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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불황의 늪 탈출 비상조치
[글로벌]불황의 늪 탈출 비상조치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3.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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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째 경제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홍콩 당국이 마침내 비상조치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2월25일 홍콩 행정당국은 홍콩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복지수당을 11.1% 줄이고, 공무원들의 임금도 6% 삭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택임대 비용이나 소비재 가격이 끝없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복지수당이나 임금을 현수준에서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게 주된 논거다.
공무원 월급은 오는 2004년 말까지 두단계에 걸쳐 삭감되는데, 그 결과 임금수준은 대략 1997년 7월 홍콩이 중국 정부에 반환되기 이전의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종 복지수당도 오는 2004년까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홍콩 경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홍콩의 실업률은 7.2%를 기록했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여름의 실업률 7.8%에서 다소 떨어진 수준이지만, 3분기에 비하면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
더욱 큰 문제는 디플레이션 조짐이 역력하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소비자 물가는 99년 이래 13%나 떨어졌다.
현재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보다 그 정도가 훨씬 심한 셈이다.
디플레이션이 한창 진행되는데도 복지수당이나 공무원 월급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건 곧 정부재정이 급속하게 나빠졌다는 걸 뜻한다.
공무원 월급은 99년 이래 소폭이나마 상승하기도 했다.
게다가 경기침체 여파로 조세수입마저 크게 줄어들어 홍콩 당국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IMF는 홍콩의 재정적자가 GDP의 약 6%선에 근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국으로서는 서둘러 무언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음직하다.
행정당국은 이번 조치로 일반 주민들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대신 정부재정을 튼튼히 할 수 있는 플러스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비자 물가 하락세가 두드러진 만큼 일반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칮 않을 것이란 게 논거다.
하지만 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 조치의 여파는 상당히 클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도 90년대 부동산 경기 거품 당시 주택을 구입했던 사람들이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집값도 떨어지고 임대수입도 줄어드는데 주택구입 당시의 은행대출 부담은 여전히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가운데 상당수가 은행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나마 지금까지 공무원들이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소비자 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월급이 현수준을 유지했던 덕이 컸다.
그런데 이제 공무원 월급 삭감 조치가 나왔으므로 공무원들이 큰 영향을 입을 건 뻔한 일이다.
복지수당에 의존해 생활하던 사람들의 피해는 이보다 더 클 전망이다.
이들은 주로 민간주택보다는 당국이 지은 공공주택을 싼값에 임대해 생활해온 편이다.
하지만 민간주택 임대료가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공공주택 임대료는 거의 아무런 변동이 없는 상태다.
임대료는 그대로인데 이제 손에 쥐는 복지수당이 줄어들게 되므로 이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오랜 디플레이션의 여파 속에 재정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홍콩 경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일깨워주는 계기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이번 조치가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를 더욱 부채질해 궁극적으로는 정부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이런 목소리에는 당장 정부의 금고를 채우기 위해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리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경기부양 노력에 힘써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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