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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의 그리스식 웨딩
[영화]나의 그리스식 웨딩
  • 이성욱/한겨레21 기자
  • 승인 2003.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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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 풋풋한 문명충돌 톰 행크스가 제작자로 나섰다는 것 정도만 빼놓으면 이 영화가 대중의 주목을 받을 구석은 별로 없어 보였다.
타민족과의 결혼은 상상조차 불허하는 그리스 집안에서 남자도 아닌 딸이 좌충우돌 소동 끝에 미국인과 결혼에 골인한다는 이야기도 국지적이다.
주인공인 서른살 노처녀 툴라(니아 바르달로스)나 배가 조금 나온 청년 이안(존 코벳)은 ‘공주과’도 ‘왕자과’도 아니다.
그런데 이 500만달러짜리 저예산 영화가 엄청난 사고를 쳤다.
미국에서만 2억4천만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여름 시즌을 겨냥한 블록버스터도 좀체 올리기 힘든 성적이다.
이 사건 앞에 할리우드는 자신들의 제작방식에 뭔가 큰 결함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고민에 빠지기까지 했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이르는 청춘남녀의 우여곡절은 지금도 텔레비전만 틀면 쏟아지는 드라마가 증명하는 보장형 상품이다.
그런데 이런 소재를 그리스인과 미국인의 문명충돌로 ‘세계화’했기로서니 미국인들이 그렇게까지 난리법석을 떨었다는 게 아무래도 충분히 해명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들은 아주 약간 희화화한 그리스식 문화, 특히 자기들에게 사라진 대가족 전통에 크나큰 매력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이안의 아빠, 엄마는 중산층 미국인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하다.
정갈하고도 조용한 식사, 깔끔하고 아늑한 거실에서 조심조심 찻잔을 들고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며 자기 감정을 세련되게 다스리는 쪽이다.
툴라네 가족은 정반대다.
집안 대소사에 사촌조카들까지 죄다 모여 음식을 산처럼 쌓아놓고 시끌벅적 떠들며 늘 잔칫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스에 대한 자부심은 엄청나서 이안을 보고 툴라의 아빠가 대뜸 말한다.
“우리 조상들이 철학을 논할 때 너희 조상들은 나무를 타고 다녔다구.”(물론 그리스어로 말했기에 이안은 못 알아들었다.
) 그래도 이안과 그의 가족은 서서히 툴라네에 적응하고 동화돼간다.
코믹하고 안정된 장르 영화 형태로. 그러니까 부담없이 볼 영화인 셈인데 그리스인과 한국인이 기질적으로 많이 닮았다는 걸 은근히 느낄 수 있다는 건 덤이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 감독: 조엘 즈윅 출연: 니아 바르달로스·존 코벳·마이클 콘스탄틴 상영시간: 96분 등급: 12살 관람가 개봉: 3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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