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하고서, 하나 있는 동생을 보러 잔디깎이기계를 타고 십여일 동안 수백마일을 간다.
이미 충분히 겪었다는 듯 고독의 파도에 흔들림이 없다.
잔디깎이기계가 고장나면 고치고, 길이 힘들면 잠시 쉬면서 계속 간다.
길에서 만나는 이들을 보는 눈에 애수가 깃들 뿐이다.
그 과정을 말 그대로 ‘스트레이트’하게 죽 찍은 영화로, 기괴한 상상이 가득한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치고는 뜻밖의 작품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바웃 슈미트'가 더 담백하고 냉정하다.
'스트레이트 스토리'에는 앨빈의 삶의 줄거리를 완결시켜주려는 배려와 가공이 있다.
그래서 눈물샘을 더 자극한다.
대신 아이러니는 '어바웃 슈미트'보다 약하다.
단 앨빈 역의 리처드 판스워스의 연기는 잭 니콜슨보다 더 담백하다.
스턴트맨에서 시작해 조역을 면치 못했던 그는 80살에 이 영화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그게 마지막이라는 듯 그해 가을에 권총을 자신에게 들이대고 스스로 죽음을 찾아갔다.
현실의 고독은 영화의 그것보다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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