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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영케이스/북한경제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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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코노미21
  • 승인 200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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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에너지난 ‘부족의 악순환’ “남쪽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북쪽에는 눈보라를 동반한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 기상 안내를 하는 방송은 아니다.
남북의 에너지 사정을 빗대면 이렇다는 말이다.
남쪽에서는 2월18일부터 주유소와 백화점, 자동차판매소의 조명사용이 제한됐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높아져 국제 유가가 오른 데 따른 대비책이었다.
이런 조처들을 시민들의 체감온도로 말한다면 ‘서늘한 바람’ 정도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의 중유 공급이 중단된 이후 북한에 부는 바람은 훨씬 맵짜다.
<조선중앙통신>은 1월30일 “전력 부족으로 열차 운행이 중단돼 석탄 조달이 어려워지자, 전력 생산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하자면 전력 부족→열차 중단→석탄운반 차질→전력 부족이라는 ‘부족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셈이다.
전력난은 수송뿐만 아니라 생산에서도 막대한 차질을 빚게 한다.
무엇보다 잦은 정전은 북한 공장들의 “가동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이렇게 공장이 자주 멈추는 상황에서 생산물의 질 향상을 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생활에서도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남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평양의 대표적인 산부인과인 평양산원조차 난방이 안 돼 갓난아이들이 찬 공기 속에 노출돼 있었다”고 전한다.
이런 상황에 대한 북한의 주장은 간단하다.
미국이 제네바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중유 공급 중단뿐 아니라 경수로 건설만해도 그렇다.
제네바합의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경수로를 완공해 북한에 “시운전 열쇠를 넘겨주기로” 했다.
그런데 2월 현재 경수로 건설 공정률은 29%에 불과하다.
어찌됐든 이렇게 에너지난이 심각해지자 북한에서는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메탄가스 이용’이다.
<로동신문>은 2월4일 ‘살림집 전기난방화, 메탄가스화 적극 추진’이라는 기사에서 메탄가스를 적극 이용하는 덕성군 락원협동농장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메탄가스란 한마디로 화장실에서 나는 가스다.
신문은 1천세대가 사는 이 농장에서 “집집마다 발효탕크를 규모 있게 건설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발효탱크에는 소나 돼지의 배설물이 채워진다.
그리고 이 배설물이 발효돼 가스가 나오면 이를 관으로 연결해 부엌에서 주로 취사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어려워진 에너지 사정은 온천물도 공업용으로 이용하게 만든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황해남도 옹진군 옹진읍에 있는 옹진온천 물을 공장·기업소·협동농장들에서 동력과 난방에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온철물은 “피부질환과 위염,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소개했다.
2001년 현재 북한의 발전량은 202억Kwh로, 2852억Kwh인 남한의 7%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메탄가스 이용, 온천물 공업용수로 이용 등 자력갱생적 대응책만으로는 ‘부족의 악순환’을 깨기는 어려워 보인다.
핵심은 시설 현대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다.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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