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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북한경제 돋보기
1.북한경제 돋보기
  • 이코노미21
  • 승인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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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품질 높이기의 달 북한의 국가품질감독국 관리들은 지난 2월 한달을 무척 바쁘게 보냈을 것이다.
왜냐하면 2월은 7월과 함께 북한이 공식 지정한 ‘제품 질 제고 대책 월간’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국가품질감독국이 ‘조선 품질관리법’에 정해진 갖가지 품질검사를 여느 때보다 엄격하게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월21일 '로동신문'은 ‘2월은 제품 질 제고 대책 월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꾼들은 모든 제품의 질을 한 계단 끌어올리기 위한 방도를 찾고 그 실현을 위한 조건들을 책임적으로 마련해주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오늘의 어려운 조건에서도 원 단위 소비기준을 줄이면서 제품의 질을 결정적으로 높이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손병옥 품질감독국 부국장도 지난 2월4일 '중앙텔레비전'에 출연해 “공화국 창건 55돌이 되는 올해의 첫 ‘대책 월간’에 제품 질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바로 세우고 적극 실현하자”며 “사업장마다 제품의 질 제고와 관련한 구호도 써붙이고 사회주의 경쟁과 품평회도 자주 여는 등 사회적 분위기를 잘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모습은 북한이 최근 ‘과학기술 중시’ 등 수출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 성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1년에 두달씩 집중적으로 제품 질 향상을 강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일 수도 있고, 생산관리 시스템의 현대화일 수도 있다.
또한 북한 경제의 취약점 중 하나인 ‘소비자 검증시스템 부재 현상’ 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손병옥 부국장도 제품 질 향상의 한 요소로 “정보산업 시대와 강성대국 건설의 요구에 맞게 최첨단 과학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생산설비와 공정들을 모두 정비해야 한다”는 점을 꼽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앞의 '로동신문' 기사를 보면 ‘제품 질 제고 대책 월간’이라는 제도를 통해 제품 질을 향상시키기가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다.
'로동신문'은 이 기사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단위에서 정치사업을 구체적인 실정에 맞게 참신하게 벌이는 것”이라며 “제품의 질에 자신들의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 조국과 인민에 대한 헌신성이 표현된다는 것을 깊이 명심하라”고 강조한다.
북한에서 제품 질 제고 월간의 시발점은 1981년 1월29일~2월2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 품질감독 일꾼대회’였다.
북한이 이렇게 제품 질 향상에 사상의식을 ‘국가적으로’ 강조해온 지가 이미 20년이 넘은 셈이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지만 이제는 북한 당국도 제품 질 향상을 위해 ‘사상 강조’와는 다른 패러다임을 본격 모색해봐야 할 때다.
김보근/ 한겨레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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