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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LG패션, 비싼 옷은 벗어던져라?
[비즈니스]LG패션, 비싼 옷은 벗어던져라?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3.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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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 업계, 중저가 시장 공략… 토털식 매장 늘리고 할인점 입점도 본격화 우선 LG패션은 중저가 브랜드 ‘타운젠트 밸류’(Towngent Value)로 승부수를 던졌다.
타운젠트 밸류는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투프라이스숍을 벤치마킹해 지난해 8월 선보인 브랜드다.
이곳에선 정장수트가 18만원짜리와 26만원짜리만 있다.
셔츠나 타이도 마찬가지다.
물론 노(NO)세일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양한 가격을 보면서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고를 시간을 주자는 것이다.
일반 남성복 매장에선 적어도 10가지 이상의 가격종류가 있는데다, 세일까지 겹치면 엄청나게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세일가로 내놓은 제품은 뭔가 하자가 있을 것이란 불신은 소비자들을 고민에 빠뜨리게 하곤 했다.
무엇보다 LG패션은 동일한 가격 수준의 다른 브랜드에 비해 품질이 좋다는 것을 타운젠트 밸류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일본 업체와 공동구매 방식으로 원단을 구입하고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제작을 맡기는 등 공정별로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싼 가격에 고품질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스톱 쇼핑 공간 ‘기쁨 두배’ 매장구성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
매장직원이 바짝 따라붙어서 설명하는 접객보다는 옷뿐만 아니라 신발과 액세서리 등까지 토털식으로 구성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기존 고가 브랜드는 백화점에 주로 들어가 있어 10평 안팎이라면, 타운젠트 밸류는 매장면적을 최대 150평까지 넓히고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구비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예컨대 인터넷을 설치해놓고 음료를 제공하는가 하면 재즈공연도 기획중에 있다.
3월말부턴 매주 금요일에 ‘프라이데이 페스티벌’을 열어 쇼핑을 하러온 고객들이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반응은 다른 신규 브랜드에 비해 훨씬 좋은 편이라고 한다.
LG패션 김석수 부장은 “타운젠트 밸류 구로점의 경우 월매출이 일반 대리점의 3배에 해당하는 3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타운젠트 밸류는 할인점내 입점을 포함해 모두 17개 매장이 오픈했고, 연말까지 36개로 늘어날 계획이다.
내년까지는 50개 매장에 1천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또 다른 남성복 업체인 캠브리지도 투프라이스매장인 ‘수트하우스’(Suit House)를 지난해 10월 선보인 뒤 매장 늘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수트하우스도 19만원과 29만원으로 가격을 단순화했다.
캠브리지 정승권 과장은 “비즈니스 스타일을 지향하는 신세대 소비계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캠브리지는 시험용인 ‘안테나샵’에 대한 반응이 좋다고 판단해 올해 20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통 생산 대비 판매율이 많아야 70% 안팎인데, 수트하우스는 신규 브랜드인데도 83%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코오롱패션에선 ‘지오투’(GGIO2)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른 두 업체와 달리 투프라이스로 가격대를 단순화하지 않았다 뿐이지, 토털 코디가 가능한 매장구성에 합리적인 가격선을 지향하고 있는 등 타운젠트 밸류나 수트하우스에 맞설 경쟁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40만원대의 캐시미어 정장을 지오투에선 2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코오롱패션 관계자는 “지난해 결산에서 점포당 매출을 비교해보니 지오투 매장이 가장 수익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올 연말까지 지오투 매장을 현재 9개에서 3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얼마 전에는 세 업체의 중저가 브랜드숍이 한자리에 모여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 2월 애경백화점 수원점이 오픈하는 시점에 맞춰 수원역사 쇼핑몰에 타운젠트 밸류와 지오투, 수트하우스가 나란히 들어선 것이다.
업체별로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할인점 내에 입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신규 브랜드인 만큼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때까진 손쉽게 매장을 늘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타운젠트 밸류는 이마트 8곳에 진출해 있고 수트하우스나 지오투는 홈플러스와 손을 잡고 있다.
그렇다면 남성복 업체들이 일제히 중저가 시장으로 몰려든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최근 몇년 동안 급격히 소비시장이 이원화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고가 위주의 백화점 유통에 집중돼 있던 남성복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특히 내수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경기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고급 브랜드를 내놓는 것과 함께 가두점을 통한 유통망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400여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는 파크랜드 등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저가 브랜드를 공략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가두점에서 파크랜드의 브랜드파워는 대단하다.
후발주자로서 중저가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했다.
대형 업체들이 투프라이스 등 새로운 개념의 숍을 선보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LG패션 김석수 부장은 “일본의 투프라이스숍은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지만, 국내의 경우는 이미 형성돼 있는 중저가시장에 어떻게 새롭게 진입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파크랜드가 중소도시에 많이 진출해 있는 데 비해, 새로운 중저가 브랜드들은 시내 중심가로 침투해 20~30대 비즈니스맨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가격거품을 제거한데다, 주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캐주얼 정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에 발맞춰 매장구성에서 변신을 꾀한 것도 마찬가지다.
코오롱패션은 장기적으로 온 가족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기도 하다.
소비시장 이원화 영향… 20~30대가 타깃 이에 대해 파크랜드 등 기존 가두점 중심의 중저가 업체들은 아직까진 느긋한 표정을 보인다.
파크랜드 관계자는 “10개 직영공장에서 대규모 생산설비를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어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대형 업체들이 새로 내놓은 중저가 브랜드의 성적이 꽤 좋은데다, 앞으로도 매장을 급속도로 늘릴 계획을 밝히고 있어 1~2년 사이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동네 양복점을 주름잡아왔던 파크랜드의 아성이 무너질까. 남성정장 구입장소 분포도 -------------------------- 남성정장 구입장소/구입률(%) 백화점 정상매장/41.2 브랜드대리점/30.7 백화점행사매장/8.8 브랜드상설할인매장/9.4 대기업종합매장/2.2 대형할인점/2.5 맞춤/0.6 재래시장/4.5 기타(의류전문점 등)/0.2 --------------------------- (자료 : 삼성패션연구소, 2002년 9월 남성 소비자 575명 대상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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