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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홀의 문은 몇개나 될까?
[골프]홀의 문은 몇개나 될까?
  • 이코노미21
  • 승인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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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Hole). 골프의 오묘한 특성을 한마디로 함축하는 단어다.
우리말로는 ‘구멍’이고, 전라·경기·충청도의 방언으로는 ‘구녁’이다.
그런데 이 홀의 크기(지름)는 불교의 108번뇌라도 암시하듯 108mm다.
강력한 드라이버 샷으로 볼의 안쪽다리를 후리고 아이언으로 페어웨이를 이 잡듯 애무하고 다녀도 홀이 열리지 않으면 맥이 빠지게 마련이다.
여자에게도 성감대가 있듯이 각 코스와 홀에도 급소가 있다.
골프에서 티샷은 ‘자유분방함’이고, 아이언 샷은 ‘수렁에 빠진 내 딸아이를 건져내는 것’과 같다.
또한 퍼팅은 ‘오르가슴’(혼신을 다한 집중력)이라 말할 수 있다.
즉 골프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정확도’가 생명이라는 얘기다.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유독 ‘집’을 잘 찾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차, 3차가 거듭될수록 별미(?)를 찾아 옆길로 빠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홀’과 ‘집’을 잘 다스리면 골프가 즐겁고 가정이 편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집의 문(門)은 대개 하나지만 홀은 그렇지가 않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홀의 문(입구)은 모두 몇개나 될까. 5개, 아니면 6개, 아니 그보다 더 많은 7개? 우리 같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3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홀이 볼을 받아들이는 입구는 통상 5개다.
이 5개의 입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골퍼라면 분명 퍼팅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첫번째 입구는 홀을 향해 스퀘어(직각)로 어드레스를 취했을 때 중앙 정면(시계방향으로 치면 6시 방향)이다.
2, 3번째는 첫번째 입구를 중심으로 좌우, 즉 7시와 5시 방향이다.
나머지 2개는 어딜까. 3시와 9시 방향이다.
매우 고난도의 퍼팅 스트로크를 요하는 문이다.
퍼팅 라인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높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오로지 ‘정방향’만을 의식한 퍼팅에 목숨을 건다.
물론 그러다가 좌우로 흘러 들어가기도 하지만. 다시 말해서 홀의 특성을 알고 홀(컵)을 넓게 활용하면 중압감에서 벗어나 자신있게 스트로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홀의 입구는 이 5개로 모두 끝인가. 아니다.
두개가 더 있다.
그중 하나는 그야말로 고난도의 기술 샷을 구사해야 열리는 문이고, 다른 하나는 동반자들의 주머니를 한순간에 털어내는 아주 고약스러운 문이다.
밤의 문화를 찬미하는 자는 이 6번째 문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바로 ‘백 어택’(Back attack)이다.
이 문을 찾아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허리가 튼튼해야 하고, 양쪽 다리의 하체 근력이 탁월해야 한다.
볼에 강력한 백 스핀을 걸 수 있을 만큼 숏 아이언 샷이 뛰어나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즉 볼을 핀 뒤쪽에 떨궜다가 역회전으로 컵을 향해 빨려들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들도 매우 힘든 샷이다.
마지막 문은 ‘하늘 문’. 바로 홀인원이다.
이 문을 뚫게 되면 ‘3년간 재수’가 좋다고 하는데 그 확률은 아주 낮다.
물론 낮은 포복자세로 굴러 들어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깃대를 타고 수직으로 파고들어야 비로소 ‘하늘 문’을 정복한 것이다.
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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