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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지식강국이 되려면
[리드칼럼]지식강국이 되려면
  • 이코노미21
  • 승인 2003.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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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들이 지금 세계 이곳저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9·11테러의 희생자 가족이 인간방패를 자원하며 이라크로 달려가는가 하면, 전세계 6천만명의 사람들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같은 시간에 벌이기도 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미국이 서로 등을 돌리고 있고, 유럽대륙 안에서도 나라마다 제각기 생각이 다르다.
여기에 북한은 동해바다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고,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은 한국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한미 두나라의 이해관계가 때로는 서로 다를 수도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전세계에 알렸다.
21세기가 과거와 다른 점은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기존 질서와 권위, 권력이 그 허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은 당연히 권력이동을 가져올 것이며,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을 낳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질서를 찾아갈지 지금으로서는 짐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왜 이처럼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겁나고, 때로는 속시원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리할 수는 있을 것도 같다.
첫번째는 미소 양극체제가 무너지고 미국 중심의 단일체제가 등장한 걸 꼽을 수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표준이 승리의 나팔소리를 끝마치기가 무섭게 과거에는 잠자고 있든 문제들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석유다.
지금 세계는 새로 발견되는 원유량의 약 두배를 소비하고 있다.
새로 개발되는 대형 유전은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원유 수입국에는 석유자원이 단순한 경제적 의미의 수입품이 아니라 군사적 안전과 마찬가지다.
석유자원의 80%가 중동과 카스피해 연안에 숨겨져 있으니, 앞으로 이 지역의 국경은 땅 밑의 유전이나 수자원을 기준으로 새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요인은 기술의 발달이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의 보급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한두 사람만이 알던 진실을 이제는 세계 시민들에게 쉽게 알릴 수 있다.
이제는 자신의 욕심을 아름다운 말로 포장하기도 어렵고 과거에 저지른 잘못도 숨기기 어렵게 되었다.
투표권을 가진 다수의 세계 시민이 정치 지도자들끼리 벌이는 타협을 어렵게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이 가지고 온 더 큰 문제는 이미 9·11테러에서 보았듯이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할 수 있게 된 사실이다.
앞으로 국가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움을 하기 위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과잉 통화다.
지금 전세계에는 엄청난 양의 통화가 떠돌아다닌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돌아다니는 통화는 영국의 중앙은행을 굴복시켰고, 남미는 물론 아시아 국가의 대통령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1973년 미국 정부가 달러의 발행량을 금으로부터 해방시킨 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돈을 찍어내어 이를 해결하려 들었다.
이렇게 해서 풀린 돈은 주식이나 주택 가격을 지나치게 높이기도 하고, 때로는 전세계의 제품 공급량을 늘리기도 하고, 때로는 한 나라를 빚의 늪에 빠뜨리기도 한다.
세계 통화량의 전위부대라 할 수 있는 신용평가회사들은 개인과 회사는 물론, 국가의 신용을 평가하여 돈의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 아직도 냉전의 유산인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데다, 석유도 없고 물도 부족하고 인터넷 보안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0%는 외국 자본이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치를 분명하게 내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전략과 집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전략을 위해서는 한국이 정보와 지식의 발신지가 되어야 하며, 집행력을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래를 향한 다양한 모험이 허용되어야 하고, 정부는 이 모험의 실패에서 오는 위험을 관리하는 안전망을 갖추어야 한다.
하상주/ 대우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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