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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바이오니아 포스트 게놈시대를 잇는다
[컴퍼니] 바이오니아 포스트 게놈시대를 잇는다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3.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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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니아, 합성DNA 세계 시장 공략…유전자 특허 기술 실용화 팔 걷어


지난해 12월11일 바이오니아 박한오 사장은 씁쓸히 코스닥 문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코스닥 등록 예비심사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합성DNA 공장을 새로 완공하기는 했지만 매출로 이어질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제조업 잣대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박 사장은 내심 서운함을 감출 수 없었다.
“생명공학 기업의 미래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며칠 뒤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바이오니아와 마크로젠을 한국의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대표 벤처기업으로 소개했다.


인체의 유전자 설계도를 99.99%의 정확도로 해독한 인간 게놈지도가 최근 완성됐다.
31억2천만개의 기다란 염기서열 가운데 현재 기술로는 해독이 불가능한 400군데를 제외하고는 ‘생명의 책’ 빈 공간이 모두 채워진 것이다.
하지만 인간 게놈지도의 완성은 로제타스톤의 발견에 비유된다.
돌판만 발견했지 문자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실 게놈지도는 30억개가 넘는 ‘상형문자’를 보여줄 뿐이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까지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다.
각국 정부나 기업이 ‘포스트 게놈’시대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관련 분야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해독’을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벤처 1세대, 코스닥 문턱서 쓴잔

코스닥 전선에서 쓴잔을 들이킨 바이오니아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사실 바이오벤처 1세대인 바이오니아의 코스닥 등록 실패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한국 사회의 낮은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되레 바이오벤처 1세대라는 부담감이 다시 바이오니아를 담금질하고 있다.
포스트 게놈시대의 한국 대표주자 자리를 누군가는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오니아는 올해부터 전방위적으로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선두에 선 것은 바이오니아의 주력 사업으로 매출의 33%를 차지하는 합성DNA 생산이다.
합성DNA 제품은 유전자칩의 일종으로, 제약회사나 연구소 등에서 신약개발 등을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세계 합성DNA 시장은 98년 6840억원에 지나지 않았지만 2003년에는 1조2240억원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각각의 상형문자, 즉 유전자의 고유 기능들을 밝혀내기 위해선 이런 합성DNA 제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합성DNA 분야에서 바이오니아의 경쟁력은 최첨단 양산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세운 합성DNA 생산시설을 올 4월부터 본격 가동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균일한 품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하루에 2만쌍의 DNA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바이오니아는 이를 바탕으로 합성DNA 공급가격을 44%나 내렸다.


바이오니아의 이런 파격적 전략은 세계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내에도 5개업체가 합성DNA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바이오니아의 시장점유율이 70%로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200여개에 이르는 경쟁자들이 난립하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생산설비와 원료 등 모든 관련 기술을 자체 연구로 개발해 원가를 크게 떨어뜨렸다.
박 사장은 “독일의 한 업체와 계약을 상담하고 있는 등 호응이 좋다”고 말한다.
지난해 37억원이었던 합성DNA 매출을 올해 100억원대로 늘려 잡은 것도 이런 자신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바이오니아가 올해 또 하나의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것이 이른바 개인 소비자들을 상대로 하는 ‘민수용품’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다이어트 요구르트나 비만, 당뇨에 좋은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 등은 직접 생산을 하지는 않고, 각 식품회사나 제약회사들에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넘겨주는 것이다.
박 사장은 “다이어트 요구르트의 경우 3년 동안 개발을 해왔다”며 내년쯤이면 제품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내외 대기업들이 다이어트 요구르트를 평가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한다.


바이오니아는 이외에도 유전자 증폭이나 추출과 관련한 다양한 특허를 내놓은 상태다.
예컨대 DNA를 증폭해 추출하는 데 사용하는 PCR(중합효소 연쇄반응법) 방법은 내년이면 세계적으로 특허 시효가 만료된다.
바이오니아는 여기에 대비해 새로운 유전자 증폭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또한 자회사들을 통해 건강보조식품이나 멸균기 같은 다양한 ‘홈바이오’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쯤되면 바이오니아가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가질 만도 하다.
하지만 박 사장은 바이오니아의 벤치마킹 모델이 ‘휴렛팩커드’라고 말한다.
휴렛팩커드는 음향 테스트 기기인 ‘오디오 오실레이터’를 시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 무전기와 레이더로 떼돈을 벌었다.
60년대는 컴퓨터, 70년대는 프린터라는 새로운 제품들을 속속 내놓았다.



끊임없는 실험정신, 휴렛팩커드 모델로

박 사장은 휴렛팩커드의 이런 성장은 초기 10여년 동안 5천여가지에 이르는 연구제품들을 집중적으로 개발해놓은 기술력 덕분이라고 믿는다.
이런 실험적 제품들이 결국 시장의 요구가 변할 때마다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바이오니아도 지금까지 11년 동안 수많은 기술들을 개발해놓았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으로 유전자와 관련한 다양한 제품들을 시장의 요구에 맞게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다이어트 요구르트만 해도 유산균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기술,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기술, 균주들의 질을 유지하는 기술 등 유전자 기술의 결정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연말까지는 자금 사정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양한 기술들을 임상실험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자금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그는 현재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 · 식품 기업들과 제휴를 추진하면서 펀딩을 모색하고 있다.
바이오니아를 외면한 코스닥시장엔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인터뷰/박한오 바이오니아 사장
바이오벤처 살 길은 세계화”


박한오(41) 사장은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에 진학해 석사과정 때부터 DNA합성 연구를 했다.
이후 생명공학연구원를 거쳐 92년 바이오니아를 설립했다.


코스닥 등록을 재추진할 것인가.
아직은 계획이 없다.
코스닥은 바이오벤처를 위한 자금 시장이 아닌 것 같다.
BT(바이오테크놀로지)와 IT(정보기술)는 개념이 다르다.
바이오벤처는 특허를 기본으로 한다.
초기 10년은 특허를 개발하기 위해 투자하고, 그뒤 10년 동안 독점적으로 벌어들일 고부가가치를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코스닥은 바이오벤처에 IT기업처럼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코스닥 등록의 목적이 자금 조달인데, 투자자들이 이런 시각을 갖고 있으면 등록을 해도 자금조달이 쉽
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바이오벤처들은 설 수 있는 토양이 없다는 얘기인가.
우리가 IT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수십조원의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BT에는 그렇지 않다.
암울한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결국은 세계로 뻗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금조달 창구도 그렇고, 제품 판매도 그렇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과 제휴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언제쯤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올해는 어떻게든 맞춰보려고 한다.
가능할 것으로 본다.
현재 올해 4월 가동된 합성DNA 공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회사를 세운 지 11년이 됐으니 손익분기점을 맞출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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