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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WCGC 스타크래프트 우승자 박태민
[피플] WCGC 스타크래프트 우승자 박태민
  • 이경숙
  • 승인 2000.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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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절대강자는 없다”
호스트가 시작 단추를 누른다.
화면 오른쪽 귀퉁이에서 전자음과 함께 카운트가 시작된다.
마우스를 쥔 손가락 끝에 바르르 전율이 전해져온다.
5, 4, 3, 2, 1…. 전쟁이다! 지난 15일 월드사이버게임챌린지(WCGC) 마지막날 게이머들은 깜짝 놀랐다.
게임올림픽의 ‘꽃’ 스타크래프트 우승자가 무명의 소년전사였기 때문이다.
소년은 창석준씨 같은 쟁쟁한 경력의 프로게이머를 제치고 스타크래프트의 왕관을 거머쥐었다.
이날 박태민(17), ‘star@GoRush’란 이름은 배틀넷의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막상 본인은 그런 유명세가 부담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스타크에서 절대강자는 없어요. 어느 정도 실력이 비슷한 프로급끼리의 대결에선 운이 승부를 좌우하죠.” 호적수들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운좋게 우승했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년 전 처음 스타크를 시작한 박군은 두달 전 게이머라인www.gamerline.com 에 프로게이머로 스카우트된 후 하루 10~12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
지난달엔 게임에 더 집중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휴학했다.
부모님이 월부로 컴퓨터를 사주실 정도로 도와주셨는데 그만 KBK대회 1차전에서 탈락하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집에 돌아가 누울 땐 몸이 너무 힘들어서 이제 더는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아침이 되면 또 컴퓨터를 켜고 배틀넷에 들어가죠.” 그는 유독 승부근성이 강하다.
처음 박군과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이길 때까지 ‘Regame’(재대결)을 외치며 따라다니는 박군의 끈질김에 손을 든다.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한 외국선수는 그런 박군의 모습에 반해 “꼭 한국에 와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군의 꿈은 게임개발자다.
그러나 현재 더 절실한 꿈은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다.
게이머도 체육특기생처럼 학교에서 인정받고 편한 환경에서 게임에 몰두할 수 있으면 좋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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