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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대표이사
[인물]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대표이사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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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58년 충북 출생
1981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4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1991년 미 미시간대 대학원 졸(경영학 박사),
대우자동차 영동지점장
1993년 대우자동차판매 서울4본부장, 이사
1995년 대우자동차판매 승용차판매 총괄임원, 상무
1999년 대우자동차판매 판매총괄임원, 전무
2000년~ 현재 대우자동차판매 대표이사 사장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


대우자동차판매(대우자판)가 ‘투명기업 만들기’를 표방하고 나섰다.
노조대표와 직원들이 참여한 ‘개방형 이사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사회에는 관리직 협의회와 영업직 협의회 대표, 정비직 노조대표는 물론, 전국 560개 대리점협의회 대표 등 회사의 각 부문 대표가 참석한다.
국내 상장기업이 이사회를 직원이나 노조대표, 판매대리점에까지 공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뿐만 아니라 대우자판은 재계의 시선을 끌 만한 ‘대형 사건’을 터뜨렸다.
대우자판이 지난 1993년 합병을 통해 자동차판매법인으로 재상장된 지 10년 만에 첫 배당을 실시하려는 것이다.
대우자판은 지난 98년 8월 대우 사태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에 편입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워크아웃을 정식으로 졸업하면서 주주이익 환원 차원에서 배당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대우자판이 지난해 최대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와 50.8% 늘어난 3조4983억원과 642억원을 기록했다.
대우자판은 이로써 대우그룹 시절의 명성을 되찾은 듯한 짜릿함을 맛봤다.


대우자판이 다시 자동차판매 업계를 호령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 대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우자판의 재도약에 가장 큰 디딤돌 역할을 했던 이동호 대표이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도 이 사장을 일등공신으로 꼽는 데 반대표를 던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조심스럽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처지는 아닙니다.
올해는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맞는 실질적인 경영원년에 불과하죠.” 이 사장은 더 높은 경영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도와주고 지켜봐달라며 겸손함을 내보인다.



#워크아웃을 졸업했으니 한숨 돌린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앞으로 3년 동안 더 고생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경영실적이 괜찮았다.
하지만 대우자판은 겨우 생존이라는 최대의 목표만 달성했을 뿐이다.
이제는 대우자판이 살아가기 위한 조직 재건과 비전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신입사원을 뽑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능력있는 신입사원들이 들어와야 대우자판의 고속성장이 보장된다.



#조금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겠다.
올해 국내 자동차판매 계획은.

올해는 GM대우자동차(GM대우)의 신차 라세티를 앞세워 27만대 이상의 GM대우 차를 팔 계획이다.
라세티는 요즘 들어 하루에도 200여대를 계약할 만큼 반응이 좋다.
GM대우 출범 이후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아주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GM대우는 고부가가치의 대형 승용차와 다목적용차량(SUV), 미니밴 순으로 신차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자판도 여기에 보조를 맞춰 높은 판매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GM대우와 긴밀하게 협력해 마케팅 전략을 펼쳐갈 생각이다.
또한 수입자동차와 중고자동차 시장에서도 판매량을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다.



#수입차시장에도 공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
기본적으로 GM코리아 수입차 판매전시장을 크게 확충하고 수입차종도 늘려가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 것이다.
예컨대 지난 2월 서울 동부이촌동에서 열었던 130평 규모의 수입차 판매전시장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추가로 9곳을 확충할 예정이다.
특히 동부이촌동 수입차판매장은 GM의 수입차 판매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문을 연 ‘1호 전시장’으로 지역밀착형 마케팅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애초 GM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대우자판에서도 GM 차량을 팔도록 협약을 맺었다.
아울러 수입자동차 영업인력도 지금보다 4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정비센터도 경기 일산과 수원, 대구, 부산 등 5곳을 추가로 열어 수입차시장에서도 대우자판의 돌풍이 일도록 할 것이다.



