000 망에 비해 훨씬 싼값에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준과 핌의 첫번째 임무는 적은 투자비로 IMT2000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EV-DO의 투자비가 적게 드는 데도 굳이 IMT2000 서비스를 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지난 2월초 SK텔레콤이 수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대한 이유도 바로 이런 거였다.
하지만 EV-DO서비스는 현재의 망 안에서 주파수를 쪼개 쓰는 것이라 사용량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지금처럼 동영상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을 때에는 EV-DO만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동영상 이용자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서비스 질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준이나 핌의 가입자가 늘어나면 좋지만, 너무 많아져도 안 된다”고 말한다.
투자액만 회수된다면 꿩 먹고 알 먹고 그럼 이동통신사들이 기대하는 준이나 핌의 가입자 수는 어느 정도일까. EV-DO망 투자비와 마케팅 비용, 여기에 약간의 흑자를 보탠 것이 ‘합리적’ 기대치라고 할 수 있다.
한 이동통신사가 EV-DO망에 투자한 금액은 대략 3천억원 이상이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과 약간의 흑자를 덧붙여 약 5천억원 정도만 거둘 수 있다면 준과 핌 상품은 과도기 서비스로 충분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금액을 월 이용료 5만원 정도씩으로 나눠보면 약 100만명의 가입자가 나온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이 준과 핌의 목표 가입자로 삼고 있는 100만명이라는 수치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준이나 핌 서비스는 굳이 요금을 싸게 책정해 넓게 보급할 필요가 없다.
얼마간 가입자를 유지하면서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갖고 투자금액만 거둘 수 있다면 대성공이다.
게다가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1인당 매출액을 큰 폭으로 늘릴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음성만으로 매출액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요금 인하 압박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이통사들이 목표로 삼은 100만 가입자 유치가 차질을 빚게 되면 이통사들은 가격을 낮추려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동영상 서비스 가입자 추세를 보면 목표 미달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마도 싼값의 동영상 서비스는 IMT2000 서비스가 한참이나 진행된 다음에야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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