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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 기업의 이유 있는 급상승
2.3개 기업의 이유 있는 급상승
  • 이원재 기자
  • 승인 2003.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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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매출과 이익에 부침이 있듯이, 투명성도 뜨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한다.
때로 그 변화는 영업환경이나 정책과 같은 외부 환경에 따라 생기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기업 스스로 얼마나 투명경영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일어난다.
이번 투명성 조사에서 반년 전 조사에 견줘 순위가 가장 많이 뛰어오른 기업은 강원랜드다.
6개월 전 애널리스트 평가 결과 56위에 머물렀던 이 기업은 반년 만에 4위로 52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얼핏 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강원랜드를 가까이서 관찰한 애널리스트들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 기업은 지난 반년 동안 그만큼이나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강원랜드(대표 오강현)는 정치권으로의 자금유출설, 시스템 도입 특혜설 등 각종 의혹에 시달리면서 수시로 검찰 수사대상에 오르는 수모를 겪었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정부 및 관련기관들 이외의 주주에게는 둔감해, 각종 의혹에 관해 시장에 속시원하게 설명해주지도 않았다.
게다가 지난해 8월 현재 사장이 취임한 뒤에는 노사 갈등까지 겪었다.
반년 전 애널리스트들이 그다지 투명하지 못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내렸던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원랜드의 투자홍보전략이 180도 바뀌고 있다는 게 감지됐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전한다.
홀대하던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얘기다.
일단 IR조직이 대폭 강화됐다.
사장이 소액주주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가 기관투자가와 함께 방문해 기업정보를 얻겠다고 해도 뚱한 표정이던 회사쪽이 이제는 먼저 뉴스레터를 만들어 소식을 전해준다.
그것도 악재를 변명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라, 회사에 불리한 내용까지도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좋은 쪽으로 돌아섰고, 강원랜드는 투명성이 ‘뜨는’ 기업이 됐다.
두번째로 급속한 순위 상승을 경험한 KT(대표 이용경)는 ‘민영화’라는 커다란 지배구조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상반기 이전과 하반기 이후에 KT가 투자자를 대하는 태도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다.
최근 기업설명회를 통해 순이익의 50%를 배당이나 자사주매입 등 투자자를 직접 지원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좋은 평가를 받는 뒷심이 됐다.
CJ엔터테인먼트(대표 이강복)는 회계기법의 개혁으로 불투명성을 줄여 투명성 순위가 36계단이나 뛰어오른 경우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회계기준이 불투명하기로 악명이 높다.
산업으로서 성장하기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원가 계산 기준을 임의로 정해 실적을 조작하기 일쑤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CJ엔터테인먼트도 이런 악명에서 예외가 아니었는데, 지난해 투자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회계기준을 손실이 분명히 드러나는 방향으로 알기 쉽게 고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전한다.
시장과 대화에 성공하고 있는 이들 세 기업의 교훈은, 기업이 시장에게 자신을 열어보이려는 의지를 내보이면 시장은 곧 따뜻한 시선을 보내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과는 반대로 시장이 참혹하리만큼 냉정한 평가를 내려 투명성 순위가 수십 계단 추락한 기업들도 있다.
그들이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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