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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영화 vs 영화 / '스트레이트 스토리'
1.영화 vs 영화 / '스트레이트 스토리'
  • 이코노미21
  • 승인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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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파도에 나를 맡기고 99년 데이비드 린치가 만든 '스트레이트 스토리'의 주인공 앨빈은 66살의 슈미트보다 좀더 늙은 80살이다.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하고서, 하나 있는 동생을 보러 잔디깎이기계를 타고 십여일 동안 수백마일을 간다.
이미 충분히 겪었다는 듯 고독의 파도에 흔들림이 없다.
잔디깎이기계가 고장나면 고치고, 길이 힘들면 잠시 쉬면서 계속 간다.
길에서 만나는 이들을 보는 눈에 애수가 깃들 뿐이다.
그 과정을 말 그대로 ‘스트레이트’하게 죽 찍은 영화로, 기괴한 상상이 가득한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치고는 뜻밖의 작품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바웃 슈미트'가 더 담백하고 냉정하다.
'스트레이트 스토리'에는 앨빈의 삶의 줄거리를 완결시켜주려는 배려와 가공이 있다.
그래서 눈물샘을 더 자극한다.
대신 아이러니는 '어바웃 슈미트'보다 약하다.
단 앨빈 역의 리처드 판스워스의 연기는 잭 니콜슨보다 더 담백하다.
스턴트맨에서 시작해 조역을 면치 못했던 그는 80살에 이 영화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그게 마지막이라는 듯 그해 가을에 권총을 자신에게 들이대고 스스로 죽음을 찾아갔다.
현실의 고독은 영화의 그것보다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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