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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태준 명예회장 포스코 사랑
[비즈니스] 박태준 명예회장 포스코 사랑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3.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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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장 취임 뒤 잇단 러브콜…경영관여 의심에 포스코 “짝사랑” 일축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진부하다고 느끼면서도 자꾸 눈을 돌리게 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짝사랑’이다.
짝사랑은 상대방 모르게 도움을 주면서 애틋한 감정을 간직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사랑을 몰라준다고 독한 마음을 품게 되면 스토커로 변질되기도 한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포스코에 대한 짝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까, 아니면 포스코를 외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할까.

박태준 명예회장은 올해 4월초 광양제철소를 방문했다.
박 명예회장이 광양제철소를 방문한 것은 지난 1998년 12월말 방문 이후 무려 4년4개월 만이다.
그는 자민련 측근들과 광양제철소에 머물면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공장의 변한 모습들을 둘러보며 무척 감격스러워했다고 한다.
특히 광양제철소는 450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벽해를 박 명예회장이 직접 나서 메운 작품으로, 현재 세계 최고의 제철소가 돼 있다.
자신의 땀이 베인 광양제철소인 만큼 그의 감회가 남다른 것은 당연하다.
평소에도 그는 “나는 아들이 여섯명 있는데 막내가 포스코”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포스코에 남다른 애정을 표시해왔다

올해 들어 박 명예회장은 포스코 산업현장을 부쩍 자주 방문했다.
3월27일, 그는 중국 칭다오에 있는 포스코 현지법인 칭다오포항불수강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이틀 뒤인 29일에는 포스코 현지법인인 장가항포항불수강을 방문해 가지런히 정리된 제품에 입을 맞추고 방명록에 ‘무조건감격’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다시 4월24일 그의 호를 딴 포항공대 청암학술정보관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포항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그가 포스코 관련 대외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의 취임 시기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청암학술정보관 준공식에는 이구택 회장이 함께 참석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박 전 회장은 평소 이 회장을 두고 “면접 뒤 앞을 내다보고 세일즈 엔지니어로 양성하려고 했다”고 할 정도로 현직에 있을 때부터 능력을 인정한 사람이다.
때문에 박 명예회장이 이 회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실 박 명예회장이 포스코와 거리를 둔 것은 건강 문제 이외에도 유상부 전 회장과 껄끄러운 관계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유 전 회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할 때만 해도 박 명예회장과 유 전 회장이 그렇게 사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의 강직한 성격은 포스코를 자식처럼 생각하는 박 명예회장과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유 전 회장이 취임했을 때 박 명예회장은 몇번 청탁을 했다고 포스코 관계자는 전한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한마디로 거절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박 명예회장과 유 전 회장은 거의 교류가 없었다.


이런 과거 때문인지 막상 포스코는 박 명예회장의 잇딴 러브콜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포스코 관계자는 “박 명예회장이 짝사랑하는 것”이라며 그의 최근 행보를 애써 외면하려 한다.
포스코 관계자의 말에는 외풍을 받고 싶지 않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유상부 전 회장이 취임한 뒤로 포스코 분위기가 “인사 등에서 외부 청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 탓인지 포스코와 뗄 수 없는 관계인 박 명예회장도 조심스러워한다.
내·외부적으로 포스코 경영에 관여한다는 의심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최측근은 “박 명예회장은 현 경영진이 부담을 갖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포스코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그의 최근 행보가 짝사랑으로 끝날지, 포스코 경영에 대한 ‘보이지 않는 손’이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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