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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사스 넘어올라” 비상체제
[북한경제] “사스 넘어올라” 비상체제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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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홍콩을 비롯해 아시아권 경제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문에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스를 97, 98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경제의 최대 위협으로 보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나 항공업계, 의료업계는 물론이고 수출 타격과 민간 소비 위축 등으로 아시아 각국들은 올해 목표 성장률까지 끌어내려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북한도 최근 들어 사스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북한은 처음에 그리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조선중앙방송>은 4월6일 사스 소식을 전하면서 “감기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아 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보도했다.
하지만 4월11일부터는 좀더 본격적으로 사스 증상을 소개하고 보건성 관리의 말을 빌어 예방 조처를 설명한다.
아울러 같은 날 북한 항만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남포항 위생검역소에서 “선원들에 대한 검진과 배에 대한 위생검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서해안 최대의 무역항인 남포항은 북한 제2의 도시인 남포직할시와 70km 떨어진 평양 등을 배후로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중국 곡물 수입, 남북 경협 교류 등이 이루어지고 있어 북한 입장에서는 남포항이 가장 ‘요주의’ 관문인 셈이다.
북한은 또한 4월20일을 전후로 평양~중국간 항공기 운항과 신의주~중국 단둥간 물류 이동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 당국은 남포항 이외에도 최근 국경지대의 역과 공항 등에 의료진과 검사설비 및 기구를 추가로 배치해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방북 예정 단체들에도 방북 일정을 연기한다고 통고했다.
아무래도 중국 당국이 4월20일 그동안 축소해왔던 사스 감염자와 사망자 숫자를 공식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사스 영향으로 북한의 대외무역 통로는 상당부분 막힐 수밖에 없다.
북한의 대외무역 통로는 베이징과 평양, 선양과 평양을 각각 주 2회 운영하는 항공로, 베이징-단둥-신의주-평양을 잇는 열차, 그리고 남포항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항공로와 철도 이용이 잠정 중단되면 남포항만이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남포항에는 외항선원을 위한 선원 숙소가 마련돼 있는데다, 선원들이 지정구역을 벗어나기 힘들어 그나마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스 폭탄을 맞은 중국 경제가 북한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일단 수출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기준으로 북한의 대 중국 수출은 3720만달러로, 전체 북한 수출액의 5.2%에 지나지 않는다.
수출 품목도 약재나, 목재, 고철 등이 대부분이라 시일을 다투거나 재고관리 부담 따위가 크지도 않다.
하지만 사스 여파가 장기간 동안 이어져 중국-북한간 물류 이동이 힘들어지면 북한 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수출의 14배에 이르는 5억2480만달러를 매년 수입하고 있다.
이는 전체 수입액의 30.4%로, 수입국가 가운데 1위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이 곡류나 석탄, 석유 등 북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품목들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사스 파장이 장기화하면 북한 역시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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