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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옛 대우전자 ‘그린 가전’ 깃발
2. 옛 대우전자 ‘그린 가전’ 깃발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3.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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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균·탈취 뛰어난 냉장고·에어콘 출시… 영상가전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

누구에게나 잘나가던 시절은 있기 마련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가전 3사’ 하면 대우전자, LG전자, 삼성전자를 꼽았고, 그 가운데도 대우전자를 맨앞에 세우는 사람이 꽤 있었다.
실제 한창 때는 가전분야 시장점유율이 30%를 웃돌았으니, 3강 가운데도 결코 밀리지 않는 대우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지난 99년 대우사태 이후 대우전자는 도매금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우량기업이라는 성적표도 워크아웃을 피할 수 있는 보증수표가 돼주지는 못했다.


길고 어둡기만 했던 3년. 그동안 벤치에 앉아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싸움만 지켜보던 대우전자가 다시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이름을 바꾸고 재기에 나선 것이다.
아직 부상이 완전히 치료되지는 않았지만, 전열을 가다듬어 몇번의 경기 경험을 쌓으면 옛 구위를 회복할지도 모른다는 팬들의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재기가 가능할까 의심이 들 정도로 너무 무너졌다.
먼저 생산하는 품목이나 모델도 다른 가전회사들에 비해 많지 않다.
국내 시장점유율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TV, 냉장고 등 7대 품목으로만 한정해도 7% 정도에 불과하다.
옛날 대우전자가 차지했던 시장점유율과도 엄청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올해부터 내수시장 공략을 사업의 제1순위로 올려놓았다.
올해 국내 시장점유율 목표도 10%로 높여 잡았다.
사운을 걸고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가장 먼저 조직정비에 나섰다.
먼저 올 2월 GE백색가전 정연국 사장을 국내영업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정 본부장은 6년 전까지 대우전자에서 영업을 총괄하던 ‘대우맨’이었다.
최근까지 5명에 불과하던 영업인원도 신규채용을 통해 85명으로 늘렸다.
아울러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개 대도시에 지사를 설치해 20여명의 영업인력으로 지방조직을 재건했다.


옛날 대우전자가 처음 시도했던 ‘아줌마 영업부대’ 조직도 다시 가동했다.
올 2월 대우전자 판매여왕에 올랐던 주부 영업사원 20여명을 다시 모아 ‘특판사업본부’를 꾸린 것이다.
본부장을 맡은 백숙현(43)씨는 88년 대우전자에 입사에 12년 동안 148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던 가전업계의 전설적인 판매여왕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특판사업본부 영업사원이 한명당 2천~6천명에 이르는 고객을 상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영업조직 정비와 동시에 올해부터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신제품 전략은 한마디로 친환경·친건강 컨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연국 본부장은 “LG전자, 삼성전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 전략을 찾다 보니 환경과 건강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한다.
과거의 명성이야 어쨌든 현재는 후발주자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마냥 뒤쫓아가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런 상품전략에 따라 지난 2월말 내놓은 것이 나노기술을 적용한 양문형 냉장고 ‘클라쎄’라고 할 수 있다.
클라쎄는 항균 탈취기능이 뛰어난 은 성분을 100만분의 1mm의 미세한 가루로 만들어 냉장고 서랍 등을 성형할 때 넣은 제품이다.
아울러 2003년형 산소 에어컨 수피아에도 이 기술을 적용했다.
정 본부장은 “한 연구소에 실험을 의뢰한 결과 냉장고나 에어컨 내부에 번식하는 세균이나 곰팡이 번식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아울러 대우일렉트로닉스는 TV 등 영상가전쪽에서도 올해부터 계속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이미 2강 체제로 굳어진 가전시장을 뚫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우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원죄’처럼 쫓아다닌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대우일렉트로닉스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더는 떨어질 바닥이 없다는 직원들의 재기 의욕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부터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다시 흑자를 내고 내년에는 워크아웃 졸업과 재상장을 하자는 직원들의 의욕이 대단합니다.
” 그라운드에 다시 올라선 대우일렉트로닉스 직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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