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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은행권 실적부진 ‘잔인한 4월’
[비즈니스] 은행권 실적부진 ‘잔인한 4월’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3.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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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SK글로벌 대손충당금 부담…올해 내내 금융권 ‘발목’ 잡을 수도

회계감사를 마치고 일제히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은행권에 쏟아지는 시선이 싸늘하기만 하다.
SK글로벌 사태와 신용카드 부실로 다소 부진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하락세가 급락이라고 할 만큼 가파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산 200조원의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은 당기순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89%나 줄었으며, 하이닉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은행도 대부분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절반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은행 종목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올해 수익전망도 대폭 낮춰 잡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2년간 지속된 은행의 흑자 기조가 사실상 무너진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4월22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국민은행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73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 수준에 불과했다.
윤종규 국민은행 부행장은 실적발표회에서 “연말에 이어 신용카드 부실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지속됐고, SK글로벌 분식회계라는 돌출 변수가 발생해 수익규모가 크게 줄었다”며 “2분기까지는 여파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자회사인 국민카드의 대규모 손실도 국민은행의 발목을 잡았다.
국민카드는 1분기에만 35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국민카드 지분(75%)에 해당하는 2661억원을 손실로 반영해야 했다.
빌려준 돈을 떼일 것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대손충당금도 모두 6589억원을 적립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역시 신용카드부문으로, 연체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충당금 부담이 3210억원으로 불어났다.
대손충당금으로 대부분의 이익을 까먹은 셈이다.


윤종규 부행장은 “신용카드 연체율은 보수적으로 봐도 2분기 중에는 최고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연체율이 꺾여도 충당금 부담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증권 장승훈 애널리스트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국민은행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한단계 내린 장승훈 애널리스트는 “지난 1분기 중으로 신용카드 연체율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연체율 하락이 예상보다 더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SK글로벌 관련 부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은행이 SK글로벌에 꿔준 돈은 모두 4687억원이다.
국민은행은 이를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해 대출금의 7.3%, 34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현재 채권단의 실사가 진행중이지만, SK글로벌이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고, 해외 부실도 속속 드러나는 등 법정관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대손충당금을 대출금의 50%(2329억원)로 높여야 한다.


다른 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4월23일 실적을 발표한 한미은행 역시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923억보다 76% 줄어든 222억원을 기록했다.
신용카드 부실과 SK글로벌 대출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이 실적부진의 주요인이었다.
우리증권 이승주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SK글로벌에 빌려준 돈은 은행권 연간 순이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라며 “대손충당금 부담은 올해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실자산이 늘어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하락했다.
국민은행의 BIS 비율이 최근 9.86%로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0%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자본확충을 위해 1조3천억원어치의 하이브리드 채권을 2분기 중으로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올해 안으로 하이브리드 채권이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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