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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IBM, 파트타임 정규직제도 도입… 인재 활용 위한 윈윈 전략 눈길
[컴퍼니]IBM, 파트타임 정규직제도 도입… 인재 활용 위한 윈윈 전략 눈길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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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일하고도 정규직 대우? 지난 1월 한국IBM 사내게시판에는 흥미로운 공지사항 한가지가 내걸렸다.
이른바 ‘파트타임 정규직제도’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공지사항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자녀양육이나 가족간호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8시간 근무를 하기 힘든 직원들을 위해 정규직 신분은 유지시켜주면서 파트타임 근무를 허용하겠다.
” 얼핏 들어봐도 파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파트타이머가 정규직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기업들이 저마다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곧바로 인사부서쪽엔 직원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나중에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요?” “퇴직금 계산은 어떻게 되나요?” 담당자들은 새로운 인사제도를 설명해주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니까 이게 말이죠….” 우선 아무나 파트타임 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불가피한 개인사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2년 이상 IBM에서 근무한 직원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파트타임 근무를 하더라도 정규직 노동시간의 절반인 4시간 이상은 일해야 한다.
신청기간도 몇가지 원칙이 있다.
너무 짧거나 길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짧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1년까지 가능하며 총 파트타임 근무기간이 2년을 넘어서는 안 된다.
자녀학자금 보조나 건강검진을 포함해 IBM의 ‘카페테리아’식 복리후생제도도 똑같이 누릴 수 있다.
설령 파트타임 근무기간 중 퇴사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퇴직금 계산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아무튼 이래저래 따져봐도 파트타임 근무를 한다고 직원들이 손해볼 일은 없는 것 같다.
임금이야 근무한 시간만큼만 지급되지만, 복리후생제도가 똑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쪽이 되레 손해보는 일이다.
오히려 정규직원들이 “불공평하다”는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무작정 손해보는 일을 직원들에게 제안할 리는 없다.
IBM이 제안한 새로운 인사제도엔 우수한 인재들의 발목을 더 단단히 잡아두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한국IBM 신재철 사장은 “직원과 회사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인재 활용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말한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가운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일과 개인생활간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은 필수라는 이야기다.
이미 몇해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모바일 오피스제도는 이런 IBM의 인사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IBM의 영업사원들은 사무실에 자기 책상이 없다.
말하자면 이동 사무실제도인 셈이다.
사내 근무를 할 때는 호텔을 이용하듯이 미리 모바일 직원 전용책상을 예약해 체크인을 하고 써야 한다.
대신 언제 어느 곳에서나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지급했다.
파트타임 정규직제도는 국내에선 전무후무한 일이지만, 외국에선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IBM이 들어가 있는 아태지역 15개국 가운데 7개국에선 이미 시행중에 있다.
예컨대 호주IBM에선 전체 직원의 4%인 419명이 파트타임 정규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인사담당자들에 따르면 아직 파트타임 근무를 신청한 직원은 한명도 없다고 한다.
그만큼 낯선 제도이기도 하거니와 당장 급박한 사정이 생긴 직원이 없는 것 같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쓰임새가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전체 직원의 19%를 차지하는 여성직원들 중에선 해마다 육아문제로 퇴사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내다본다.
IBM의 새로운 인사 실험이 애초 취지대로 회사와 직원 모두가 윈윈하는 게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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