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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유무선 통합사업자는 꿈인가
[비즈니스]유무선 통합사업자는 꿈인가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3.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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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비스에 SKT·정통부 ‘태클’… 상품결합 얼마든 가능해 논란 계속될 듯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가면 관련 상품들을 묶어 파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샴푸에 린스, 비누, 로션 등을 함께 포장해 싸게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상품을 접하다 보면 가끔 고민이 될 때가 있다.
샴푸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인데 함께 묶인 비누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 “그래도 이렇게 묶어 사면 싸니까 그냥 한번 써보지” 하면서 집어들곤 하는 게 보통이다.
이게 바로 결합상품의 위력이다.
소비재에서 자주 쓰이던 결합상품 마케팅이 통신시장에서도 이슈로 떠올랐다.
먼저 KT가 강력한 유선망을 무기로 통신시장에 결합상품을 처음 선보이려 시도했다.
‘네스팟 스윙’이라는 이름의 결합상품이 그것이다.
물론 다른 이통사들의 반대에 부딪쳐 반쪽짜리 상품이 됐지만 말이다.
네스팟 스윙은 무선랜과 이동통신망을 연결한 서비스로, 무선랜을 쓸 수 있는 곳에서는 무선랜을, 그밖의 지역에선 이동통신망을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전에도 무선랜과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각각 이용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 네스팟 스윙 서비스는 하나의 단말기에 두가지 통신모듈을 모두 탑재해 사용자가 망 환경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예컨대 무선랜을 쓸 수 있는 지역에서는 PDA 등을 통해 유선과 똑같은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무선랜이 없는 지역에선 속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이동통신망을 통해 인터넷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네스팟 서비스, 무선랜과 이동통신망 결합 KT는 이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와 제휴를 자연스럽게 생각해냈다.
무선랜은 KT의 네스팟을, 이동통신망은 KTF의 016망을 쓰는 서비스라 두 서비스를 모두 쓰는 사용자에게 요금할인 같은 혜택을 주면 가입자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무선랜 가입자는 몇천명 수준에 이를 정도로 초기 시장이라, 훨씬 앞서 있는 이동통신을 이용한 마케팅은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KT가 네스팟 스윙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K텔레콤이 발끈하고 나섰다.
KT가 무선랜을 팔면서 결국 016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의도일 것이라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KT가 KTF와 결합상품을 내놓는 것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위치에서 결합서비스를 못하도록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법대로라면 SK텔레콤의 말이 맞다.
현재 정보통신부 고시로 돼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정보통신부장관이 지정한 전기통신 사업자는 지정한 전기통신역무를 결합판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통부장관이 지정한 전기통신 사업자란 시내전화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KT와 이동통신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다.
즉 KT와 SK텔레콤은 각각 시내전화와 이동전화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다른 시장의 상품과 결합한 상품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콕 집어’ 규정해놓은 셈이다.
애초 이런 금지규칙이 생긴 이유는 각각의 통신시장에서 사업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펼치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기간통신인 시내전화, 시외전화, 이동전화와 별정통신인 국제전화, 그리고 부가통신인 초고속인터넷 등으로 구분돼 있다.
이 가운데 시내전화와 이동전화에서 KT와 SK텔레콤은 다른 업체들이 따라갈 수 없는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시내전화와 이동전화에서의 지배력을 다른 시장으로 확대하면 그 시장의 사업자들은 경쟁을 거의 포기해야 한다.
예컨대 SK텔레콤이 “011 가입자에게는 국제전화 00700의 요금을 대폭 깎아준다”는 식의 마케팅을 벌이면 국제전화시장은 금세 혼란에 빠진다.
어찌됐든 다급해진 SK텔레콤은 1차 저지 전략으로 네스팟 스윙의 요금할인 계획에 태클을 걸었다.
SK텔레콤의 김기천 공정경쟁팀장은 “현재 무선랜시장은 초기시장이기 때문에, 무선랜보다는 016으로 가입자를 유인하는 게 더 큰 마케팅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무선랜을 쓰려는 가입자들에게 “016에 가입하면 이동통신 무선인터넷 요금도 훨씬 싸다”는 논리로 영업을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하지만 KT측은 네스팟 스윙이 결합상품 규제조항에 꼭 저촉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친다.
KT의 네스팟 스윙 관계자는 “무선랜은 시내전화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통신인 초고속인터넷에서 확장된 서비스”라고 주장한다.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므로 얼마든지 결합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무선랜은 KT의 주장대로 @액세스 포인트@까지는 시내전화망이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망을 통해 데이터가 이동한다.
이런 상황에서 칼자루를 쥔 정통부는 일단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논리는 다소 달랐다.
KT가 시내전화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결합판매 가능요건을 위배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에 상관없이 결합상품 판매를 할 수 없는 두가지 요건을 정해두었다.
그중 한가지는 결합상품의 요금인하가 마케팅 비용을 절약한 것보다 훨씬 더 클 때다.
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규제정책담당 임정수 사무관은 “KT의 네스팟 스윙은 요금할인 폭이 너무 커 요금승인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이 KT는 애초에 계획한 월정액식의 요금할인은 접은 상태에서 네스팟 스윙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월정액 2만5천원을 내더라도 무선랜을 쓸 수 있는 지역을 벗어나면 이동통신요금을 따로 내야 한다.
단말기도 PDA 한가지뿐이다.
게다가 무선랜 지역을 벗어나면 단말기를 껐다가 다시 이동통신으로 접속해야 한다.
물론 단말기를 끄지 않고 두가지 망을 오가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과금을 각각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KT는 말한다.
결합상품의 핵심인 요금할인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용의 편리함도 반감됐으니 그야말로 반쪽짜리 상품이 된 셈이다.
시내전화와 이동전화 결합도 논란거리 결국 이번에는 KT가 분루를 삼켰다.
하지만 다음에는 어떨지 알 수 없다.
특히 KT는 올해 중점사업으로 ‘유무선 통합 사업자로 나서는 것’을 공공연히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런 절차를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올 가을에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원폰’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원폰은 시내전화와 이동전화를 결합한 형태로, 한 번호로 집안에서는 시내전화를, 집밖에서는 이동전화를 쓰는 서비스다.
현재 법대로라면 두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로 내놓을 수는 있겠지만 요금할인을 기대할 수는 없다.
결합상품을 놓고 앞으로도 계속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예전에야 기술력에 한계가 있어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이 무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속속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력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민영화된 KT가 이전과는 달리 공격적으로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점도 다른 부분이다.
KT의 미련이 남아 있는 한 당분간 결합상품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용어설명/액세스 포인트 유선랜과 무선랜을 연결시켜주는 장치로, 현재 무선랜을 쓰려면 반경 40미터 안에 액세스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액세스 포인트는 유선랜의 끝단인 이더넷 허브나 서버에 꽂아 무선랜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액세스 포인트만 있으면 PDA나 노트북에 무선랜 통신 모듈을 탑재해 선 없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쓸 수 있다.
무선랜으로는 최대 11Mbps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최대 384kbps로 정보를 주고받는 이동통신망보다 인터넷 이용에 훨씬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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