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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머니]전쟁 이후 한국 경제 불확실성 부각
[씽크머니]전쟁 이후 한국 경제 불확실성 부각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3.03.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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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확보하고 비상경계하라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말했다.
“새로운 시대는 유럽인의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미국만이 거대한 세계 강국으로 남는 팍스 아메리카나이다.
그 결과 장기적인 세계평화가 보장되었다.
이 사실은 주식시장에 녹색등을 켜게 했고 이것이 바로 지난 몇년 동안 주식시장이 환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 1999년 9월, 이 글을 쓴 직후 영면한 그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바로 그 미국이 세계평화를 깨게 될 줄을 말이다.


이런 시대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통찰력은 유효하다.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투자자는 투자를 하지 않고 상황이 확실할수록 투자는 늘어난다.
” 미국-이라크 전쟁 발발로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순간, 투자자들은 다시 시장에 달려들었다.
미국 주식시장은 7일 연속 상승세를 탔고 전세계 주가가 동반 상승했다.
불안하게 출렁이던 금리와 환율도 안정세를 찾았다.
모든 성공한 투자자들이 그랬듯, 투자자들은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현재 내 투자대상은 확실한 자리를 구축하고 있는가?’

먼저 주변 상황부터 점검해보자. ‘거대 강국’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나머지는 확률 게임이다.
연구소들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한다.
한달 반 이내 단기전이 될 확률은 장기전이 될 확률보다 서너 배 높다.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20~30%는 된다.
전쟁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은 아직 제거되지 않았다.



악재 4월부터 수면 위로… 투자전략 수정해야


전쟁이 언제 끝나든 확실한 것은 또 하나 있다.
승전국은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다.
미국의 승전 소식이 들리는 그 순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각될 것이다.
북한 핵 문제 말이다.
이라크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게 되면 그 시기는 4월말에서 5월초가 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지난달 무디스는 한반도 긴장 고조를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에서 부정으로 낮춘 바 있다.
국가신용등급 하향은 국내외 자본의 해외 유출을 부추기고 기업들의 차입 여건을 악화시켜 국내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악재 역시 4월부터 터지기 시작한다.
우선 4월부터 발표될 경제지표 중 좋을 만한 것이 거의 없다.
3월 수출 증가율은 한자리대로 급감할 전망이다.
게다가 한국 경제의 석유의존도는 50%에 이른다.
세종증권 리서치팀 조용환 차장은 “늦어도 2분기까지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아직은 확실성보다 불확실성이 더 크다.


신한은행 PB센터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현재를 변동성이 극대화된 시점이라고 평가한다.
운이 좋아 파도를 잘 타면 큰 돈을 벌지만 잘못 타면 일가가 쫄딱 망하기 십상이다.
관건은 정보 입수력이다.
정보 입수력이 큰손, 즉 국내외 기관 투자자보다 낮은 개인 투자자는 방어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좇지 말라”고 한 팀장은 힘주어 말한다.


이럴 때 확실한 자산은 현금과 국공채다.
한국 정부라는 국가권력이 보장하는 자산이 가치를 잃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융자산 1억원 보유자의 경우 한 팀장이 권하는 포트폴리오는 이렇다.
세금우대 정기예금, 채권 등 안정 자산에 4천만~5천만원을 넣는다.
2천만~3천만원은 저평가된 위험 자산, 즉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
나머지 3천만~4천만원은 현금으로 보유한다.
전쟁으로 치면 현금은 총알이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클 땐 기회가 올 때 쏠 수도 있도록 장전을 해두는 것이 좋다.


채권 투자에도 불확실성은 있다.
정부가 국고채금리 하향 안정화를 용인하는 정책을 쓸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일구 수석연구원은 정부 정책에 따라 다른 채권 투자전략을 제시한다.
정부가 실물경제를 고려해 적정금리 5%대 초반을 고수한다면 단기 우량채권 매수를, 정부가 국고채 금리 하향안정화를 용인한다면 장기 및 단기 우량채권 모두에 대한 매수를 권고한다는 것이다.
지금 채권시장은 채권의 질과 유동성에 매우 민감해져 있다.


특히 펀드는 잘 골라야 한다.
채권형이라고 다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번 SK글로벌 사태를 겪으면서 이미 체험했을 것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때 세가지를 꼭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운용사의 리서치 능력이 높은가, 편입 채권의 투명성과 안전성은 높은가, 적어도 2~3년 정도 묻어놔도 상관없는 투자자금인가. 우 대표는 SK글로벌 채권 편입이 높은 펀드를 운용했던 운용사보다는 그렇지 않은 운용사의 펀드를 주목하라고 권한다.
또 이왕이면 국공채나 초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좋다.
SK글로벌 사건 이후 아직까지는 회사채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5월부터 주가하락 위험 커


최근 불티나게 팔리는 카드채 펀드는 따져보면 그리 매력적 상품은 아니다.
물론 카드 관련 채권은 저평가된 상태다.
제2의 화폐로 불리는 카드산업이 경기침체만 벗어나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도 동의할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수수료까지 물어가면서 카드채 펀드를 살 필요는 없다.
카드채 펀드 대부분은 90%가량을 카드 관련 채권에 투자하는 구조다.
한 산업에 이렇게 투자가 집중되면 분산투자 효과는 사실상 없다.
따라서 카드채에 투자하고 싶다면 금융기관에 가서 카드채를 직접 사는 게 낫다.


주식 투자의 분기점은 4월이다.
일단 3월까지는 유동성 장세를 기대해볼 수 있다.
유동성 장세는 1~2개월 단기간 주가가 20% 정도 상승하는 장세를 말한다.
유동성 장세는 큰 상승 랠리인 금융장세와는 다르다.
금융 장세는 기업 실적 호전으로 인한 상승 랠리가 오는 실적 장세가 뒤따라붙어 하락 위험이 작지만 유동성 장세는 유동성 증가로 인한 일시적 상승이기에 하락 위험이 크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실장은 한국과 미국의 경제상황으로 볼 때 5월부터는 주가 하락 위험이 크다고 말한다.
따라서 1~2개월 정도 짧게 돌릴 자금이라면 4월을 기점으로 투자전략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조언한다.
4월까지는 주식→채권→현금순으로, 그 이후엔 채권→현금→주식순으로 말이다.


이젠 주식 투자자들의 학습효과가 높아져 개전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안도랠리를 타는 시대가 왔다.
그렇다 해도 바뀌지 않는 진리는 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확률이 낮은 게임에 큰 돈을 거는 것은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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