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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중국-브레이크 없는 고도성장세
[글로벌] 중국-브레이크 없는 고도성장세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3.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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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지출 증가 등으로 1분기 GDP 증가율 9% 넘어

‘독야청청.’ 중국 경제의 독주 페이스가 이채롭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무려 9%를 넘어서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8%나 2001년의 7.3%보다 크게 높아졌고, 중국 정부가 올해 다소 보수적으로 책정한 목표 성장률 7%에 비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수치다.


이런 중국의 고도성장은 이라크전 영향으로 더욱 심각해진 세계적 경기침체 현상과 뚜렷이 대비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4월15일(현지시각) 지난 3월의 국내 산업생산이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또 독일의 6개 경제연구소는 14일 독일이 올해 단 0.5%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이라크전 발발 이후 세계경제를 위협할 최대 요인으로 떠오른 사스(SARS)의 발원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률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중국의 고성장을 이끈 원동력으로 우선 중국 국민의 소비지출이 급증한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내 소매판매 증가율은 2002년의 8.8%를 훌쩍 넘어, 2001년에 기록했던 10.1%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자동차 분야가 가장 강세를 띤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이 113만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약 44만대의 자동차가 생산된 것으로 집계됐다.
덕분에 철강 등 관련업종까지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분석도 유력하다.
자동차 내수판매 급증만 하더라도 WTO 가입으로 자동차 수입가격이 매년 하락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가격인하 압력을 느꼈고 할부금융 등 판촉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촉진되면서, 올해 1분기 외국인 투자액이 약 13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7%나 급증했다.
이 기간에 수출도 34% 늘어나면서, 생산량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놓고 중국 경제가 과거 정부의 케인스식 재정정책에 의해 견인되는 단계를 벗어나, 민간부문 수요가 성장을 추동하는 쪽으로 옮아가는 중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올해에도 사회기반시설 건설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약 770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공공분야에 더 많은 잉여노동력이 고용될수록, 유효수요의 비중도 점점 높아질 것이다.


이런 중국 경제의 침체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다.
도이체방크 홍콩지점의 한 연구원은 “투자와 수출이 경제성장을 쌍끌이하고 있지만, 이런 높은 성장률이 지속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이 식고 외국인 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면 조정과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뭐니뭐니해도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사스의 악영향이 가장 걱정스럽다.
여행객이 감소하는 단계를 넘어서 외국 생산시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우려가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애질런트테크놀러지스의 네드 반홀트 대표는 “생산라인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에 대비해 대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비하면 대외 개방 정도가 훨씬 낮고, 관광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불과하다.
S&P의 아시아지역 책임자는 “중국 당국의 사스에 대한 초기 대응이 미흡해 대외적 불신을 자초했다”고 지적하고, “사스로 인해 중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이 0.5%까지 감소할 수 있지만, 최대 피해자는 역시 홍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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