사실 이동호 대표이사에게 자동차판매 전략을 물어봤다면 그건 이 사장을 잘 모르고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지난 91년 서울 영동지점장과 93년 판매 4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그가 세웠던 판매기록은 신화로 남아 있다.
그의 기록은 지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이른바 ‘자동차판매왕’이었던 셈이다.
덕택에 대우그룹 시절에는 김우중 회장이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직접 미국으로 유학을 보낼 정도였다.
또한 지난 95년에는 대우그룹의 최연소 상무로 승진하는 기록도 세웠다.
이 때문에 자동차판매와 관련해서 이 사장은 대우자판 직원들에게 ‘자판의 신’으로 불리는 존재다.


아울러 이 사장은 최고경영자로서 경영능력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는 99년 대우자판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채권단이 경영진을 교체할 때 제1순위 사장으로 꼽힐 정도였다.
특히 2000년 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3년 연속 흑자경영을 이어가 연간 순익 500억원 이상, 부채비율 90% 이하의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춘 우량회사로 변모시켰다.
이는 이 사장이 특유의 끈질긴 인내력과 예리한 분석력, 조직 장악력, 고객의 기호를 파악하는 통찰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위에선 평가한다.
어찌됐든 그는 지금까지 GM대우의 내수 판매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중책을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앞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할 텐데.

대우자판은 자동차 유통·서비스에 필요한 토털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는 ‘대우’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름길은 대우자판이 자동차판매에서는 최고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애프터 서비스 망도 확충할 계획이다.
또한 중고차 처리 능력도 현재 4만대에서 8만대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어찌됐든 올해부터는 자동차만 팔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다.
예컨대 우리 회사 건설부문은 도급순위 50위권으로, 연간 매출액 2500억원을 기록하는 안정적 사업영역이다.
인천 송도에 보유한 28만평의 신도시 개발 참가 여부가 사업영역 확장의 큰 관건이 될 것이다.



#건설부문이 대우자동차판매의 전략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대우자판의 여러 전략적 사업부문 가운데 하나 정도로만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안정적인 매출 포트폴리오를 위해선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다.
기회가 된다면 건설부문의 사업영역 확장도 모색할 수는 있다.



#경유승용차 정책이 대우자동차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GM대우는 아직 경유승용차가 없어 대우자판의 매출 향상에는 불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유승용차는 시장 수요를 고려한다면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우자판도 이런 점을 고려해 판매전략을 수정할 계획이다.
예컨대 외국의 경유승용차를 수입해 파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사전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유승용차 판매를 빨리 허용하자는 독점적 위치에 있는 기업의 논리가 국가의 정책이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차라리 정부에서는 수소자동차를 생산·판매하는 전략으로 기업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잡음이 없을 것으로 본다.
자동차시장의 수익성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영업직 사원을 대규모로 채용했다.
시장에서는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응도 적지 않은데.

상반기 중에 영업인력을 1천명 정도 신규채용할 것이다.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수입차 및 중고차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지켜보고 평가해달라.


#GM대우 신차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 텐데 그동안 고전하지 않겠는가.

대우자판은 GM대우와 공생공존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GM대우에서 새차가 나오려면 2년 정도 더 걸리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거래조건도 악화되고 있어 고민이다.
앞으로 더 고생하며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높은 경영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인터뷰 마지막 무렵 이동호 사장은 “사실 아직까지도 대우자판은 완전한 기업으로 평가받기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 몇년 동안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조금씩 목표치를 높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부터 대우자판이 출발점에 서서 본 경기에 돌입하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또한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듯 “무조건 열심히 뛰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는 대우자판이 최고 대박주로 평가받았다.
창사 이래 최대의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 정도면 안정적인 전략으로 나아갈 법도 하지만 이동호 사장은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하다.
아마도 이동호 사장이 꿈꾸는 자동차 유통전문회사로 완벽하게 거듭나야 여유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듯 싶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서는 기자에게 그는 판매왕답게 ‘라세티’를 사라고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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