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편집국] 에디터스메모
[편집국] 에디터스메모
  • 박형영
  • 승인 2003.05.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린스펀 의장의 연임 18년 10개월 동안 한자리를 지킨 고위관료가 있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윌리엄 마틴 의장입니다.
이 기록이 곧 깨질 전망입니다.
네번째 임기를 수행중인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다섯번째 연임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입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4월22일 “그린스펀 의장이 다음 임기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그린스펀 의장이 다섯번째 임기까지 마치면 FRB 의장을 자그만치 20년이나 하게 됩니다.
그가 거친 대통령만 해도 로널드 레이건부터 조지 부시, 빌 클린턴, 현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4명이나 됩니다.
그린스펀은 자신의 말이 가져올 파장을 의식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말 한마디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증권거래위원회 아서 레빗 위원장이 FRB 정례회의에 참석했던 그린스펀을 보고 “안녕하세요”라고 묻자, 그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며 대답을 피했다는 겁니다.
반면 우리는 재경부 장관이나 한국은행 총재의 경솔한 발언 때문에 시장이 요동쳤다는 기사가 가끔 신문을 장식하기도 하죠. 그린스펀이 장수하는 이유는 시장이 그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경기에 대한 탁월한 예측능력과 시의적절한 통화정책 때문이겠지요. 그린스펀과 같은 인물이 왜 우리나라에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도 크지만 정말 부러운 것은 대통령이 네번 바뀌는 와중에도 여전히 같은 인물을 의장직에 머물도록 하는 그들의 인사원칙입니다.
그린스펀이 아니더라도 FRB 의장은 몇차례 연임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사실 4명의 미국 대통령이 모두 그린스펀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최근까지도 부시 대통령과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으니까요. 사실은 대통령들이 그린스펀보다는 그린스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존중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대통령이 시장을 존중하니까 시장은 안정되고 더 건강하게 되는 것이겠죠.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은 어떻습니까. 정권이 바뀌면 장관급은 당연히 바뀌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습니까. 그러니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가 없는 겁니다.
좋은 인물이 없기 때문에 장수하는 관료가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죠.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재임기간이 짧기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는 인물이 탄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