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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金 드라이버, 銀 드라이버
[골프]金 드라이버, 銀 드라이버
  • 최창호 /일간스포츠 기자
  • 승인 2003.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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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금(金) 드라이버가 네 것이냐, 아니면 이 은(銀) 드라이버가 네 것이냐.” 전래동화에 나오는 나무꾼 얘기가 아니다.
한 아마추어 골퍼의 황당한 경험담이다.
현재 구력 7년에 핸디캡 14의 주말 골퍼인 40대 초반 P씨는 골프에 입문한 지 2년째가 되는 초봄 어느 날, 남서울CC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금을 들여 새 드라이버를 장만하고 나선 그해 첫 라운드였기 때문에 사뭇 긴장되는 상황이었다.
단체 모임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 앞뒤 팀에도 다 안면이 있는 일행들이었다.
앞 팀이 티샷을 하고 나가는 동안 P씨는 겨우내 갈고 닦았던 빨랫줄 같은 자신의 타구를 상상하고 있었다.
“굿~샷, 캬~ 죽이는군. 짝짝짝….” 일행 중 한명이 먼저 빨랫줄 같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페어웨이를 갈랐다.
이제 P씨의 차례. “야들아 잠시만 기다려라. 뭘 그 정도 가지고들 호들갑이야.” P씨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P씨는 긴장을 풀기 위해 몇번의 연습 스윙을 한 뒤 셋업에 들어갔고 몇초 동안의 침묵이 흐른 뒤 곧바로 바람을 가르는 ‘슈~웅’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어~어, 큰일 났다.
내 드라이버 날아간다.
내 드라이버!” 볼은 페어웨이를 향해 곧게 날아갔지만 손에 잡혀 있어야 할 드라이버는 보이지 않았다.
그 드라이버는 손을 떠나 티잉 그라운드 옆의 대형 연못을 향해 ‘슝~ 슝~’ 커다란 원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었다.
결국 새로 산 드라이버는 그해 첫 라운드 첫 티샷 한번을 끝으로 연못으로 풍덩하고 사라져버린 것이다.
P씨로서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해 겨울 스윙을 다듬으면서 ‘그립은 새털처럼 아주 가볍게 쥐어야 한다’는 원칙에 지나치게 충실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P씨는 빨랫줄 같은 티샷을 기대하며 힘찬 샷을 날렸으나 그만 그립이 너무 약해 임팩트 이후 폴로스루를 거쳐 피니시 동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클럽이 원심력의 탄력을 받아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남서울CC의 1번홀 티잉 그라운드는 티샷을 위해 어드레스를 취했을 경우 배후로 대형 연못이 자리잡고 있는데 12시 방향으로 뿌려졌던 클럽이 시계 반대 방향의 10시쪽으로 피니시되면서 드라이버는 그 연못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만 것이다.
P씨의 황당해하는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지켜보던 일행들은 난생 처음 겪는 실제 상황에 배꼽을 잡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날 P씨는 비록 약한 그립 때문에 새 클럽 하나를 날려버렸지만 값진 교훈 하나를 새삼 얻을 수 있었다.
볼은 자로 잰 듯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졌고 동반 경기자들보다 족히 20야드는 더 멀리 나가 있었다.
평소 러프를 전전하던 슬라이스성 구질인 자신의 타구와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 가운데 10명 중 7명은 필요 이상으로 강한 그립의 소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팔과 어깨까지 힘이 잔뜩 들어간 그립 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손가락의 악력을 이용해 그립을 견고하게 잡는 것과는 다르다.
때문에 팔과 어깨를 긴장시키는 강한 그립보다는 약한 그립이 골프스윙을 하는 데는 더 효과적이다.
특히 슬라이스가 심한 구질의 골퍼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P씨의 경우처럼 클럽이 손에서 빠져나갈 정도로 약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립의 강도는 개인적 선호에 따라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을 얘기하기는 힘들다.
너무 강하게 쥐면 스윙의 부드러운 동작이 나오지 않게 되고 반대로 너무 살살 쥐면 스윙 때 양손이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그립 강도는 클럽 하나를 선택해 있는 힘을 다해 그립을 잡았을 때의 압력이 100%라고 가정할 때, 그 절반인 50~60% 수준으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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