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비즈니스] 車 무이자할부, 눈 가리고 아웅
[비즈니스] 車 무이자할부, 눈 가리고 아웅
  • 이현호 기자
  • 승인 2003.05.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년중 2년 연간 8% 이자 적용…정확한 정보 제공없이 업계 너도나도 시작

“지엠대우만의 선진할부 빅제로(Big Zero)! 새차 사는 기쁨은 빅(Big)! 경제적인 부담은 제로(Zero).”
GM대우가 지난 3월부터 방송과 신문 등에 대대적으로 ‘무이자 할부’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에 맞서 정찰가만을 고집하던 르노삼성과 쌍용차도 4월부터 일부 차종에 대해 무이자 할부를 시작했다.
이뿐이 아니다.
기아차도 무이자 할부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호황을 누렸던 수입차업체도 무이자 할부 대열에 팔을 걷고 나섰다.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완성차업체들이 무이자 할부를 도입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6년 만에 자동차업계에서 ‘무이자 할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무이자 할부는 소비자 입장에서 겉보기만큼 매력적인 이벤트일까.

언뜻 보면 무이자 할부는 큰맘먹고 새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에게 할부이자를 절약하는 절호의 기회로 비칠 수 있다.
이벤트를 잘만 활용하면 국산차는 많게는 150만여원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도 최고 200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게다가 지금 분위기에서는 고급 옵션도 덤으로 장착할 수 있다.
예컨대 CD플레이어와 ABS시스템, 알루미늄 휠, 에어백 등을 보상품으로 준다.
아울러 업체별 이벤트에 따라 취득세와 등록세까지도 지원받을 수 있다.



실제로는 저금리 할부보다 오히려 비싸

하지만 무이자 할부가 생각만큼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최근 소비자단체에 들어온 민원들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무이자 할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저금리 할부에 비해 실제 절감액이 적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리하게 보증을 요구해 소비자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우선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무이자 할부’라는 선전문구가 유혹하듯이 실제 혜택이 크냐는 것이다.
특히 일부 업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저금리 할부와 비교하면 그 선전문구는 미사여구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소비자가 무이자 할부로 차를 구입했다고 치자. 36개월 중 12개월만 무이자이고 나머지 24개월은 8% 금리를 적용받는다.
고객이 2천만원짜리 차량을 살 경우 단순 계산을 할 경우 24개월 이자는 320만원이다.
이에 비해 저금리 할부를 선택했다고 해보자. 2천만원짜리 차량을 구입해 36개월 할부기간 동안 평균 5% 금리를 적용받을 경우 36개월 이자는 300만원이다.
실제 지급하는 액수에선 차이가 나겠지만 단순계산으로 20만원의 차이가 난다.


게다가 무이자 할부의 경우 선수금을 반드시 내야 한다.
예컨대 2천만원짜리 차량을 구입했을 때 300만원 정도의 선수금을 내지 않으면 무이자 할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선수금은 자동차업체가 부담하는 금융비용에 충당된다.
무이자 할부의 취지가 목돈이 부족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선수금을 요구하다 보니 애초 취지가 퇴색하는 셈이다.


실제 대우자판 마케팅 담당자도 “자세히 살펴보면 무이자 할부가 저금리 할부보다 비싸다”고 인정한다.
결국 무이자 할부가 생각만큼 고객에게 큰 인하 효과를 안겨주지 못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막연한 계산으로 무이자 할부가 저금리 할부보다 저렴하다고 착각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이미 자동차 전문가들도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은 기업들의 ‘금리 마케팅’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선수금에 보증인·담보 요구하기도

이런 가격적 측면 이외에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쾌감도 적지 않다.
무이자 할부는 계약조건이 엄격하다.
무이자 할부가 전략적으로 캐피털사와 연계한 금융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캐피털사들은 악성채권에 대한 걱정으로 고객에게 까다로운 요구를 한다.
캐피털사는 고객의 개인신용평가가 100% 만족스럽지 못하면 보증인을 요구한다.
보증인을 이전의 1명에서 2명으로 수를 늘리거나 부동산 담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고객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구매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난다.


물론 업체 입장에서 보면 무이자 할부는 요즘과 같이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 대처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업계에서는 요즘과 같은 불경기 때는 무이자 할부가 ‘최고의 판매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GM대우는 무이자이벤트를 실시한 4월1일부터 10일까지의 판매실적을 잠정집계한 결과 승용차 판매가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54%나 증가했다.
쌍용차도 그 기간 동안 체어맨이 245대가 팔려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29%나 늘었다.
이에 비해 무이자 할부를 실시하지 않은 현대차는 4월 초순 판매실적이 5096대로 이전에 비해 2.2%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어찌됐든 소비자들에게 업계 전략이 먹혀들어간 셈이다.
자동차업계로서는 불황기에 재고물량을 털어버릴 수 있는 최고의 전략으로 선호할 법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이자 할부가 경기 부양에도 일등공신 노릇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소비자 물가지수 산정을 할 때 자동차 판매대수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연관효과가 큰 자동차 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경기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서울증권 최대식 연구위원은 “무이자 할부행사가 수출물량까지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어 자동차업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문제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마케팅 전략은 사상누각처럼 언젠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오토리스, 렌트와 뭐가 다른가

무이자 할부 논란이 일면서 오토리스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오토리스는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를 리스회사가 대신 구입해 일정한 기간에 걸쳐 사용하게 하고 매월 정해진 리스료를 받고 빌려주는 상품이다.
오토리스는 차량의 등록에서부터 정비 등 유지관리를 모두 리스회사가 처리해주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차량구입부터 등록세와 취득세, 공채매입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외에도 오토리스는 렌터카와 달리 ‘허’자 번호판이 아니라 이용자로 하여금 새차를 구입한 것과 똑같은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비용 측면에서 볼 때 오토리스 회사들은 3년 기준으로 오토리스가 신차 구매보다 더 싸다고 얘기한다.
(표 참조) 하지만 정비관리비를 지나치게 부풀린 측면이 있어 실제 더 싼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직장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리스비용은 비용처리가 되므로 법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는 유리한 면이 있다.
또한 차량관리를 번거로워하는 여성들에게는 편리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